사설
제20대 대통령을 선택하는 날이 밝았다. 이제 유권자의 시간이 다가왔다. 향후 5년간 대한민국을 이끌 새 대통령을 선출하는 오늘은 역사적인 날이다. 소중한 한 표 한 표가 모여 민주주의의 꽃을 피우는 매우 뜻깊은 날이다.
22일간의 치열한 선거운동을 마친 각 후보들은 이제 유권자들의 최종 선택을 존중하며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일 차례다. 지난 선거 과정을 복기해 보면 참으로 어지러울 정도다. 이번 대선은 '역대급 비호감 선거'라는 기이한 꼬리표가 처음부터 붙어 다녔다.
비전·정책 경쟁은 네거티브 공세의 뒷전으로 밀린 채 거대 양당 후보와 가족을 둘러싼 의혹들이 내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후보 간 차별성을 드러낼 수 있는 토론 기회가 부족하고 토론 내용도 미흡했다. 약자와 소수자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은 채 ‘이선망’(이번 선거는 망했다)이라는 말까지 등장할 정도였다. 그럼에도 우리는 오늘 향후 5년 동안 대한민국 호를 이끌 선장을 선택해야 하는 순간에 다다랐다.
‘비호감’, ‘이선망’ 불구 사상 최고 사전투표율...높은 주권의식 보여줘

‘비호감’, ‘이선망’이라 불린 우울한 대선이지만 우리 손으로 희망을 찾아내야 한다. 그날이 바로 오늘이다. 지난 4일과 5일 이미 유권자의 36.93%가 투표를 마쳤다. 사전투표 사상 최고의 기록이었다. 전북은 48.63%로 전남(51.45%)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 높은 사전투표율을 보였다. 전북의 뒤를 이어 광주(48.27%)가 세 번째 높은 투표율을 기록하면서 호남 민심이 크게 주목을 받았다.
호남 민심이 이번 역대급 비호감 선거에서 가장 높은 사전투표율을 보여준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치권과 언론들의 다양한 해석이 나왔지만 무엇보다 주권의식이 살아있음을 사전투표에서 분명히 보여준 결과라는 점에서 높게 평가할 만하다.
냉소적 분위기와 달리 전북을 비롯한 호남지역 유권자들 다수는 이번 대선이 갖는 중요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높은 투표율로 보여준 것이다. 이제 전국적으로 63.07%, 전북과 호남은 절반가량 남은 유권자들의 선택을 앞두고 있다. 선택은 오롯이 유권자의 몫이지만 그에 따르는 책임도 유권자의 몫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최선 아닌 차악 선택도 유권자 몫...5년 이끌 대한민국 선장 국민이 선택해야
최선이 아닌 차악(次惡)을 선택하는 것도 유권자의 몫이라고 했다. 이제 우리는 오늘 향후 5년 동안 대한민국을 잘 이끌 지도자를 선택해야만 한다.
투표는 오늘 오전 6시부터 오후 7시 30분까지 전북지역 611개소를 비롯해 전국 1만 4,464개 투표소에서 진행된다. 일반 유권자는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코로나19 확진·격리 유권자는 오후 6시부터 오후 7시 30분까지 투표할 수 있다.
선거인은 반드시 지정된 투표소에서 투표해야 하며, 본인의 주민등록증·여권·운전면허증·청소년증이나 관공서·공공기관이 발행한 사진이 첩부되어 있는 신분증(모바일 신분증 포함)을 지참해야 한다. 모바일 신분증의 경우 화면 캡처 등 저장된 이미지는 인정되지 않으며 앱 실행과정을 확인한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투표 마감 오후 7시 30분...선관위 이번에도 ‘소쿠리 투표’ 있어선 안 돼

또한 확진자·격리자 투표는 오후 6시 이후 일반 유권자들이 투표를 마치고 모두 투표소에서 퇴장한 뒤 시작된다. 일반 유권자의 투표가 오후 6시까지 종료되지 않은 경우, 확진자 등은 투표소 밖 별도의 장소에서 대기하게 된다. 확진자 등이 투표 마감시각인 오후 7시 30분 이전에 투표소에 도착하면 투표 마감시각이 지나더라도 번호표를 받아 투표할 수 있다.
확진자 등은 신분증 외에도 외출 안내 문자, 확진·격리 통지 문자 또는 입원·격리 통지서 등을 반드시 지참해야 한다. 확진자 등 해당 여부 확인 후에는 일반 선거인과 동일하게 본인 확인과 선거인 명부 확인 절차를 거쳐 투표용지를 교부받고 기표 후 투표함에 투표지를 직접 투입해야 한다. 투표소 위치는 각 가정에 발송된 투표안내문을 확인하거나 중앙선관위 홈페이지(www.nec.go.kr) 또는 포털사이트(네이버, 다음) ‘내 투표소 찾기’ 바로가기 서비스로 찾을 수 있다.
전북선거관리위원회 측은 “투표 마감시각이 가까워질수록 유권자가 집중돼 투표소가 혼잡할 가능성이 높다”며 “대기시간에 따른 불편을 줄이고 감염 위험을 낮추기 위해 일반 유권자는 투표 마감시각인 오후 6시 이전 가급적 미리 투표소를 찾아 투표에 참여해 줄 것”을 당부했다.
그러나 지난 4일과 5일 사전투표에서 보여주었던 부실한 선거관리위원회의 준비와 운영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 코로나19 확진자와 격리자 투표 관리에 난맥상을 드러내면서 역대 선거 중 가장 높은 사전투표율에도 불구하고 ‘소쿠리 투표’란 지적을 받은 선거관리위원회가 이번에 또 유사한 사례를 되풀이해선 안 된다.
사전투표 이틀 째인 지난 5일 투표 현장마다 코로나19 확진자들의 신분 확인이 제대로 되지 않거나, 별도 투표함이 없어 현장에서 선거 사무원이 종이박스나 플라스틱 용기, 심지어 소쿠리 등에 기표용지를 수거하는 일이 벌어져 시민들의 항의가 이어지는 등 부정선거 논란까지 일었었다.
이제 선택의 시간...유권자들 한 표 한 표에 대한민국 미래 결정

선거관리위원회의 주먹구구식 투표 준비로 인해 역대 최고 투표율 기록에도 불구하고 빛이 바랬다는 따가운 지적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부실한 투표 준비와 안이한 현장 대처로 선거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해쳐서는 안 된다.
지금 우리 앞에는 멈출 줄 모르는 코로나19 확산과 경제 위기, 안보 문제를 비롯해 양극화·불평등 등 극복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특히 선거로 갈라진 민심을 통합하고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유능한 리더십이 필요한 중대한 시점이다. 유권자들은 이처럼 중대한 시기에 어떤 후보가 나라를 이끌어야 할지 심사숙고해 귀중한 주권을 행사해야 할 것이다.
설령 마음에 드는 후보가 없더라도 국민의 권리이자 의무인 투표를 포기하면 안 된다. 이제 선택의 시간이다. 유권자들의 한 표 한 표에 대한민국의 미래가 결정된다. 오늘 우리의 소중한 한 표가 국가와 국민의 미래를 결정한다는 사실을 꼭 잊지 말기 바란다.
/박주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