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지역 방송이 위기라는 진단은 굉장히 오래되었다. 여전히 지속 가능한 지역 방송의 정상화를 위한 해법 제시되지 않고 있는데, 언론 역시 사회 시스템의 일부다. 한국 사회의 구조적 모순이 언론 제도에도 그대로 반영된다는 의미일 텐데 '서울공화국'이라고 불리는 한국 사회의 구조적 모순, 이것이 해결되지 않는 지역 방송 위기 문제는 온전하게 해결될 수는 없다고 하겠다.

지역 방송 위기, 경영상 위기뿐 아니라 저널리즘 기능 축소되는 것이 더 심각 

박민 소장
박민 참여미디어연구소장(언론학 박사)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지역 방송 정상화에 대한 논의가 지역 방송의 경영 정상화와 경영상의 위기를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에 집중되었던 점은 다소 아쉬운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지역 방송이 처한 위기의 심각성은 경영상의 위기뿐만 아니라 오히려 저널리즘 기능이 축소되는 것에 있다.

특히 방송 외적인 이윤 창출에 집중하는 방송사 위기 대응 방식이 위기를 가속화시키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 방송법은 주파수 자원의 희소성 그리고 방송이 갖고 있는 사회문화적 영향력을 바탕으로 지상파 방송에게 유료 상업방송에 비해서 보다 엄격한 공적 책무를 규정하고 있다.

방송의 공익성과 공공성에 대한 책무는 방송 운영과 내용에서 각종 규제 근거가 되고 있는 이유인데, 이건 지역 지상파 방송이라고 해서 예외일 수 없다. 여론 다양성에 기여한다는 방송의 공공적 책무에 기초해서 공론장으로써 지역 지상파 방송의 역할은 강화될 필요가 있다.

여기서 한 가지 우리가 짚어봐야 할 부분이 있다. 지역사회, 이 지역이라고 하는 공간이 과연 지역 발전에서 이야기되는 단일화 된 공간으로서 우리가 바라보는 게 타당하냐 하는 것이다. 지역사회라고 하는 다양한 이해관계가 경합하는 공간이다. 주류 기득권 세력의 이해관계가 존재하는가 하면 소위 사회적 약자 소수 공론장의 목소리 역시 중요하게 다뤄져야 될 그런 목소리이다. 

전주·익산·군산, 3개 시 지역 의제 압도적...다른 지역 '무의제화' 문제 심각 

그동안 지역 방송을 통해서 주류 기득권 세력의 목소리는 대변되어 왔지만 반대로 시민사회를 대표로 하는 소수자 공론장의 목소리는 상대적으로 소홀히 취급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나오고 있다. 지역의 오랜 숙원 사업이라고 불리는 새만금 사업이나 토건자본의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한 대한방직 및 개발사업 보도 논란에서 보듯이 지역 미디어 역시 지역 기득권 세력의 이해관계를 일방적으로 개진해 왔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결국 지역 방송이 주류 공론장 뿐만 아니라 소수자 공론장에 대한 그런 목소리를 담아내는 통로로써 기능하고 역할을 해야하는 데 여기서 한 가지 더 짚어볼 부분이 있다. 바로 시·군 의지를 외면하는 지역 방송의 모습이다. 2019년 전북 민언련이 지역 방송들의 의지를 분석해 보았다.

지역 방송사들은 전북 전체를 방송 권역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의제를 분석을 해보니까, 전주·익산·군산, 그러니까 소위 3개 시 지역의 의제가 압도적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시·군 지역 의제에 대한 외면, 이것은 무의제화에 대한 지역민들의 의견 조사에서도 확인이 된다. 가장 문제가 많은 부분이 어떤 것이냐고 지역민들에게 설문을 돌려봤을 때 가장 많이 답변 나온 것이 지역 이슈 즉, 시·군 문제에 대해서 외면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는 답변들이 가장 많이 나왔다. 

이런 상황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데, 2021년 하반기로 갈수록 시·군 지역 의제의 비중이 더 낮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다보니 시·군 지역에서 가장 논란이 되고 있고 핫한 이슈가 되고 있는 내용들이 지역 방송을 통해서 보도되지 않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가령 장수군수의 부동산 특혜 의혹 및 부적정한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 논란을 KBS전주총국과 JTV전주방송에서는 리포트 기사를 찾아볼 수 없었다.

전주시에 소재한 제도권 출입처 지나친 의존, 나머지 시·군 지역 이슈 외면 귀결

이는 시·군지역 역시 주류 공론장에서 외면받는 소수자 공론장의 처지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의제 설정의 편향성은 취재원의 편향성과 관련이 되어 있다. 지역 언론들의 의제 편향성, 과도한 제도권 출처 의존율과 독자적인 발언 통로를 확보하지 못하는 시민들의 목소리에 대한 외면 등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전주시에 소재한 제도권 출입처에 대한 지나친 의존은 나머지 시·군 지역 이슈에 대한 외면으로 귀결되기 쉬운데, 인력이 부족하다는 한계를 감안하더라도 취재원의 다양성을 실현하기 위한 지역 방송의 노력이 충분했는지 되짚어볼 대목이 아닌가 싶다. 

내부 식민지로 전락한 지역의 위기, 이 지역의 위기가 내면하던 지역 방송의 위기, 결국 그 해결은 경영상의 위기 극복으로만 나타날 수는 없다. 결국, 공론장으로서 지역 지상파 방송의 역할을 제고하는 것, 이것이 문제 해결의 단초라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주류 공론장에서 배제됐던 다양한 공론장들, 특히 소수 공론장을 매개하는 그리고 중재하는 커뮤니케이션 통로의 기능과 역할을 다했을 때 지역 방송 정상화가 가능하다.

/박민(참여미디어연구소장, 전북민언련 정책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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