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전북지역 일간지 수는 17개로 인구 등 도세(道勢) 에 비하면 다른 지역에 비해 많은 편에 속한다는 지적을 늘 받아 았다. ‘여론의 다양성’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경제 구조 속에서 독자·광고·협찬 등을 지자체나 공공기관에 지나치게 의존함으로써 '관·언 유착', ‘뉴스의 획일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상존해 왔다.
더욱이 영세한 기반의 신문사들 간 제살깎이식 경쟁은 신문산업 환경을 갈수록 척박하게 내몰아 전북지역 일간지 기자들 중에는 중도에 전혀 다른 직종으로 이직하거나 다른 언론사로 이동하는 경향이 잦다. 이러한 현상이 반복됨으로써 지역언론의 신뢰성과 영향성 평가 등에 있어서도 늘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기자협회, "전라일보 2년 연속 연봉 대폭 인상… 전북에 부는 '임금 훈풍'?"
이런 가운데 최근 전북지역 신문사들 사이에 사주 또는 신문사 지배구조의 변화와 함께 직원들의 임금이 모처럼 상승하자 ‘훈풍’이란 표현이 등장했다. 이러한 훈풍에 모처럼 지역 일간지 종사자들이 무척 고무된 모습이다.
한국기자협회는 지난 8일 ‘전라일보 2년 연속 연봉 대폭 인상… 전북에 부는 '임금 훈풍'’이란 제목의 기사를 올려 시선을 끌었다. “전라북도 신문사들에 임금 상승의 훈풍이 불고 있다”고 리드에서 전제한 기사는 “전라일보가 지난해와 올해 두 차례에 걸쳐 임금을 올린 데 이어 최근엔 전북도민일보도 큰 폭의 임금 인상을 결정하며 지역 분위기를 바꾸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기사는 “그동안 전북 신문사들의 평균 임금이 최저 임금 수준으로 낮았던 만큼 이번 임금 인상이 다른 전북 지역 언론사에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며 “전라일보는 지난해 7월 일률적으로 월급 15만원 정액 인상을 한 데 이어 지난달엔 직급별로 차등적인 임금 인상을 단행했다”고 덧붙였다.
전라일보 이어 전북도민일보 이례적 임금 인상 카드, 왜?
그동안 편집국 부장급과 평기자들 간 연봉에 별 차이가 없었던 전라일보가 거의 최저 임금에서 오락가락했는데 이번 임금 인상으로 부장급은 60만원, 평기자는 30만원 정도 월급이 오른 것은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라는 평가다. 여기에 덩달아 전북도민일보와 전북일보가 많지는 않지만 그동안 인색했던 '임금 인상'이라는 카드를 모처럼 꺼내 들자 기대에 가득 찬 모습이다.
그동안 전국에서 가장 하위 수준이었던 전북지역 일간지들의 임금 체계에 변화의 바람이 부는 게 아니냐는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기자협회는 해당 기사에서 “전북도민일보도 이달부터 약 40만원 가량 월급이 인상돼 가장 연차가 낮은 기자가 받는 월급이 세후 200만원 수준이 되도록 맞춘 결과”라며 “조금씩 차이는 있겠지만 대략 30~40만원 정도 월급이 올라 아직도 멀긴 했지만 조금이라도 현실성을 찾아가는 거라 고무적인 일”이라는 내부 반응을 전했다.
이어 기사는 “전북도민일보에서 임금 인상이 결정되자 전북일보와 전민일보 등에서도 급여 인상을 고민하고 있는 분위기”라며 “전북일보는 1월 1일자로 월급 10만원이 인상됐지만 추가적으로 임금을 올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고, 전민일보도 내부적으로 급여 인상을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전북 신문사 기자들 월급 10개 시·도 중 최하위, 부산지역 절반 이하 수준”
하지만 이러한 임금 인상으로 열악한 환경이 뒤바뀐 것은 아니다. 여전히 전국에서 가장 낮은 수준의 임금 수준이란 점에서 그동안 전북지역 일간지 종사자들이 박봉에 시달려 왔음을 확인시켜 주었다.
기자협회는 “온라인 기업정보 서비스 ‘크레딧잡’에 따르면 전북 지역 5개 일간지의 예상 평균 연봉은 2,292만원으로 다른 지역과 비교했을 때 현저히 낮다”며 “한국기자협회 지역협회가 있는 10개 시·도 중에선 최하위고, 부산과 비교하면 절반 이하 수준”이라고 지적할 정도다.
이 때문에 전북일보 등 지역 일간지 기자들 사이에선 이번 기회에 연봉을 다른 곳과 비슷한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는 분위기가 팽배하지만 문제는 경영진의 의지가 여기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기자협회가 밝힌대로 전북지역 일간지들의 임금 구조는 다른 지역과 비교했을 때 매우 낮은 수준이다.
전국 평균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인근 다른 지역 일간지들의 신입 기자 초임 연봉이 3,000만원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전북지역 신문사 기자들의 연봉 수준이 매우 낮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른 지역 일간지 기자들 연봉, '임단협' 없는 전북지역과 큰 차이
인근 충청지역 일간지인 충청투데이의 경우 지난해 노사 간 임금 및 단체협상을 통해 기자들 연봉을 최소 500만원 인상함으로써 초임 기자들 연봉이 3,000만원 이상으로 올랐다. 광주와 전남지역 일간지들도 노사가 매년 임금 및 단체협상을 실시해 연봉을 인상하는데 합의함으로써 초임 기자들의 평균 연봉이 3,000만원대 수준이거나 그보다 많은 경우도 있다.
이처럼 다른 지역 일간지들은 종사자들로 구성된 노동조합이 적극 임금 인상을 유도하고 합의를 이끌어내고 있지만 노동조합이 없는 전북지역 대부분 일간지들은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낮은 급여는 노동조합이 없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가운데 전북일보와 전북도민일보, 전라일보의 오너 일가 또는 지배구조 변화가 주목을 끌고 있다.
전라일보·전북도민일보 경영진 변화, 전북일보 지배구조 이동에 '변화' 기대, 그러나...
최근 임금 인상을 이례적으로 두 차례 단행한 전라일보의 경우 회장인 유춘택 씨가 건강상의 이유 등으로 회사 운영을 2세(아들)에게 넘기는 과정에서 이뤄진 파격적인 조치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 전북도민일보도 지난해 이사회를 열고 김택수 회장의 친 동생인 김관수 경초학원 이사장을 전무로 영입하면서 과거와는 다른 경영의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임금 인상도 그 중 하나로 평가하는 시각이 우세하다.
전북지역 일간지들 중 가장 역사가 오래 된 전북일보는 부동산 개발업체인 ㈜자광이 지난 2018년 3월 최대 주주로 등극한 이후 경영에 직접 관여할 시기가 과연 언제부터일지 주목이 쏠리고 있다. 자광은 전북일보의 주식 45%를 45억원에 사들여 대주주로 올랐지만 건설사라는 점, 전주시내 노른자위 땅인 옛 대한방직 부지를 사들여 대규모 개발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신문사 대주주에 이름을 올렸다는 점 등에서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문제는 전국에서 최하위 수준인 전북지역 일간지들의 임금 구조가 경영진 개편 또는 지배구조 변화에 편승해 상승하는 기류가 확산되기를 많은 언론 종사자들이 기대하고 있지만 과연 '임금 훈풍'이 어느 수준까지 불지는 미지수다.
더욱이 그동안 전북지역 일간지들 사이에 오랜 전통처럼 자리매김해 온 '자린고비 경영'과 '관에 기대온 경영' 때문에 이번 임금 인상 바람은 '미풍'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박주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