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종의 '역사칼럼'

'해 저물어 낙산사에 여장 풀었네
절간 밥상이라 죽순에 나물이었지
노승은 나를 불러 잠 깨우시고
새벽 창밖에 해 뜨는 모습 보라 하시네'
'黃昏投洛山
僧盤雜筍蔌
老衲呼我起
曉窓看日出'
이 싯구는 아계 이산해의 문집 <<아계유고>>(제2권, <기성록(箕城錄)>)에 실린 '기행(紀行)'이란 시의 한 대목입니다. 임진왜란 직후 강원도에 유배 중일 때 쓴 것인데요. 글쓴이 이산해(1539~1609년)는 16세기의 큰 선비요, 북인을 이끈 정치가로 나중에는 영의정까지 지낸 분이지요. 토정 이지함의 조카입니다.
보시는 그림은 우리나라의 실제 경치를 그린 진경산수화의 대가 겸재 정선(1676~1759년)의 작품입니다. 낙산사에서 해 뜨는 광경을 그린 것입니다. 시를 쓴 이산해 보다는 150년쯤 뒤에 낙산사를 방문한 것이고요. 인걸(人傑)이야 세월 따라서 가고 오기 마련입니다마는 산천이야 무슨 변함이 있었을까 싶어요.
설 명절에 가내가 두루 화목하시고요, 임인년에는 나라의 묵은 때를 씻어낼 대통령을 새로 선출하여 시민의 삶이 날로 평안하기를 빕니다. 미신에 의존하는 기득권 세력을 지양(止揚)하고, 새 희망을 선사할 사람이라야겠지요.
/백승종(역사학자, 전 서강대 사학과 교수, 현 한국기술교육대학교 겸임교수)
백승종 객원기자
jbsori@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