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바쁜 일상을 끝마치고 무거운 몸을 이끌고 집에 도착해, 상쾌한 샤워로 가벼워진 몸에 시원한 황금빛 맥주가 목구멍으로 들어갈 때의 감정을 상상해보자. 2,500원으로 행할 수 있는 그 어떤 것보다 가장 행복한 가치가 있는 순간이라고 필자는 느낀다. 그리고 맥주와 함께 보는 재미있는 영화는 그 가치 있는 시간을 두 시간 더 연장시켜 준다.
우리에게 공통적인 행복감을 선사해주는 맥주와 영화엔 또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 그건 바로 다양한 장르이자 종류. 스릴러, 멜로, 엑션 등 장르마다 확연히 달라지는 영화처럼 라거, 에일, 필스너 등 맥주 종류에 따라 맥주 역시 그 맛은 천지차이이다. 따라서 우리가 맥주와 영화를 선택하는데 깊은 고민에 빠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필자는 이 기사를 통해 독자들에게 영화와 맥주 그 결정의 방향성을 새롭게 제시해보고자 한다.
그 첫번째 영화, 바로 ‘쇼생크 탈출’이다. 1994년 개봉한 이 영화는 지금까지 우리에게 깊은 교훈과 열정을 끊임없이 상기시켜주는 세기의 명작으로 남아있다. 이 영화를 보고 기억나는 대표적인 장면들이 꽤 있을 것이다. 그 중 가장 유명한 장면은 단연 앤디가 인고의 시간 끝에 탈옥에 성공하고 비를 맞으며 하늘을 향해 팔을 벌려 자유를 만끽하는 장면이겠지만 자유를 또다른 만끽하는 명장면이 존재한다.
마치 자유인처럼 앉아 햇빛을 받으며 맥주를...
쇼생크 탈출 속 죄수들이 자유를 느낄 수 있게 해준 맥주는 바로 ‘Stroh’s Bohemian’이라는 맥주이다. 죄수들이 시원하게 자유를 들이키는 장면을 본다면 손에 든 맥주룰 자연스럽게 입에 절로 가져다 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Stroh’s Bohemian 맥주는 여름날 시원하게 마시기 딱 알맞은 체코 필스너 스타일의 맥주인데 잘 조화된 보리맛과 엄선된 특별한 홉의 매력적인 쓴맛과 복잡한 향이 특징이다. 그러나 이 맥주는 시중에서 구하기 힘들기에 그 대체로 또다른 체코 필스너인 ‘필스너 우르켈’을 추천하고자 한다.
필스너 우르켈은 맥주를 시원한 맛으로 먹는 사람들에겐 취향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진한 홉의 향과 혀에서부터 오는 맥주의 깊은 쓴맛 그리고 홉에서 나오는 특유의 풀 냄새와 유사한 향은 쇼생크라는 또다른 사회 속 각 죄수들이 나름의 방식으로 적응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대변하듯 복잡한 맛을 풍긴다.
특히 필스너 우르켈 특유의 쓴 맛은 죄수들이 쓴 맥주를 마시지만 자유를 느끼는 감정처럼, 홉의 맛은 쓰지만 그 안에서 우르켈만의 매력을 느끼며 행복감을 선사해주는 것이 큰 공통점이다.
불현듯 쇼생크 탈출이 생각나는 밤 또는, 필스너 우르켈이 생가나는 밤에 서로의 안주가 되어주는 것은 어떨까. 이 영화와 맥주가 내는 조합은 각각이 갖고 있는 고유한 감성을 더욱 극대화할 것이다. 필자가 선택한 ‘필스너 우르켈’로 먹는 안주는 바로 ‘쇼생크 탈출’’이다.
/나윤호 시민기자(대학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