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구의 '생각 줍기'

#1. 첫눈
오후에 눈이 올 것 같아 눈 마중을 나왔는데 마침 눈이 내려줍니다. 하늘에서 내리는 눈은 그저 자연현상일 뿐인데 우리들 가슴에 그리움이 남아 있어서 그런지 하얗게 내리는 눈이 우리를 설레게 합니다. 특히 첫눈은 순결해서 축복의 느낌마저 들게 합니다.

고목과 마른 가지에서도 피는 꽃이 바로 눈꽃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눈꽃은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꽃입니다. 눈꽃은 하안 순백의 꽃이라 봄꽃 못지않게 화려함이 묻어나는 꽃입니다.

지금 내리는 눈이 밤새 내려 쌓이면 내일 아침에 맞이하는 세상은 하얀 나라 하얀 세상일 겁니다. 하늘에서 내리는 흰 눈 사이로 시간도 함께 내리는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눈이 내리면 또 한 해가 가기 때문입니다.

#2. 겨울에도 나뭇잎을 떨구지 않는 나무들

요즘 숲에는 낙엽이 지고 난 앙상한 나무들이 많아 나뭇가지 사이로 푸른 하늘을 즐길 수 있는데, 한겨울에도 아직 크고 누런 잎을 달고 있는 나무들이 보이는데 대부분 떡갈나무나 상수리나무로 참나무 종류라고 합니다.

이런 나무들은 잎자루 안에 겨울눈이 숨어있는데 겨울눈을 보호하기 위해 잎이 늦게까지 달려있다고 합니다. 목련 같은 경우에는 가느다란 솜털이 잔뜩 달린 두꺼운 갑옷 껍질로 겨울눈을 보호하는데, 참나무는 나뭇잎이 늦게까지 떨어지지 않고 달려서 겨울눈을 감싸며 겨울눈을 살뜰하게 챙긴답니다.

겨울이 되면 모든 나무들이 다 비움의 철학을 실천하는 건 아닌가 봅니다.
/글·사진=이화구(금융인ㆍCPA 국제공인회계사ㆍ임실문협회원)
이화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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