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부산일보가 최근 극심한 내홍을 겪고 있다. 김진수 부산일보 사장의 청탁금지법 위반·횡령 혐의를 규탄하며 사장 퇴진 투쟁을 하고 있는 전국언론노조 부산일보지부는 삭발 투쟁에 이어 급기야 지난 16일부터 서울 정수장학회(대주주) 앞에서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지역 일간지들의 간판 역할을 해 온 신문이 17년 만에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 대상에서 탈락할 정도로 내부 문제가 심각하다. 이러한 내부 갈등과 마찰, 반목의 원인은 현 사장에게서 비롯되고 있다. 

“사장 퇴진 끝장 투쟁 하겠다" 부산일보 노조 지부장 무기한 천막농성 돌입 

김진성 전국언론노동조합 부산일보 지부장이 9일 김진수 부산일보 사장 퇴진을 촉구하며 부산일보 앞에서 삭발 투쟁에 나섰다.(사진=전국언론노조 제공)
김진성 전국언론노동조합 부산일보 지부장이 9일 김진수 부산일보 사장 퇴진을 촉구하며 부산일보 앞에서 삭발 투쟁에 나섰다.(사진=전국언론노조 제공)

김 사장은 지역 건설업체 대표가 투자한 사모펀드 지분을 싼값에 양도받은 뒤 해당 건설사의 사업을 우호적으로 보도하게 하고 회사 광고비와 발전기금을 횡령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이에 지난 9일 삭발 투쟁에 나섰던 김진성 전국언론노동조합 부산일보 지부장은 정수장학회 앞 천막에서 다시 무기한 농성에 들어가면서 “언론사 사장은 가장 높은 도덕성과 윤리성이 요구되는 자리인데도 김 사장은 자기 지위를 이용, 비공개 정보로 사모펀드에 투자했다”고 밝혔다. 

김 지부장은 이어 “언론사 대표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며 "그런 사장을 인정할 수 없어 투쟁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만약 직원이 똑같은 일을 했다면 어떤 식으로든 징계 내리고 조치했을 것이지만 김 사장은 잘못이 없다고 발뺌하면서 오히려 이를 지적하는 노조를 폄하하고 그 책임을 떠넘기는 파렴치한 짓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횡령 의혹,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 수사 받고 있는 사장 퇴진 촉구” 투쟁  

전국언론노조 부산일보지부는 지난 9일 부산일보 사옥 앞에서 삭발투쟁 결의대회를 열고 횡령 의혹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김진수 사장의 퇴진을 촉구했다.(사진=전국언론노조 제공)
전국언론노조 부산일보지부는 지난 9일 부산일보 사옥 앞에서 삭발투쟁 결의대회를 열고 횡령 의혹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김진수 사장의 퇴진을 촉구했다.(사진=전국언론노조 제공)

부산일보 기자들도 지난 9일부터 삭발 투쟁 결의대회를 열고 횡령 의혹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김 사장의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기자회견에서 이들은 “부산일보 사장의 지위를 이용해 건설사와 수상한 거래를 한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난 지도 5개월이 넘었다"며 “부적절한 처신으로 물의를 빚던 와중에 사장에 대한 광고비와 발전기금을 횡령한 의혹이 불거지면서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성토했다.

"사장의 후안무치는 어디까지냐"고 분노한 이들은 “부산일보와 언론노동자들의 자존심을 무참히 짓밟은 파렴치한을 사장으로 인정하지 않은 지 이미 오래다”며 “정수장학회는 행여라도 파렴치하고 부도덕한 사장을 연임시킨다면 언론노동자들의 거센 저항을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가장 먼저 삭발 투쟁에 나선 김진성 노조 지부장은 “우리의 투쟁은 부산일보를 바로 세우기 위한 행동"이라며 “김진수를 사장으로 인정하지 않으며, 김진수가 퇴진하는 그 날까지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산일보 사장 퇴진 촉구 삭발·무기한 천막농성, 남의 일 아니다 

2018년 전대식 노조위원장의 사장 퇴진 단식 투쟁 모습
2018년 전대식 노조위원장의 사장 퇴진 단식 투쟁 모습

전대식 언론노조 수석부위원장도 이번 투쟁에 가세했다. 그는 "이번 투쟁은 부산일보지부만의 싸움이 아니다”며 “지역언론, 특히 지역신문이 어려운 가운데 언론사마다 각종 수익사업을 하고 있는 다른 지역 언론사에도 많은 시사점을 줄 것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김 사장은 자신이 버티면 노조 투쟁이 사그라들 것이라 오판하지 말라”며 “지부장이 쓰러지면 언론노조 전국 150여 개 본부 지부가 싸울 것이며, 150일이 300일, 1000일 되더라도 끝까지 싸우겠다"고 다짐했다.

박정희 부산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국장도 “부산일보 기자들이 아무리 취재를 열심히 한다고 해도 사장의 행동 때문에 부산일보의 정치, 사회 기사를 의심하게 된다"며 “부산일보의 언론노동자들의 참담한 마음에 공감한다. 끝까지 연대하겠다”고 밝혀 부산일보 사태가 부산 전 지역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알렸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부산일보 언론노조와 기자들이 대주주인 서울 정수장학회 앞에서도 천막을 설치하고 무기한 농성에 들어감으로써 '부산일보 사장 퇴진 투쟁'은 전국 이슈로 부상했다.

전대식 부산일보 전 노조위원장 “언론이 잠들 때 괴물은 깨어난다” 

언론노조 부산일보지부 삭발투쟁 결의대회 모습.(사진=전국언론노조 제공)
언론노조 부산일보지부 삭발투쟁 결의대회 모습.(사진=전국언론노조 제공)

부산일보 내부 구성원들의 사장 퇴진 운동은 이번 뿐만이 아니다. 부산을 대표하는 언론사 사장 부인의 지방선거 출마에서 촉발된 ‘부산일보 공정성 및 편집권 독립 투쟁’은 2018년부터 159일의 길고 긴 사장 퇴진 투쟁으로 이어져 전국 언론계의 주목을 받았다.

2018년 5월 2일 안병길 부산일보 사장 부인 박 모씨가 당시 6·13 지방선거 자유한국당 부산시의원 후보로 확정되면서부터다. 당시 신문사 노동조합은 즉각 “공정보도 훼손 우려가 있다”며 ‘사장은 답하라’는 성명을 내면서 투쟁에 나섰다. “언론사 사장의 부인일지라도 현실 정치에 참여할 경우 공정성 논란을 자초하는 것은 물론 독립 정론지 위상을 훼손하고, 편집권 독립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주장에서 시작됐다.

"우리가 잠들 때 괴물은 깨어난다", “편집권 독립을 위해서는 근면히 투쟁하자”란 구호를 외치며 진두지휘했던 당시 전대식 노조위원장의 일화는 너무도 유명하다.

[해당 기사]

“언론이 잠들 때 괴물은 깨어난다” 

전북의소리 2020년 11월 1일 기사(홈페이지 갈무리)
전북의소리 2020년 11월 1일 기사(홈페이지 갈무리)

“언론이 언론다워지려면 언론인들이 깨어 있어야 한다”며 스스로 성찰하며 반성하는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다는 평가를 받았다. 2020년 11월 1일 <전북의소리>는 당시 전대식 부산일보 노조위원장의 퇴임 인터뷰에서 이렇게 썼다.

“부산일보 구성원들과 같은 폅집권 독립을 위한 실천과 노력은 고사하고 노조 설립에 관한 의지마저 꺾어 버리는 전북지역 일간지들의 경영진과 사주들, 그리고 그들의 수족처럼 한목소리를 내고 있는 종사자들에게 과연 ‘편집권 독립’이란 무슨 의미일까? 이내 오싹한 생각이 들게 한다. 부산일보 노조가 제작한 책자에서 ‘안병길 사장 퇴진 투쟁 159일은 스타킹(Star+King) 제작 기간’이라고 표현한 대목은 의미심장하다. 투쟁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음을 의미해 준다.” 

언론이 언론다워지려면 언론인들이 깨어 있어야... 

당시 노조 위원장 임기를 마친 전대식 위원장은 “지금도 어디선가 어떤 언론인은 펜의 영향력으로 사익을 추구하고, 제 영달을 위해 후배들의 명예와 자존심을 짓밟고, 자기 처신을 위해 저널리즘을 농단하고, 뼛속 기회주의를 숨긴 채 겉으론 민주주의자로 활개치고 있을 것”이라며 “비열하며 참담한 구태를 이제는 언론인들이 나서서 청산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지금 부산일보 구성원들이 사장과 맞서 퇴진 투쟁을 벌이는 상황은 꼭 4년 전 모습을 떠오르게 한다. 노동조합이 전무한 전북지역 일간지들의 상황 역시 4년 전과 같다. 부산일보 종사자들의 투쟁이 전북지역 일간지 기자들에겐 언감생심이지만 분명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건설업체 대표가 사주 또는 대주주인 많은 지역 일간지들에게 부산일보의 사태는 남의 일이 아니다. '언론이 잠들 때 괴물은 깨어난다. 언론이 언론다워지려면 언론인들이 깨어 있어야 한다'는 뼈아픈 지적을 깊이 성찰할 때다. 

/박주현 기자

저작권자 © 전북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