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안 벨트를 따라 펼쳐지는 3대 연꽃 향연

화사한 봄에 활짝 만개했던 벚꽃, 유채꽃들이 지고 나니 어느덧 나무들의 푸르른 잎사귀가 부딪히는 계절, 여름이 성큼 다가왔다. 그 푸름 속 안에서 앞 다투어 피는 여름의 꽃, 청순한 연꽃이 우리의 눈을 사로잡는다. 바야흐로 연꽃의 계절이 다가온 것이다. 7월에 피어 8월까지 한 여름 절정을 이루는 연꽃의 향연이 각 지역에서 펼쳐진다. 그 중에서도 부여, 전주, 그리고 무안의 서해안 벨트를 연결하는 연꽃 축제는 가히 절경이라 할 수 있다.

◆부여 서동 연꽃축제

첫 번째 연꽃 여행을 떠날 부여 궁남지에는 백련, 홍련, 수련, 가시연 등 10만여 평 그리고 50여종의 다양한 연꽃을 한 곳에서 감상할 수 있다. 이곳에서는 매년 7월, 서동연꽃축제를 여니 꽃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더할 나위 없는 반가운 소식이지 않을까 싶다.

부여 궁남지는 서동요로도 잘 알려진 백제 무왕이 만든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연못이다. 당시에 궁성의 남쪽에 못을 파고 이십여리 밖에서 물을 끌어다 채웠고, 주변에는 버드나무를 심었다고 한다. 1960년대 복원 했던 궁남지는 원래의 1/3정도의 규모 정도이다.

궁남지는 서동공원 내에 있는데, 공원 입구 문턱을 넘어 안으로 들어가면 산책길이 쭉 펼쳐져 있다. 이 길은 번잡함이 없고 호젓하다. 잠깐 거닐면서 어느새 지쳤던 몸과 마음을 달래기에 꽤나 좋다.

궁남지에 다다랐을 때 광활하게 펼쳐진 연꽃은 백제의 고즈넉한 분위기를 한층 더 느낄 수 있게 한다. 넓은 궁남지 안에 펼쳐진 연꽃은 그야말로 화려하며, 이 화려함을 품은 궁남지는 연꽃의 아름다움을 극대화한다.

잔잔한 연못 가운데 놓인 포룡정과 주변을 따라 심어진 수양버드나무가 연못을 향해 가지를 드리우고 있는 모습이 꽤나 낭만적이다. 초록 옷을 입은 수양버드의 모습은 연꽃의 청초함을 더 한다. 더군다나 궁남지 주변에 높은 산이나 건물 따위는 없기에 하늘과 연못, 그리고 연꽃의 색감을 오롯이 즐길 수 있다는 점에 특별하다.

이곳이 더욱 낭만적인 이유는 아마도 오랜 세월동안 전해져 내려오는 전설 때문이 아닌가 싶다. 백제 사비궁의 남쪽연못이라는 뜻으로 백제 무왕의 시대까지 그 역사를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백제무왕의 탄생설화와 신라의 선화공주와의 사랑이야기를 아는 사람이라면 로맨틱한 연못이 아닌가 싶다.

궁남지가 사랑받는 또 다른 이유는 연못 한 가운데에 놓인 포룡정이 한 몫 한다. 백제 무왕은 연못 한 가운데 중국 전설에 나오는 삼신산의 하나인 방장성산을 모방한 섬을 만들고 정자를 세웠는데, 이 정자가 바로 포륭정이다. 사랑하는 연인들이 포룡정을 향해 다리를 건넌다면 마치 백제시대의 서동과 선화공주인 느낌을 받을 것이다. 특히 노을이 질 무렵 궁남지 물 위를 걸으며 옆 사람의 손을 잡고 시원한 바람이 뺨을 스칠 때 연꽃의 그윽한 향까지 맡으면 신비로움 마저 느껴진다.

활짝 핀 연꽃을 보려면 해가 중천에 떴을 때 보러가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연꽃은 저녁이 되면 꽃잎을 닫는다. 저녁 무렵에 가면 궁남지의 장엄함은 더해지지만 연꽃은 수줍어하듯이 숨어버린다. 하지만 축제 기간 중에는 연꽃만큼이나 화려한 조명이 궁남지의 밤을 더욱 운치 있게 꾸며준다. 서동연꽃축제는 말 그대로 해가 뜨고 질 때까지 하루 종일 즐길 수 있는 축제라 할 수 있다.

봄철 미세먼지로 야외 나들이를 두려워했다면 미세먼지가 사라진 어느 여름날 맑은 하늘과 함께 고풍스러운 백제정원과 수려한 연꽃을 보기 위해 궁남지를 찾아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부여 서동 연꽃축제

축제기간: 2018.07.06 ~ 2018. 07. 15

주소: 충청남도 부여군 부여읍 궁남로 52 서동공원(궁남지 일원)

◆전주 덕진 연꽃축제

부여에서 30-40분 정도 차를 타고 내려오면 또 다른 풍경의 연꽃을 볼 수 있는 전주에 도착한다. 예로부터 전주에는 부성삼화(府城三花)라 하여 아름다운 꽃 3가지를 가리키는 말이 있다. 승암산의 진달래, 다가봉의 이팝나무꽃, 그리고 지금부터 이야기할 덕진공원의 연꽃이다.

연꽃의 향연이 펼쳐지는 덕진호수는 후백제를 건국한 견훤이 도서방위를 위해 늪을 만들었다는 설과 풍수지리설에 연유하여 만들어진 설 등 관상용으로 만들어진 대부분의 연못에 비해 유래가 꽤나 독특하다.

여름의 덕진공원은 드넓은 호수를 품은 채 절반은 홍련으로 가득 차 있다. 100만여 그루의 홍련이 빽빽하게 고개를 내밀고 있는데, 국내 최고의 화방을 자랑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초록빛 물감에 분홍빛 홍련이 수 놓은듯한 풍경은 꼭 한 폭의 수묵화와 같다. 이를 두고 ‘덕진채련’이라고도 불린다하니 전주 8경 중 하나가 맞나보다. 이곳의 연꽃은 홍련으로, 초록빛 잎사귀에 분홍빛 자수를 놓은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덕진공원은 연꽃 뿐 아니라 주위에는 다채로운 꽃과 나무들로 즐비하다. 연꽃만큼 화사한 배롱나무 꽃도 찾아볼 수 있다. 부귀라는 꽃말을 가진 이 배롱나무는 우리 선조들이 부귀영화를 주는 나무라 빋어 양반가에 많이 심어졌다고 한다. 또 수양버들과 창포로 어우러진 덕진공원 연화교의 풍경을 보고 있노라면 걸작을 눈에 담을 수 있다.

전주 덕진공원 3대 볼거리인 연꽃, 연화교(흔들다리), 오리배를 동시에 만끽할 수 있어 해마다 수많은 인파가 몰린다. 덕진공원에 왔다면 빠질 수 없는 게 호수를 가로지르고 있는 연화교 걷기이다. 걸을 때마다 물결이 치듯 흔들거림을 느껴 흔들다리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연화교를 건너다보면 연화정이 보이는데, 그 꼭대기에 올라 덕진공원의 전경을 감상하는 재미 또한 남다르다. 그 곳에서는 빼곡하게 고개를 내밀고 있는 홍련의 자태를 한눈에 담아낼 수 있다.

여기에 오리배까지 탄다면 좀 더 가까이 연꽃의 수려함을 볼 수 있을뿐더러 인파에서 벗어나 느긋하게 이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다. 덤으로 추억과 낭만까지 함께 말이다. 연분홍색으로 물들인 연꽃향기에 취하면서 반짝거리는 호수를 만끽한다면 마음 속 감동이 일렁거릴 것이다.

전주 연꽃 문화제

축제기간: 2018. 7월 중순 무렵

주소: 전라북도 전주시 덕진구 덕진동 2가 1314-4

◆무안 연꽃축제

새하얀 연꽃의 풍경만을 보고 싶다면 매년 여름 무안에 열리는 무안 연꽃축제를 추천한다. 무안군이 주최하는 무안 연꽃축제는 남도의 대표적인 여름축제로서, 단일 연꽃축제로는 전국 최대이다. 10만 평을 가득 채운 초록빛 연잎 사이로 고결함을 드러내듯 하얀 꽃망울을 틔우는 백련을 볼 수 있다.

이 곳 백련지는 순전히 한 사람의 정성에 의해 만들어졌다. 마을에 주민이었던 정수동씨 이야기이다. 그는 우연히 발견한 백련 12주를 이 저수지 가장자리에 심었다고 한다. 그날 밤 꿈에 하늘에서 학 열두 마리가 내려와 앉은 모습이 백련이 피어있는 모습과 같아 그 뒤로 연꽃을 가꾸는데 열의를 다했다고 한다. 그러한 정성이 후대에도 이어져 지금은 동양최대의 백련 자생지가 되었다고 한다. 한사람의 연꽃을 향한 마음이 국내 제일의 생태공원을 탄생시킨 것이다.

이곳에서 자라는 백련은 홍련처럼 화려하게 그 아름다움을 피기보다는 7월부터 9월까지 잎사귀 아래에서 그의 모습을 보일 듯 말 듯 숨바꼭질을 한다. 시차를 두고 오랫동안 즐길 수 있는 백련지의 연꽃은 화려함이 아닌 특유의 고귀한 우아함과 수수한 자태를 자아낸다. 새하얀 백련을 보고 있자면 ‘순결’, ‘청순한 마음’을 가진 연꽃의 꽃말이 백번 공감이 된다. 이곳 백련지에서 연꽃 순백의 고결함을 충분히 감상할 수 있다.

백련지는 저수지 둘레가 3km나 된다. 중간에 가로지르는 길까지 포함한다면 그 곳을 둘러보는 거리만 해도 4km 가까이 되는 것이다. 가히 장관이라 할 수 있겠다. 또 그 거리에 다양한 볼거리와 700여 평 규모의 수생식물 자연학습장이 마련되어 있다. 특히 멸종위기에 있는 가시연꽃과 심연식물 13종, 수변식물 9종, 부유식물 2종 등 다양한 물속 휘기식물을 볼 수 있다, 축제장을 들어 서기 전 하늘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우산 조형물도 눈에 띈다. 색색의 우산 지붕은 무더운 여름에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주기도 하는데, 이는 사람들의 눈을 즐겁게 할 뿐더러 한여름의 뜨거움을 뿜어내는 태양 또한 피할 수 있게 도와준다. 또 곳곳에는 많은 포토존이 마련되어 있어서 사진을 찍기 좋은 곳이 많다. 다양한 볼거리가 많은 이곳 백련지를 한 바퀴 둘러보는 것만 해도 아마 반나절은 족히 걸릴 것이다.

은은하게 펼쳐진 백련의 광야 한가운데에서 다채로운 행사와 함께 여름의 낭만을 담아 가고 싶다면 무안 연꽃축제에 찾아가는 기회를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

무안 연꽃축제

축제기간: 2018. 08. 09 ~ 2018. 08. 12

주소: 전라남도 무안군 일로읍 북룡리 176 회산 백련지

봄이 남녘 매화향으로 시작한다면 무더운 여름의 시작은 그윽한 연꽃향으로 시작하는 건 어떨까? 텁텁한 여름바람을 맞으며 연꽃을 바라본다면 솜사탕처럼 달달한 맛을 느낄 것이다.

불교는 연꽃을 처염상정(處染常淨)이라 표현한다. 진흙탕 속에서 피어나지만 더러운 흙탕물이 묻지 않음을 의미하는 말로, 세상에 물들지 않고 항상 맑은 본성을 간직하며 향기로운 꽃을 피워 세상을 정화한다는 말로 연꽃의 성격을 잘 보여준다. 이는 우리 <사람과 언론>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어느 곳에 서 있더라고 물들지 않고 늘 처음 시작했던 마음을 잃지 않기를 다짐하며 이 글을 마친다. /이지영. <사람과 언론> 2018 창간(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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