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구의 '생각 줍기'

원효대사의 반야심경에 대해 몇 자 적어봅니다. 

중아 중아 까까중아!(일반 대중이나 스님을 뜻함) 

뱀 잡아 회를 치고(뱀은 탐욕, 진은 성냄, 치는 어리석음, 삼독을 뿌리 뽑자) 

개구리 잡아 탕을 하고(개구리는 개오(皆悟, 모두 깨달음)를 나타냄. 즉 모두 깨달음을 얻어) 

찔레 꺾어 밥을 해서(찔레는 진리(眞理)를 나타냄, 진리를 깨달아) 

니랑 내랑 갈라 묵고(니랑내랑은 자타일체(自他一切), 즉 우리 모두 성불해서) 

알랑달랑 놀아보자(피안의 세계로 건너 가세)

반야심경은 불교경전 가운데 가장 많이 알려지고, 한자로 불과 260자밖에 되지 않은 경전으로 그리스도교의 '주기도문'과 같은 성격의 경전입니다. 글자가 260자로 짧은 경문이지만 팔만사천 법문을 모두 다 간결하게 응축하고 있으며, 신라시대에는 한자로 된 경전밖에 없었으니 민초들에게는 여전히 어려운 경전이었을 겁니다.

그러니까 원효 스님께서 민초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쉽고 재미있게 줄여서 만든 것 같습니다. 한국 불교를 대표하는 이런 최고의 스님을 요즘 스님들 중에 먹물 좀 처먹었다고 원효 스님을 시체나 쓰레기 취급하는데 이래서 한국 불교가 발전할 수 있을까 싶습니다.

원효 스님께서 일반 대중에게 설한 반야심경은 한국불교에서는 저급하다고 생각해서 그런지 어디에도 내놓고 있지 않은데 10여년 전에 입적하신 청웅 스님의 법문을 듣고 저도 알아서 페북에 올리는 겁니다. 인터넷에서 검색을 해도 나오지 않은 경문입니다.

철웅 스님은 부산의 명문 경남중고를 졸업하고 서울대에 들어갔으나 부친의 사업이 망하여 학업을 지속할 수 없어서 학업을 그만두고 통역사로 일하다가 해인사로 출가하신 스님입니다.

불가에서는 분별심을 없애라고 하는데 저는 제가 배움이 부족해서 그런지 분별심을 없애고 깨달음의 도를 얻기까지는 제대로 공부한 분들로부터 배우고 싶어서 분별심을 좀 냅니다.

스님은 불가의 스님이지만 영문 성서로 성서 공부를 엄청나게 하신 분으로 설법 중 자주 성서를 인용하십니다. 스님은 또한 동양철학도 공부하신 분으로 부처님과 예수님 그리고 공자님을 똑같이 스승으로 모시는 훌륭한 스님이셨습니다.

설법하시는 걸 들어보면 일찍이 스님처럼 명쾌하고 거침없이 설하신 분을 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조계종에서 감투를 하나도 갖질 않아 세상에 성철 스님이나 탄허 스님 만큼은 알려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글·사진=이화구(금융인ㆍCPA 국제공인회계사ㆍ임실문협회원)

저작권자 © 전북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