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가 새 정부 광고 집행 지표로 도입하겠다고 발표한 신문 열독률 조사 결과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특히 공정성과 신뢰성에 의구심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은 지난달 30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 5만1778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10월 11일부터 12월 3일까지 실시한 ‘2021 신문잡지 이용률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가운데 열독률 조사는 최근 1주일 간 종이신문을 읽은 대상으로 이뤄졌다.
종이신문 발행하지 않은 신문사는 열독률 잡혀 신뢰성 의문
그러나 최근에 종이신문을 발행한 적이 없는 신문사에 열독률 조사 결과가 잡히는가 하면 꾸준히 발행한 신문사 중에 열독률이 아예 잡히지 않는 곳도 나타나 신뢰도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또 유료 구독률은 책정됐지만 열독률은 책정되지 않은 신문사도 있다.
더구나 문체부와 한국ABC협회(ABC협회) 간의 갈등의 앙금이 커지면서 정부 광고 집행 지표로 삼겠다던 열독률 조사에 대한 불신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이번 조사와 관련해 ABC협회는 “한국언론재단이 발표한 ‘2021년도 신문잡지 이용조사 결과’는 문체부가 제기한 ABC협회의 신문 유가부수 조작 의혹이 터무니없음을 스스로 입증했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라고 비판했다.
ABC협회는 “문체부가 지난해 3월 ABC협회가 발표한 2020년도 조선일보, 동아일보, 한겨레신문의 유가부수가 조작됐다고 발표하며, 조선일보 유가부수 116만 2,000부는 실제 65만 6,000부로, 50만부(44%) 정도가 부풀려진 수치라고 주장했다”고 밝혔다.
문체부-한국ABC협회 열독률 놓고 대립·갈등 심화
그러면서 “언론재단이 공개한 조사결과를 보면 조선일보 가구 구독률은 가장 많은 3.3977%로 모집단 2,034만 3,188가구에 대입하면 69만 1,200부”라며 “재단의 조사는 가구 독자만을 대상으로 했을 뿐 사무실이나 영업장 독자를 제외했다”고 지적했다.
ABC협회는 이어 “가구 독자와 영업장 독자 구성비는 신문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50대 50 비율”이라며 “2020년도 ABC협회 조사 때 조선일보의 영업장 구독자 비율은 44%였고, 언론재단의 조선일보 가구 독자 수에 영업장 독자수를 더하면 조선일보 유가부수는 120만부에 달한다”고 강조했다.
ABC협회는 또 “이는 문체부 발표 65만 6,000부 보다 거의 배 이상 많은 반면 ABC협회 공사수치 116만 2,000부와 거의 일치하는 수치”라고 주장했다.
경찰, ‘부수 부풀리기’ 조선일보 신문지국 압수수색...열독률 여전히 1위?

그러나 이 같은 주장과 달리 부수 부풀리기와 관련해 고발된 조선일보에 대해 경찰이 압수수색에 나서 그 결과에 주목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 11월 23일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전날부터 일부 조선일보 신문지국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앞서 지난해 3월 18일 더불어민주당과 열린민주당 국회의원 30여명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조선일보와 ABC협회를 국가보조금법 위반, 사기죄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고발한 의원들은 당시 기자회견에서 “조선일보는 매년 수억원의 신문유통 보조금을 지급받았고 100만부가 넘는 조작된 유가 부수로 100억원에 가까운 정부 광고비를 수령했다”며 고발 이유를 설명했다.
문체부도 지난해 3월 16일 “ABC협회에서 발표한 유가율과 실제 유가율 사이의 상당한 차이를 확인했고 부수공사(인증) 과정 전반의 업무 처리가 불투명했다”며 “협회에 전면적인 개선 조처를 마련하라고 권고했다”고 밝혔다.
문체부가 지국 자료와 인터뷰 등을 통해 조사해보니, 협회가 발표한 성실률(신문사가 보고한 유료부수 대비 실제 유료부수 비율)보다 훨씬 낮은 수치가 나왔기 때문이다. 문체부가 조사한 12개 지국 3개 신문사 평균 성실률은 55.37%로, 협회가 2020년 발표한 3개 신문사의 지국 성실률 평균 91.90%와 큰 차이를 보여 파장이 확대됐다.
그런데 상황이 다시 역전된 모양새다. ABC협회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지난해 12월 30일 발표한 ‘2021년도 신문잡지 이용조사 결과’를 통해 문체부가 제기했던 ABC협회의 신문 유가 부수 조작 의혹이 터무니없음이 입증됐다”며 “문체부의 엄중한 사과를 요구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새 정부 광고 집행 지표 ‘열독률 조사’ 문제 제기 잇따라

ABC협회는 지난달 31일 발표한 ‘언론재단의 신문잡지 이용조사 결과에 대한 ABC협회의 입장’을 통해 “언론재단 조사 결과를 보면 오히려 ABC협회 수치의 정확성이 입증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앞서 문체부는 “조선일보 등 주요 신문의 유가 부수가 부풀려졌을 수 있다”며 ABC협회에 대한 대대적인 사무검사를 벌였고, 이후 ABC협회의 부수 인증 자료 사용 중단 결정을 내린 상태여서 논란과 갈등이 전 신문업계로 확산되는 양태다. 더구나 문체부가 새 정부 광고 집행 지표로 도입하겠다며 발표한 열독률 조사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지역신문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문체부 측은 “기존의 부수 방식에 비해 전국지와 지방지의 차이가 오히려 줄었고, 열독률 조사 결과 신문사들을 다섯 구간으로 나눴는데 구간별 배점 차이가 크지 않아 열독률의 작은 차이가 유의미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언론과 인터뷰에서 “지역지 사이에서도 차별을 둬야 한다고 할 때, 미세한 차이는 있지만 정부광고법에 따라 정부기관이 언론재단에 정부 광고를 의뢰할 때 추가적인 조사를 실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문 열독률 조선·중앙·동아·매경 순...크게 변하지 않아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8주간 전국 만 19세 이상 국민 5만 1,78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1 신문잡지 이용조사' 결과, 제호별 열독율 조사에서 '조선일보'(3.7355%) '중앙일보'(2.4519%), '동아일보'(1.9510%), '매일경제'(0.9760%), '농민신문'(0.7248%), '한겨레'(0.6262%)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보여왔던 조·중·동 3사가 여전히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 것이지만 조사 방법 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신문·잡지 열독률 조사 결과를 놓고 조사 방식과 가중치 부여 등 잘못된 점이 있다는 지적들이 나오고 있다. 가정에 비해 신문 구독 비중이 큰 사무실 등 영업장 실태를 아예 포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가 광고 집행에서 ABC협회 인증 부수를 배제하고 열독률 등을 기준으로 하겠다고 한 상황에서 공정성·신뢰성 논란으로 확대되는 이유다.
지역, 부산일보·매일신문·국제신문·강원일보 순...전북 낮은 수준

신문 열독률 구간별 매체 현황을 살펴보면 1구간은 13개 매체, 2구간은 27개 매체로 나타났다. 1구간에는 강원도민일보, 강원일보, 광주일보, 국제신문, 농민신문, 동아일보, 매일경제, 매일신문, 부산일보, 영남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이상 가나다순)가 이름을 올렸다.
2구간에는 경남신문, 경남일보, 경북매일, 경북일보, 경상일보, 경주신문, 경향신문, 국민일보, 대전일보, 무등일보, 문화일보, 서울신문, 스포츠동아, 스포츠서울, 스포츠조선, 옥천신문, 원주투데이, 일간스포츠, 전남일보, 전북도민일보, 전북일보, 제민일보, 주간 태안신문, 중도일보, 청양신문, 한국경제, 한국일보(이상 가나다순)가 자리했다.
전북지역에서는 전북일보와 전북도민일보가 그나마 2구간에 포함됐다. 전북지역 신문들의 열독률은 전북일보(0.0452), 전북도민일보(0.0299), 새전북신문(0.0116), 전라일보(0.0049), 전민일보(0.0025) 등의 순으로 나타나 다른 지역 일간지들에 비해 비교적 낮은 수준으로 드러났다.
지역 일간지들 중에는 부산, 대구, 강원지역이 높게 나타났다. 그 중에서도 부산일보(0.2796)가 가장 높게 나타났고 뒤를 이어 매일신문(0.1677), 국제신문(0.1485), 강원일보(0.1324) 등의 순으로 지역에서는 유일하게 ‘열독률 0.1%' 이상의 비율을 나타냈다.
한편 지역별 종이신문 열독률에서도 전북은 11.1%로 전국 평균 13.2%에 비해 낮은 수준을 보인 가운데 충남(9.0%), 울산(9.9%)에 이어 세 번째 낮은 지역으로 꼽혔다.
/박주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