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종의 '역사칼럼'
2021년이 저물기 전에 1980년대의 군사독재자들이 줄줄이 세상을 떠났다. 노태우에 이어서 전두환도 저 세상으로 건너갔으니 말이다. 한 세대의 황혼이 이렇게 저물어간다.
오늘의 정객 김종인을 정치계로 처음 불러낸 것은 전두환이었다. 그런데 그를 자기의 수족으로 삼아서 최측근에 두고 큰 권세를 나누어 준 이는 다름 아닌 노태우였다. 김종인은 두 독재자들의 사환처럼 굴면서 독재 정치에 맛을 들였고, 끝끝내 권력에 대한 향수를 뿌리치지 못하고 나라에 중요한 선거만 치르게 되면 불쑥 나타나서, 그렇지 않아도 흉한 정치판을 더욱 더럽게 만드는 전문적인 협잡꾼이다.
도대체 한국사회는 김 노인에게 무슨 큰 빚을 졌기에, 선거철만 되면 항상 이 노인을 깊숙이 끌어들이는가. 김종인은 박근혜도 쥐고 흔들었고, 안철수도, 문재인도, 반기문도 모두 한번씩은 그의 손끝을 거쳤다. 민주당과 한나라당을 오가며, 김종인 씨는 이른바 자칭 '킹메이커' 노릇을 기꺼이 맡았다. 그가 받는 연금이 안락한 노년을 보내기에 조금이라도 부족할 리도 없는데, 늘 자꾸 나서서 요란을 떠는 모습이 여간 불길하지 않다.
나이를 제아무리 많이 먹어도 사람이 낡은 관습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운가 보다. 늙어도 한참 늙은 김종인 씨가 아직도 정치판을 여기저기 기웃거리고 다니는 것을 보면 실로 한숨이 나온다. 이렇다 할 소신도 없이 스스로 나서 설왕설래, 우왕좌왕하며 한국사회를 구태에 빠뜨리는 이 노인의 퇴장을 권할 자가 이렇게도 없다는 말인가.

한때의 은인이요, 상전이던 전두환도 노태우도 사라진 마당이다. 이제는 우리 시민이 나서서라도 이 노인을 정계에서 완전히 은퇴시켜야하겠다. 권력에 대한 미련이 이렇게도 강한 것일까.
일개 서생이던 김씨에게 정치판에 끼어들게 한 이가 바로 전두환과 노태우였고, 김종인 씨는 독재자들에 부화뇌동하며 여러 해 동안 자신의 잇속을 챙겼다. 그렇게 낡아빠진 노 정객에게 21세기 한국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맡길 필요가 조금이라도 있다는 말인가.
군사독재자의 손때가 묻은 김종인 씨에게 우리가 부탁할 일이 과연 무엇인가. 그가 2022년 대선판에도 개입하여 감히 '감놓아라, 배놓아라'고 훈수하지 못하게 시민들이 제지해야 한다. 김 노인도 이제는 집에서 편히 쉬면서 이후의 세상을 준비할 시간을 충분히 갖도록 우리가 앞장서서 도와주었으면 한다.
이번 대선에 나오는 대통령 후보라면 당적에 관계없이, 김종인 씨의 정치 개입을 천번 만번 절대 사절하기를 촉구하는 바이다.
/백승종(역사학자, 전 서강대 사학과 교수, 현 한국기술교육대학교 겸임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