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종의 '역사칼럼'
존경받는 추장의 아들로 태어나 흑인 최초의 변호사가 된 남아프리카의 아들. 흑백차별의 늪에 빠진 조국을 건지기 위해 비폭력 무저항의 정의로운 투쟁을 벌였고, 그 댓가로 지옥보다 더하다는 악명 높은 감옥에 수감되었던 이.
불사조처럼 살아나 남아프리카의 화해와 평화를 실천한 만델라. 그런 그 역시도 신자유주의의 음모에서 가난한 이웃을 구원하지는 못하였다.
1980년대 독일 유학시절, 나는 죄수 만델라의 이름을 들었다. 점심 식사 시간이면 대학식당의 식탁 위에 즐비하게 뿌려진 그 이름 만델라! 그때부터 그 이름은 내게 가슴 두근거리는 하나의 간절한 소망이었다. 만델라는 남아프리카만의 문제가 아니라, 군사독재에 신음하는 내나라 한국의 고통이었다.
"만델라에게 자유를!"

그런데 자유와 평화는 만델라의 석방만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었다. 남아프리카의 고통도 한국의 시름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 우리의 자유와 평화는 한 위대한 지도자의 목숨보다 훨씬 더 비싼 것이다.

만델라와 같이 한 시대의 역사를 이끈 위대한 지도자마저도 자본주의의 맷돌은 범연하게 갈아마실 수 있음을, 나는 두고두고 기억해야 할는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꼬불한 이 길을 걷고 또 걸어서 과연 '생태적 전환'에 무사히 도달할 것인가를 되묻는 아침.
/백승종(역사학자, 전 서강대 사학과 교수, 현 한국기술교육대학교 겸임교수)
백승종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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