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일의 '길 위에서'

사람과 사람이 만나면 아무래도 남의 얘기를 많이 하게 됩니다. 하지만 되도록 좋은 점만을 얘기하는 것이 도리인 것을 잘 알면서도 돌아서면 남의 허물만 늘어놓아 마치 남의 흉만 보다 끝난 것 같은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무래도 나의 잘못을 끄집어 내주는 사람보다 덮어주는 사람들을 좋아하고, 자기를 비판하는 사람보다 칭찬해주는 사람들을 좋아하는 것이 인지상정일 것입니다. 그러나 공정한 평가도 내리지 않고 무조건 칭찬한다거나 떠받드는 것이 능사는 아닐 것입니다. 조선 후기의 실학자인 이덕무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사람의 마음은 누구나 남이 자기를 떠받드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므로 맨 처음 사귈 때 친애하는 것은 서로가 떠받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귄 지 오래되어 각기 상대방의 과실을 알고 혹시 규잠(規箴)하면 크게 비위를 거슬러 사이가 멀어지게 된다. 그런 까닭에 군자는 겸허함을 귀중히 여기고 끝까지 삼간다. 시경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실려 있다. '시작은 있지만 유종의 미를 거두는 사람은 적다'.“

나를 잘 아는 사람은 나의 결점이 ‘남을 칭찬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어디 칭찬이 입 밖에 나와야 칭찬이겠는가. 내가 보내는 그윽한 눈길, 그것이 칭찬이고 사랑이 아니겠는가 하는 것이 변함없는 내 생각입니다.

변함없는 사랑과 신뢰를 줄 수 있는 몇 사람이 곁에 있다는 것, 그게 행복이 아닐까요? 

/글·사진=신정일(길 위의 인문학 우리 땅 걷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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