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종의 '서평'

녹색평론 181호 표지
녹색평론 181호 표지

“고령화”, “출생률 추락”, “지방소멸”

인구 감소와 관련하여 많은 말이 있지요. 우리는 흔히 인구가 감소하는 오늘날의 사회구조 변화를 지켜보며 두려운 마음을 표시하기 일쑤입니다. 좀 더 깊은 의미에서 보아도 인구 감소는 정말 큰 문제일까요.

아마 그것은 문제가 아닐 것입니다. 저는 지금 상식 밖의 이야기를 하는 거지요. 일찍이 <<녹색평론>>(제121호, 2011년 11/12월호)에서 고 김종철 선생은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인구 문제에 관한 김 선생님의 견해는 제 생각과 일치하기 때문에 몇 대목을 그대로 적어봅니다.

“온 세계가 갈수록 인구과잉 문제로 고뇌가 깊어지는 상황에서, 한국경제의 활력을 위해 인구증가가 계속돼야 한다는 것은 비현실적이기도 하지만, 명백히 비윤리적인 사고방식이다. 세계 전역에 걸쳐 인간생존의 토대가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는 현실을 생각한다면, 어디서든 인구가 줄어드는 것은 기본적으로 환영해야 할 일임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 문제는 인구 감소 자체가 아니라, 왜 지금 한국사회에서 출산저하 현상이 심해지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그렇습니다. 문제는 우리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을 바라보는 방식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결함은 경제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입니다. 김 종철 선생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지요.

“갈수록 심화되는 환경-자원-에너지 위기를 극복하는 것은 고사하고, 최소한도의 기초적 생존-생활도 불가능해지는 날이 곧 다가올 게 분명하다. 재생 불가능한 자원과 에너지에 의존하여 무한한 경제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믿는 것은 참으로 어이없는 착각이자 망념이다.”

그런데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요. 무한한 경제성장을 약속하는 정치가만 시의원, 국회의원, 시장, 도지사 그리고 대통령으로 뽑는 등의 어처구니없는 짓을 되풀이하고 있어요. 그들은 본능적으로 무한 성장을 추구하는 기업의 심부름꾼일 따름입니다. 기업 특히 대기업의 작동방식은 어떤 것인지요. 이 문제 역시 김 선생님과 저는 의견이 똑같습니다. 다시 김 선생님의 말씀을 인용합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 운운하는 것은 사실 무의미한 말이다. 기업에 의한 기부, 지원, 자선사업이란 것도 결국은 더 많은 이윤 확보를 겨냥한 간접적인 투자행위일 뿐이다. 오늘날 기업 쪽에서 볼 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소비자의 존재이지 더 많은 노동자의 존재는 분명 아니다. (...) 고용문제의 전망은 실로 암담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대기업에 의존하는 현재의 경제, 사회, 정치 문화구조로는 우리의 세상살이가 나아질 전망은 전혀 없다고 보아도 틀리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럼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요. 김종철 선생님은 하나의 해결책으로 다음과 같은 주장을 합니다.

“지금까지 산업사회의 주류였던 방법, 즉 대규모 산업시스템 속에서 일자리와 생계를 구하는 것을 그만두고, 소규모 지역 중심, 자립적 생산-생활 협동체들을 광범하게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그리하여 그 틀 속에서 태양에너지에 기반을 둔 순환경제를 구축하면 되는 것이다.”

고 김종철 선생
고 김종철 선생

마지막 부분에서 김 선생님은 저와 의견이 좀 다르기는 합니다. 제가 보기에는 우리 사회는 인구과잉이 심합니다. 우리 인구는 자급자족을 충족하기에는 적정선보다 3-4배가 많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현재 대한민국의 총인구가 1000만 명대라면 모를까 5천만 명이나 되는 현재로서는 지역 중심만으로는 결코 순환경제를 구축하기가 불가능하다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김 선생님의 자급 자족적 순환경제론이 지나치게 이상적인 전망이라고 여기는 것입니다.

그런데요. 미래사회에 관한 전망 부분에서는 김 선생님과 약간의 견해 차이가 있으나, 인구 문제의 원인을 진단하고 또 우리 사회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과잉 산업화에서 찾는다는 점에서는 아무런 차이가 없습니다.

불행히도 작년(2020년)에 김종철 선생님께서 갑자기 세상을 떠나셨고, 그로부터 불과 1년밖에 지나지 않은 지금 선생님의 분신인 <<녹색평론>>이 잠정적 휴간을 결정하였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뜻있는 시민들의 관심 속에서 <<녹색평론>>이 새롭게 부활하기를 소망합니다. “기후 위기”의 현실을 고려할 때 이 잡지가 추구해온 생태주의적 관점은, 어두운 밤 망망대해를 항해하는 우리를 인도하는 등대와도 같기 때문입니다. 

/백승종(역사학자, 전 서강대 사학과 교수, 현 한국기술교육대학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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