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뿌리 지역언론 돋보기]
김제시가 침수 피해를 막기 위해 200억원 가까이 투자한 시설이 제 역할을 못해 무용지물이란 지적과 함께 선심성 예산 집행을 남발하고 있다는 비난이 잇따라 불거져 나오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재선을 노리는 시장과 시의원들의 치적 쌓기 또는 얼굴 내밀기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풀뿌리 지역 언론인 ‘김제시민의신문’이 일반기사와 칼럼 등에서 이러한 문제점을 지적해 시선을 끌었다.
가동되지 않은 140억원짜리 우수저류시설?

‘요촌동 일부 구간 침수, 200억 들였으나 위기 땐 '무용지물’’란 4일 기사에서 신문은 “140여억원을 들여 지은 시내권 우수저류시설은 지난 2015년 준공 이후 한 차례도 가동되지 않았고, 원활한 배수를 위해 35억원을 투입한 하수암거 정비사업은 관리 부실 등으로 기능을 못 해 요촌동 일대가 침수되는 피해가 났다”고 보도했다.
기사는 이어 “인구 밀집도가 높은 시내권 침수시 자동으로 작동 되도록 140여억원을 투입한 우수저류시설이 제때 작동하지 않아 지난 8월 24일과 9월 1일 각각 하천 범람 위기와 중앙초등학교사거리 인근이 빗물에 침수되는 등 한바탕 난리를 겪었다“며 ”위급한 순간을 위해 설치비 및 보수공사 등 총 200억 가까이 들여 준비했음에도 막상 뚜껑 열어보니 무용지물이 된 셈이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문제점은 지난달 19일 김제시의회에서도 제기됐다. 김주택 시의원은 이날 5분 발언을 통해 시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제언을 통해 설치 후 단 한번도 가동된 적 없는 요촌지구 우수저류시설과 지난해 7월 착공된 중앙초등학교 사거리부터 구산 사거리까지의 하수암거 정비공사의 문제점 등을 지적했다.
이에 기사는 ”김제시 담당부서에 확인해 본 결과, 보상문제와 사유지에 무단으로 공사를 실시하는 등 설치 단계부터 우여곡절을 겪었던 요촌지구 우수저류시설의 경우 지난 2015년 준공 이후 단 한 차례도 가동되지 않았던 것을 확인했다“고 밝혀 심각한 시 예산 낭비의 실상을 드러냈다.
”35억원 투입한 하수암거 공사현장도 문제 투성이“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하수암거 정비공사를 끝마친 구간에서 천정이 떨어져 나가는 등 하자가 발견됐다“는 기사는 ”이번에 침수된 구간은 시가 지난해 35억원에 들여 하수암거 정비공사를 진행한 구간으로 문제가 된 구간(541m)은 공사가 완료됐고, 남아 있는 현재 구간(64m)은 지상 건축물 안전 등급과 민원으로 인해 잠정 중지된 상태“라고 추가로 밝혔다.
기사는 또 ”하지만 실제 본지가 하수암거 공사현장으로 들어가 확인해 본 결과 시가 정비를 완료했다는 구간 곳곳에는 각종 슬러지와 모래 등이 쌓여 배수가 원활하기 못한 상황에 이르렀고 일부 구간은 천정이 떨어져 나가 콘크리트 사이로 산화된 철근이 그대로 노출돼 있는가 하면, 또 다른 일부 벽면은 조그마한 충격에도 쉽게 부서져 나갔으며, 급격히 줄어드는 통수단면에는 각종 통신선 등의 지하매설물로 인해 상류 대비 통수단면이 50%가량 줄어들어 배수에 장해가 있음을 확인했다“고 사진과 함께 보도했다.
더욱 황당한 것은 이에 대한 김제시의 반응이다. 기사에서 시 관계자는 "하수관거에 물이 가득 차 범람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면서 "아무래도 낙엽 및 쓰레기 등이 지상에서부터 빗물의 유입을 방해해 침수가 일어났을 것으로 보고 정확한 원인을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김제시의 예산 낭비 사례는 이 외에도 많다. 김제시민의신문 홍성근 편집국장은 이와 관련 ‘살림 망해먹으려고 작정했나’란 제목의 칼럼으로 시선을 끌었다.
“김제시, 살림 망해먹으려고 작정했나?”
지난 9월 13일 김제시의회 소회의실에서 열린 의원 간담회를 취재하고 나서 느낀 소회를 밝힌 칼럼에서 그는 “김제시 행정을 알면 알수록 걱정이 태산이지만, 유독 한심스러운 것은 각종 건물 신축과 한없이 증가되는 사업비”라며 “박준배 시장 취임 이후 추진되고 있는 몇 가지 사업을 보면 농업인회관 건립은 당초 계획보다 17억원이 늘어났고, 당초 30억이 소요된다던 농악전통체험관도 사업비가 44억으로 증가하더니 최근엔 53억으로 늘었으며, 25억으로 시작된 금산면종합체육관 신축도 35억으로 늘더니 또 5억을 추가해 40억이 됐다”고 개탄했다.
이어서 칼럼은 “26억원을 세웠던 용지면행정복지센터 신축도 7억원이 늘더니 이후 더 추가됐고, 당초 시비를 30억원만 투입한다던 서울장학숙도 결국 시비 46억을 투입했다”면서 “ 사실상 실패가 뻔한 서예문화전시관도 총사업비가 50억원이라더니 65억으로 늘어나고, 이번엔 50억을 추가해 무려 105억 5,000만원으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서예문화전시관은 지난해부터 '송하진 도지사의 가문 우상화 사업 아니냐'는 지적을 받아왔던 사업이다. 신문은 지난해 5월 9일 ‘송하진 도지사 가문 우상화 사업 하나?’란 제목의 기사에서 "재정자립도가 10%도 못 미치는 가난한 도시에 수십억원을 들여 건물을 세우면 관리는 누가 할 것이며, 유지·보수비용은 또 누가 지불할 것이냐"고 의문을 제기한 뒤 "송하진 도지사의 부친인 강암 송성용선생을 위한 전시관을 세우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면서 “줄곧 반대를 외치던 시의원들은 서예문화전시관 관련 예산에 전원 찬성으로 원안 가결시켜버렸다”고 꼬집었다.
다시 부각되는 ‘송하진 도지사 가문 우상화 사업’
신문은 당시 기사에서 “서예문화전시관이 지어지면 건축비와 토지구입비 외에도 집기비품 구입비용을 비롯해 관리사무원, 청원경찰, 학예사 등의 인건비와 각종 공과금이 지출돼야 한다”며 “건축비와 투지구입비, 집기비품 구입비는 일회성 지출이라 해도 매년 고정적으로 지출되는 인건비 및 각종 관리비 등은 또 다시 시민들에게 짐이다”고 덧붙였다.
김제서예문화전시관은 김제시 성산 및 향교 일원 2244㎡ 부지면적에 지하 1층, 지상 2층(연면적 2000㎡, 각 667㎡) 현대식 규모로 전시실과 수장고, 강의실, 체험관 등을 갖추게 된다. 올해 공사를 시작해 2023년 완공 목표를 계획하고 있다.
이 외에도 홍 국장은 “농악전통체험관과 서예문화전시관은 착공도 하기전에 사업비를 증액했으니 완공까지는 또 얼마나 많은 시민의 혈세가 투입될 지 한숨이 절로 나온다”며 “지평선산단 다목적복합센터도 27억원을 들여 지상 2층(연면적 990㎡)의 관리사를 신축한다더니 연면적을 늘리면서 13억원의 증액을 요구했었고, 이용자의 접근성을 무시한 채 강행하고 있는 가족센터 건립도 32억원을 투입해 2022년 11월까지 완공한다는 계획이지만, 8억원을 증액했다”고 지적했다.
“눈 부릅뜨고 그나마 덜 도둑놈을 골라 찍자”
착공도 전에 사업비가 느는 곳이 있다는 문제점도 제기됐다. 홍 국장은 칼럼에서 “국민체육센터와 벽골제 다목적체육관도 그새 돈 먹는 하마가 되고 있다”면서 “멀쩡한 기존의 수영장을 없애고 새로 수영장을 만들겠다며 추진됐던 생활밀착형 국민체육센터 건립 사업비도 시작은 100억원이었는데 이후 112억 5,000만원으로 늘려놓고 설계까지 마쳤으면서, 다시 50억을 추가해 162억 5,000만원을 투입하겠다면 또 다시 돈들여 설계를 다시 하겠다는 말인데 우왕좌왕 행정이 참으로 가관이다”고 비판했다.
홍 국장은 또한 “김제는 망하든 말든 시장은 내 돈 들어가는게 아니니 생색만 내면 그만이고, 시의원들 역시 표만 얻으면 그만인 상황이 계속 반복되고 있다”며 “미래에 대한 비전은 없고 돈잔치에만 빠져있는 정치인들의 생색내기가 지속되는 동안 인구는 감소하고 있고, 지방세 수입 마저 줄어들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소멸위기 김제시'라는 말이 가슴을 아프게 한다”고 일갈했다.
“눈 부릅뜨고 그나마 덜 도둑놈을 골라 찍자”고 칼럼 말미에서 던진 그의 말이 무겁고 아프게 다가온다.
/박주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