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일의 '길 위에서'

"사랑이 무어냐고? 나는 거리에서 그것을 보았다. 그는 가난하고 지쳐 보였지만 사랑에 빠져 있었다. 그의 모자는 낡았고, 그의 외투는 헤졌다. 그의 신발은 물이 새고 있었지만 그의 눈 속에선 별이 반짝였다."
'빅토르 위고'의 글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사랑이거나 어떤 사물에 대한 사랑이거나 사랑 하는 사람의 눈빛은 다르다. 말하자면 사랑이 없으면 세상에 빛이 없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가장 진부하면서도 고귀한 것, 그것이 바로 사랑이다. 모든 것을 감싸 안고 포용하는 사랑, 그 사랑을 '마르크 샤갈'은 다음과 같이 묘사한 바 있다.
“우리의 삶에서 그렇듯이, 예술 세계에서도 사랑은 무엇이든 가능하게 한다.”
사랑, 그 사랑이 가장 빈번하게 나타나는 것이 노래이기도 하지만 가장 세말하게 묘사되는 것이 바로 문학작품이다.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실린 사랑에 대한 묘사는 말 그대로 감동적이다.
“입맞춤은 또 다른 입맞춤을 부른다. 아아! 사랑이 싹 틀 무렵의 입맞춤이란 얼마나 자연스럽게 생겨나는가! 그것은 서로서로 매우 바쁘다. 한 시간 동안 서로 주고받은 키스는 오월의 들판에 핀 꽃처럼 헤아리지 못하리라.“

"인간은 오직 자기 자신을 위해서만,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만 몸을 떠는 법이다. 우리의 행복이 더 이상 사랑하는 이의 손 안에 있지 않을 때, 우리는 그 곁에서 얼마나 침착하고 편하고 대담하게 행동하는가!
'당신은 저의 보배예요. 이건 우리 우정의 향기예요. 제가 영원히 간직하고 있겠어요'라고 말하여, ‘저의’ ‘저의 것,’이라고 말할 기회를 만들어 냄으로써, 그로 하여금 그가 자기의 것인 양 착각을 일으키게 하는 말들은 사용하지 않았다.“
인간의 내면을 마치 의사가 정교하게 치료하듯, 만들어내는 언어의 마술사, '프루스트'의 글을 읽고 있으면 어떤 비경에 빠져 정신이 혼미한 듯한 상념에 빠질 때가 있다.

'마르셀 프루스트' 뿐만이 아니고 '셰익스피어'의 전 작품에도 사랑이 가장 많이 등장하고 있다. 레어티스가 동생 오필리어에게 햄릿과의 사랑을 조심하라며 다음과 같은 말을 건넨다.
“사랑은 이른 봄에 피는 제비꽃이랄까. 피기는 일찍 피지만 오래 안가. 아름답기는 하지만 이내 시들어 버린단다. 향기롭기는 하지만 그것도 잠시 뿐이다. 사랑에서는 뒷전에 물러 앉아 위험한 정욕의 화살에 꽂히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청순한 처녀는 아름다운 살갗을 달님 앞에 보여주는 것조차 계면쩍어 한다'고 하지 않느냐. ’열녀‘라고 해서 세상 사람들의 중상을 모면할 길 없느니라."

봄철의 새싹은 봉우리가 피기도 전에 벌레한테 먹혀 시드는 일이 허다하다. 맑은 아침 이슬은 땅 위에 내리자마자 독기가 서려들며 위협을 가해온다고 한다. 그러니 경계하라고, 몸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조심하는 게 제일이다. 청춘이란 가까이서 자극하지 않아도 자신에게 배신하는 것을 좋아하니까.
사랑도 동전의 양면 같아서 아름답기도 하지만 어떤 면에서 위험한 것이다. 그렇지만 사랑이 없으면 세상이 존재할 수가 없다. 그래서 '니체'가 <선악을 넘어서>에서 말한 다음의 말이 울림이 있다.
“사랑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모든 것은 언제나 선악을 초월한다."

사랑, 인류가 시작되면서부터 시작된 사랑이 자꾸만 변질되는 시대가 이 시대다. 어떻게 변모할 것인지, 도무지 분간조차 할 수 없지만 사랑, 핮디만 그 가장 고상한 사랑의 본질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인간의 마음은 무기에 의해서가 아니라 사랑과 관용에 의해서 정복될 수 있다.“
'스피노자'도 <에티카>에서 말했지 않았는가? 본질이 변하지 않는 사랑, 그 사랑이 이 세상을 아름답고 평화롭게 물들이기를 기원할 뿐이다.
/글·사진=신정일(길 위의 인문학 우리 땅 걷기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