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큐레이션] 2022년 2월 9일
중대재해처벌법이 지난 1월 27일 시행에 들어감에 따라 각 지자체들이 발주한 사고 현장에 대한 책임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사고가 많은 지역의 경우 다가올 지방선거에서 현역 단체장들의 재선 또는 3선 가도에 큰 변수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일부 지자체들은 책임을 민간업체에 전가하려는 움직임도 엿보여 논란이 일고 있다.
2021년 1월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여 2022년 1월 27일부터 시행된 현행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은 노동자 사망 사고와 같은 중대 재해가 발생할 경우 대표이사 등 경영 책임자도 처벌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기존 산업안전보건법이 법인을 법규 의무 준수 대상자로 하고 사업주의 경우 안전보건 규정을 위반할 경우에 한해서만 처벌을 한 데 비해 이 법은 법인과 별도로 사업주에게도 법적 책임을 묻는다는 차이가 있다.
안전 조치 의무를 위반하여 사망 사고가 발생한 경우에는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고, 부상자나 질병자가 발생한 중대 재해의 경우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는 이 법의 지자체 해당 공사 책임은 어디까지일까?
지자체 발주 공사 중대 재해 시 책임은?
중대재해처벌법의 적용 대상은 '상시 근로자가 50명 이상인 사업장 또는 공사금액이 50억원 이상인 건설 현장으로 사업장 내 사망자가 한 명 이상 발생했거나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중상자가 두 명 이상 발생'한 경우 이를 중대 재해로 간주한다.
또 '중대 재해가 나고 조사 결과 위험 요인을 제거하는 노력이 부족했다고 판단되면 기업의 최고 경영자나 지방자치단체의 지자체장 등 최고 책임자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고의나 중과실이 확인되면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을 할 수도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그런데 처벌과 책임에서 기업을 지나치게 강조하다보니 실제로 공사를 많이 발주하는 각 지자체들의 책임 여부에 대한 해석이 제각각인 채 혼선을 빚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인천일보는 1월 26일 ‘중대재해처벌법, 지자체장 재선 가도 변수로’란 기사에서 해당 지자체장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보도를 해 시선을 끌었다.
“중대 재해 발생 시 자치단체장 처벌 받는 것은 당연...정치 생명 끊길 수도”
기사는 “올해 6·1 전국 동시지방선거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이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리드에서 강조하면서 “지역에서 중대 재해가 발생할 경우 재선을 노리는 현직 지방자치단체장은 처벌을 받는 것은 물론 경쟁 후보에게 정치적 공세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지역 내 교량이 붕괴하거나 도서관·미술관 등 공공시설물에서 화재 사고를 비롯 중대 재해가 발생할 경우 해당 지자체장까지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기사는 “중대 재해가 사망 사고면 지자체장은 1년 이상의 징역을 살거나 10억원 이하의 벌금을 물어야 하며, 부상 사고면 지자체장이 7년 이하의 징역을 살거나 1억원 이하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고 명토박았다.
그러면서 기사는 “이는 단순히 벌금을 무는 것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정치생명이 끊길 수 있다”며 그 이유로 “국가공무원법상 금고형 이상 확정 시 현직에서 물러나야 하는 데다 10년 동안 피선거권이 박탈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 뒤 “지방선거를 앞두고 중대 재해가 발생할 경우 경쟁 후보들은 현직 지자체장을 향한 공세와 함께 관련 공약을 앞다퉈 내놓을 수 있고 이슈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현직 지자체장들이 이에 대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기사는 “다만 후보들의 과도한 이슈 몰이는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도 있기에 조심스러워할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경영책임자는 중앙행정기관의 장·자치단체장·공공기관의 장 포함”
이와 관련 울산지역에서도 비슷한 사례의 보도가 나왔다. 아시아경제는 1월 10일 ‘지자체장도 처벌 대상 … 울산시, ‘중대재해처벌법’ 27일 시행 집중 점검‘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 또는 공중이용시설 및 공중교통수단을 운영하거나 인체에 해로운 원료나 제조물을 취급하면서 안전 보건 조치 의무를 위반해 중대 재해를 발생시킨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등에 대한 처벌 규정을 주요 내용으로 삼고 있다”며 “경영책임자는 중앙행정기관의 장, 자치단체장, 공공기관의 장을 포함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사는 “울산시는 1월 31일까지 중대산업재해 및 중대시민재해 시설물을 대상으로 안전·보건관리 구축 사항 등을 집중적으로 점검한다”면서 “중대산업재해는 산업안전보건법상 산업재해 중 중대재해를, 중대시민재해는 특정원료·제조물 또는 공중이용시설·공중교통수단의 설계·제조·설치·관리상의 결함으로 발생하는 재해를 말하며,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이 되는 울산지역 공중이용시설은 교량 389곳, 터널 46곳, 건축물 254곳 등 총 1002곳”이라고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이어 1월 26일 KBS울산총국은 유사한 내용을 강조한 기사를 내보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코앞...지자체·공공기관도 비상’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면 안전관리 부실 등으로 공공시설에서 이런 중대 재해가 발생할 경우 지자체장이나 공공기관장이 처벌을 받을 수 있다”면서 “울산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는 교량이나 건축물 등 공공시설물은 모두 950여 곳, 50억 이상의 공공부문 대형 공사 현장도 20곳이 넘는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전북지역은 아직도 중대재해처벌법을 놓고 전북도에서조차 명확하게 책임 범위를 해석하지 못해 비난을 사고 있다.
전북도 “공공 발주 부분은 민간 책임자가 원칙적으로 져야 한다?” 다른 해석

KBS전주총국은 8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지자체마다 해석 ‘제각각’‘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그 실태를 보도했다. 기사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따른 책임자 처벌 범위에 도지사나 시장 같은 자치단체장도 들어가는데, 이를 두고 지자체마다 해석과 대응이 달라 혼란을 빚고 있다”면서 “민간뿐 아니라 공공 부문도 중대 재해의 책임을 지게 되지만 애매한 지점은 지자체가 도급이나 용역을 준 경우에서의 사고 책임”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배포한 해설서를 인용한 기사는 “도급이나 용역 관계에서 예방 책임은 '실질적으로 사업을 지배·운영·관리'하는 자가 진다고 적혀있다”며 “'실질적'이란 표현 자체가 모호하고, 어느 수준의 지시와 의사 결정이 지배와 운영, 관리에 해당하는지도 불명확하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지자체마다 책임 주체에 대한 해석과 대응이 제각각”이라는 기사는 “부산시는 과거 사고 사례까지 법에 대입해 공공 발주 사업에서의 책임성 강화에 나선 반면, 전라북도는 공공 발주 공사는 도급업체가 사고 책임의 주체가 된다며 선을 긋고 있다”고 대조적인 모습을 전했다.
부산시 "시장도 처벌 대상이 된다”
이날 보도에서 조찬희 부산시 산업재해예방TF팀장은 “시장도 처벌 대상이 된다”며 “2019년도에 부산 오페라하우스에서 사망 사고가 한 명 났었는데 이럴 경우 안전관리체계 의무를 지키고 있는지 감독해야 할 의무는 분명히 중대재해처벌법에 적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김양원 전라북도 도민안전실장의 경우 "공공 발주 부분은 민간 책임자가 원칙적으로 (책임을)져야 한다”며 “다만 기본적인 법에서 정한 안전 확보 조건들을 제시해야 한다”고 어물쩍 책임 소재를 만간에 넘겼다. 이에 해당 기사는 “결국 책임 주체에 대한 모호성은 판례가 쌓여야 해결될 거란 게 법조계 관측”이라며 “현장에서의 혼란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며 아직까지 확정되지 않은 시행규칙을 시급히 제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지난 1월부터 시행된 현행 중대재해처벌법에는 ‘위험의 외주화로 인한 책임을 묻기 위해 사업자나 경영책임자가 제3자에게 도급, 용역, 위탁을 맡긴 경우에도 제3자의 사업장 및 그 이용자의 안전을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분명하게 명시돼 있다. 따라서 지자체가 발주한 공사일지라도 도급, 용역, 위탁의 경우 안전의 조치아 책임은 지자체(장)에게 있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해석이지만 전북도의 경우 달리 해석하고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아울러 처벌 조항으로는 ‘안전 조치 의무를 위반하여 사망 사고가 발생한 경우에는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고, 부상자나 질병자가 발생한 중대재해의 경우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고 명시돼 있으며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는 중대 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지역 언론들 송하진 지사 건설현장 점검 대대적 보도...MBN "형식적 점검" 실태 고발 '대조'

이를 의식한 듯 '송하진 전북도지사가 8일 군산시 소재 아파트 공사 현장을 방문해 구조·설계 분야 민간 전문가들과 함께 공사 진행 상황과 안전기준 준수 여부 등을 살피고 사고 예방을 위한 철저한 대비와 주의를 당부했다'는 지역 언론들의 보도가 일제히 눈에 띄었다.
8일과 9일 전북지역 대부분 일간지 및 일부 방송사들은 “중대재해처벌법이 지난달 27일부터 본격화된 가운데 전북도가 아파트 안전사고를 예방하고자 도내 공사 중인 아파트 53개 단지를 집중 점검했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전북도는 민·관합동점검단을 구성해 구조 붕괴에 취약한 동절기 콘크리트 타설 적정 여부를 비롯해 타워크레인 등 현장 시설물의 안전 여부 등에 대해 중점 점검한 결과 광주 사고와 같은 구조적 결함 또는 시공상 중대한 하자 등은 발견되지 않았으나 총 97건의 지적사항을 발견한 뒤 시정을 명령했다”고 덧붙였다. 전북일보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됐지만 전북의 각 자지체는 대응이 더딘 것으로 나타났다"며 준비 부족 상황을 지적한 기사도 함께 내보냈다.

송하진 지사의 이날 군산시 소재 아파트 공사현장 방문 사진도 큼지막하게 함께 내보낸 기사들은 제목과 사진, 내용이 서로 비슷했다. “도민 안전을 도정의 최우선으로 지속적인 정책·제도 정비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는 송 지사 발언도 기사에서 빠지지 않았다.
그러나 지역 언론들의 이러한 긍정적인 보도와는 달리 MBN은 8일 저녁 보도에서 다른 시각으로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윗분 의전이 먼저…30분 만에 끝낸 '보여주기 안전점검'’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방송은 “지자체마다 신축 아파트에 대한 안전점검을 벌이고 있는데 제대로 하고 있는지 기자가 가봤더니, 윗분 의전이 먼저였고 점검은 불과 30분 만에 끝났다”고 보도하면서 전북지역 사례를 들었다.
공사현장 점검한다더니 ‘윗분 의전’ 먼저?

사례 지역은 바로 송 지사가 방문했다고 지역 일간지들이 대대적으로 보도했던 군산지역 공사 현장이었다. 방송은 해당 기사에서 “군산시 건설 분야 공무원들이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 모여 광주 아파트 붕괴 사고 이후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자 안전점검에 나섰다”고 소개하면서 “하지만 공무원들은 고위 간부 의전이 먼저였고 점검 날짜는 시공사에 미리 알려줬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마저도 실제 이뤄진 점검은 30분에 불과했다”는 기사는 “고위 간부가 떠나고 실무자가 남긴 했지만 철근 배치는 도면과 맞는지, 콘크리트 강도는 적정한지 등은 측정하지 않았다”고 밝힌 뒤 “해명은 더 황당했다”고 덧붙였다. 기사는 “장비가 없어서 강도 실험까지는 안 했다”고 지적하면서 “시공사의 관련 서류는 과거에 봤다는 이유로 확인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전라북도가 공사 중인 아파트 50여 곳을 점검했지만 중대한 하자는 발견되지 않았다”는 지역 언론들의 천편일률적인 보도를 무색하게 한 장면이다.
/박주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