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종의 '제주 기행기'(3)

1월 17일부터 21일까지 제주도의 동남쪽 한 귀퉁이에 머물렀습니다. 서귀포까지 다녀온 적도 있었으나 대체로는 그랬습니다. (작년에는 주로 제주도의 서북부에 머물렀고요.) 몇 가지 소감이 없을 수 없지요. 간단히 세 가지만 적어봅니다. (여행을 마무리하는 의미로요.)

첫째, 제주도 인구가 과밀하다는 점입니다. 개발의 열기를 타고 산이건 바다건 사방에 많은 사람이 몰려들고, 새로 집을 짓고, 길마다 자동차가 넘쳐났습니다. 물가도 참 비싸다고 느꼈습니다. 이제는 제주도도 서울 같았습니다. 제 생각에는요, 현재 제주도 인구가 삼분의 일로만 줄어들면 참 좋겠습니다. 그럼 쾌적한 삶, 여유 있는 풍경이 유지될 수 있겠지요.

둘째, 코로나19라는 팬데믹의 영향인지 몰라도 비수기인 겨울임에도 관광객이 넘쳐났습니다. 저 역시 관광객의 한 사람인 것은 맞지만요. 다들 저와 같은 마음으로, 마음의 여유를 얻기 위해 제주도를 찾아온 것 같았어요. 다행히도 지난 몇 년 사이에 제주의 여행 인프라는 좋아졌습니다. 음식도 맛 있고, 카페도 멋졌습니다. 호텔의 아침식사도 제가 기대했던 것보다 수준이 훨씬 높았습니다.

그런데요. 제주 오가는 길에 배편을 이용하였는데 말입니다. 매우 불편하였습니다. 최상급 선박이라고 하지만 일반 객실은 조선시대 수준이지요(바닥에 누워서 가는 정도). 게다가 자동차를 싣고 내리고 하는데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립니다. 고려시대 수준이라고나 할까요. 또, 배안에는 와이파이도 없고, 식사며 음료 등이 총체적으로 부실하였습니다. 개선해야 할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더군요.

끝으로, 제주의 자연 풍광은 정말 위대합니다. 넉장의 사진을 올려둡니다. 아름다운 해변에서, '자연이 이처럼 아름답고 위대하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어요. 하필 저만 그런 생각을 한 것이 아닐 줄 압니다. 일상에 지친 우리에게 위로를 선사하고, 저도 모르는 사이에 망가진 심신을 복원하는, 자연의 강한 힘이 느껴졌습니다.

아직도 많은 여행객은 빡빡한 일정을 만들어, 섬 곳곳을 누비고 다니는 것 같습니다. 일상이 부산했던 것만큼 휴양지에서도 끊임없이 움직이는 모습인데요. 제가 감히 그런 여행 태도를 나무라는 것은 아닙니다마는, 한곳에 머물며 며칠 동안이나마 조용히 자연을 바라보며 하나되는 시간을 누리는 것이 나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가 자연의 정중동을 존중할 때 자연은 우리에게 훨씬 더 아름답고 친절한 모습으로 다가올 것으로 믿거든요. 

/글·사진=백승종(역사학자, 전 서강대 사학과 교수, 현 한국기술교육대학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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