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종의 '역사칼럼'
1.
일촉즉발의 상황입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각국은 자국민에게 서둘러 우크라이나를 떠나라고 지시하였어요. 진즉부터 우크라이나를 포위하고 있는 러시아 군대(10만 명 이상의 병력)가 수일 내에 공격의 포문을 열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만약 러시아의 침략이 시작된다면 우크라이나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요?

2.
'우크라이나'라는 국호부터가 실은 문제입니다. 변경이란 뜻입니다. 러시아의 변방이란 말이지요. 러시아의 가장자리에 있는 몇 개 나라의 땅을 조금씩 합친, 그야말로 인위적 행정구역이란 것인데요. 이 명칭에서 우리는 우크라이나를 폄하하는 러시아 당국의 시선을 읽을 수 있지요.
여기서 우크라이나의 역사를 자세히 소개할 틈은 없고요. 간단히 말씀드려, 이 지역은 러시아와 폴란드 등 주변의 여러 나라와 매우 복잡한 역사적 관계라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예프에 처음으로 나라가 들어선 것은 882년인데요, 이로부터 러시아의 역사가 시작되었다는 관점이 지배적입니다. 즉 많은 사람은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의 역사가 열렸다고 보고, 그땅은 당연히 러시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사람들은 러시아로부터 독립을 원하고 있어요. 우크라이나는 곡창인데다 광물 자원이 매우 풍부해, 러시아에 의존하지 않고 사는 편이 몇 배 이익이기 때문입니다. 더 이상 자세한 역사적 배경은 생략하고요.
3.
러시아의 황제나 다름없는 블라디미르 푸틴은 과거 소련제국의 영광을 재현하고자 물불을 가리지 않아요. 그는 전략상 요지인 크림반도를 우크라이나에게서 탈취해 러시아의 영토로 편입하였고, 이제 우크라이나 침공을 서두르고 있어요. 침략전쟁의 구실도 충분합니다. 이미 오래 전부터 우크라이나와 대립해 온데다, 존망의 위기에 빠진 우크라이나는 유럽연합과 나토 가입을 서두르며 미국에게 구조요청을 보내고 있거든요. 이것은 러시아의 안보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이 되므로, 말로 안되면 실력으로라도 제압해서 러시아의 국익을 관철하겠다는 거지요. 러시아 시민들은 푸틴의 결단력에 환호하고 있어요.
4.
우크라이나와 서방세계는 지금 닭 쫓던 개가 지붕만 바라보는 격입니다. 나토의 군사력이 우리 짐작보다는 무척 취약합니다. 러시아가 10만 대군으로 우크라이나 침공을 시도할 경우 막을 수가 없어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말로만 큰소리를 칠 뿐 실제로는 우크라이나 문제에 개입할 여력이 없습니다. 유럽연합의 실질적인 지도세력이라할 독일도 싸울 엄두를 내지 못한채 전전긍긍할 뿐이지요. 영국이나 프랑스도 우크라이나를 돕는 시늉만 하고 있어요.
5.
푸틴은 자신의 승리가 확실해보이는한 항상 무력 개입을 시도하였습니다. 지난 10년간 여러 차례 비슷한 일이 반복되었어요. 그는 상대방의 무력 저항을 회피하면서 목표에 도달하는 전략을 구사해온 것인데요. 이번에는 우크라이나가 먹잇감이 되고 마는 것 같습니다.
6.
우크라이나가 무너지면 유럽연합과 나토 그리고 미국이 받을 정치 경제적 충격이 대단할 것입니다. 가까스로 안정을 찾은 유럽의 정치질서는 한바탕 소용돌이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또, 푸틴의 전략에 고무된 시진핑도 문제를 일으킬 수 있지요. 그는 10년 이내에 동아시아와 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패권을 강화하기 위해 실력행사를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베트남과의 영토분쟁에서 적극적인 무력행사를 하거나 심지어 타이완 문제를 무력으로 해결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또는 인도 국경과 한반도에서도 문제를 일으킬 수 있지요. 미국의 개입의지와 능력을 철저히 점검한 다음에, 중국은 실력행사에 돌입할 것입니다.
지금은 모든 것이 불투명해보이고, 요원한 일처럼 생각될 수도 있어요. 그러나 우크라이나 문제가 어떤 방식으로 결말을 맺느냐에 따라서 러시아와 중국은 곧 침략국가의 마각을 드러낼 것입니다.
사족: 엊그제 간행된 <<제국의 시대>>(김영사, 2022)에서, 저는 목하 전개되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패권다툼을 상당히 길게 다루었습니다.
지난 2천년의 인류 역사속에서 제국이 어떻게 일어나서 어떻게 쇠망하였는지 궁금하시면 제 책을 한번 읽어보셔도 좋겠습니다.
/백승종(역사학자, 전 서강대 사학과 교수, 현 한국기술교육대학교 겸임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