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구의 '생각 줍기'

작년에 환갑을 맞이 했을 때는 육십갑자를 죽지 않고 다 돌아서 그런지 좋았는데 금년 여름 진갑을 맞이하고 보니 슬프고 우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돌아가신 부모님 생각도 나고 말이다. 옛말에 환갑 진갑 다 지나고 나면 낙이 없다고 해서 그런지 남들은 백세 인생을 노래하는데 나는 슬펐다.

슬픈 이유가 나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백세 인생을 누리지 못할 거 같았기 때문이다. 사주에 주워진 나의 운명줄은 74세로 나온다. 난 사주에 맞춰 사는 것처럼 사주와 실제 인생살이가 딱 맞아 떨어진다. 74세면 앞으로 12년 남았다. 충분한 시간이다. 내가 공부하고 있는 화엄의 세계를 파악할 수 있는 시간으로 12년이면 다소 부족할지 몰라도 섭섭할 건 없을 거 같다.

오늘 저녁 익산에 사는 친구가 서울에 왔길래 만나 소주 한잔 하면서 얘기를 들어보니 정년을 하고 속된 말로 놀기도 뭐하고 하니 도배를 배우러 학원을 다니기 위해 상경을 했다고 한다. 우리 때(79학번) 전주시 인문계 12개교의 대학 진학율이 남자는 56.0%, 여자는 49.7%였다. 전주는 교육 도시라 그런지 진학율이 괘 높은 편이었다.

남자 56.0% 비율에 나는 진학을 포기하고 취업의 길에 들어섰기 때문에 나는 포함되지 않았다. 그중에서 우수한 학생들 약 350명은 소위 서울 SKY로 갔고, 나머지는 도내 대학에 갔던 거 같다. 당시 전북대도 의대의 경우는 실력이 상당한 친구들이 들어갔다.

전북대 의대를 제외하고 당시 합격점 기준으로 보면 전북대 치대, 원광대 한의대, 전북대 상대, 법대, 사대 그리고 원광대 약대, 치대 순으로 들어간 것 같다. 원광대 의대는 81학번부터 신설했기 때문에 우리 때는 없었다. 이렇게 보면 당시 인문계 문과 출신 중 전북 상대에 들어간 친구들은 어께에 힘 좀 넣고 다녔을 것 같다.

그런데 상대 출신들이 취업을 하고 나서 보면 직장에서 생명이 긴 거 같지는 않은 거 같다. 주로 금융기관에 근무하다 보니 조기에 명예퇴직을 해서 그런 거 같다. 익산에서 올라온 이 친구도 전북상대를 나온 친구로 직업에 귀천이 없다고는 하나 인생이 참 씁쓸하다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나이 들어 늙어서 힘든 노동일 하는 게 힘들거 같아서 그렇다. 2년 전쯤 페친 한 분이 60세 이전의 삶과 60세 이후의 삶은 좀 달라져야 한다며 글을 올린 게 있었는데 당시 나도 읽어 보고는 느낀 바가 많았다.

그래서 환갑 진갑이 지난 나도 현재 영성의 삶을 꿈꾸며 종교 관련 서적들을 벗삼아 공부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참선이나 명상을 통해 나의 전생도 들여다 보고 다음 생에 다시 이승에 오면 어떤 삶을 살아갈 건가에 대하여 고민하고 그런 길을 찾아보고 싶다.

비록 남들은 백세인생을 노래하지만 나는 명줄이 짧을 거 같으니 백세 인생을 노래할 게 아니라 영생을 찾아아 할 것 같다. 인생 60세가 넘으면 영성으로 백세를 넘어 영생의 삶을 살아야 하지 않나 싶다. 그래서 내가 찾은 방편이 바로 화엄의 세계에 빠져드는 것이다.

그리고 이승에서 화엄의 세계를 공부하면서 습을 많이 쌓아서 다음 생에는 불가와 인연 깊은 집안에 태어나 조기에 출가해서 수행자의 삶을 살아보는 게 위에서 말한 내가 찾고 있는 꿈인지도 모르겠다.

물론 선지식을 만나기 위해서는 제도권에 들어가 종교적인 영성생활을 체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꼭 제도권이 아니라도 자기에 맞는 종교와 관련 서적들을 읽으면서 제도권은 나중에 들어가도 될 것 같다.

내가 읽은 글을 올린 어느 페이스북 친구는 크리스찬(Christian)으로 하나님과의 만남을 통해 영성의 삶을 살아가고 계신 분이었다. 세상에는 다양한 종교가 있다. 그러기 때문에 자기에게 맞는 종교를 선택하면 된다. 어차피 앞으로 지구상의 수많은 종교는 하나의 종교로 회통하게 되어 있다.

나 같은 경우 40대에 내발로 성당에 찾아가 6개월 교육을 받고 당시 영세를 받기 위해 성당에 가서 신부님 앞에서 결혼식도 다시 치렀다. 그리고 지금은 고인이 되신 김수환 추기경님 앞에서 견진성사도 직접 받았다.

그 이후 나도 나이가 들어가면서 고대사 관련 역사서적이나 동양철학 그리고 다양한 종교와 관련된 서적들을 접하면서 새로운 종교와 관련된 세상을 접하면서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는 부처의 가르침이 좋다는 생각에 그동안 불교 관련 서적들을 구입하는데 투자한 돈만 족히 천만원은 될 것이다.

나도 불가의 가름침이 좋아서 지금 불도를 공부하고 있지만 이보다 더 낫은 가르침이 있으면 언제든지 다시 그 가르침을 찾아갈 것이다. 불교 특히 화엄의 세계를 알기 위한 책에 대한 투자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화엄과 관련된 두꺼운 서적만도 권수로는 30여 권은 되는 것 같다.

화엄의 세계만큼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를 대변하는 방대한 분량의 경전은 없다. 화엄을 깊이 공부하면서 느낀 점은 화엄을 통하여 화엄과 회통되지 않은 종교나 가름침은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다. 우리가 잘 아는 한국 최고의 선지식으로 학승이셨던 탄허 스님은 유교, 불교, 도교, 기독교를 회통시킨 분으로 유명하고, 기독교계 출신의 김흥호 목사님도 유.불.도.기 4교를 회통하신 분으로 유명하다.

특히 내가 관심을 가진 분야는 유가의 최고 경전인 주역과 화엄의 회통 그리고 화엄과 우리 민족의 경전인 천부경과의 회통 그리고 화엄과 수운 선생의 동학사상과의 회통 등에 관심이 많다. 수운 선생의 동학사상과 화엄의 회통은 시인 김지하 선생께서 연구하신 바 있고, 화엄과 주역과의 회통은 중국에서 당나라 때 연구하신 선사들이 몇 분 계신다.

지욱선사는 불교의 선과 주역을 회통시켜 '주역선해'라는 불후의 명작을 남겼고, 당나라 때 인물인 이통현 장자는 '신화엄경론'을 통하여 그리고 청량지관 선사는 '화엄경소초'를 통하여 화엄과 주역의 회통을 상당히 심도있게 연구한 바 있다.

한국에서는 스님 한 분이 화엄의 12연기와 천부경의 사상을 회통시켜 주목을 받고 있다. 나도 내년에 은퇴하고 나면 화엄과 우리 민족의 경전인 천부경을 엮어 책을 한 귄 써보고 싶은 생각이다. 지하철에서 글을 다듬다 보니 자꾸 내릴 역을 지나치고 있다. 그래도 오랜만에 반가운 친구를 만나 술을 몇잔 마셨더니 기분은 좋다. 

/글·사진=이화구(금융인ㆍCPA 국제공인회계사ㆍ임실문협회원)

저작권자 © 전북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