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매년 이 무렵이면 전국 각 지자제 공금고 수주를 위한 금융권 경쟁이 치열하다. 전국 지자체의 2021년 예산 총계는 약 366조원(기금 제외)에 이르고 있는 가운데 공금고 유치를 위해 시중은행과 농협은행, 지방은행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북지역도 예외는 아니다. 매년 전북도와 전북도교육청을 비롯해 14개 시·군의 10조원 이상에 달하는 공금고를 유치하기 위해 치열한 수주 경쟁을 은행권들이 사활을 걸고 펼쳐왔다. 올해도 전북지역 공금고 약정기간이 만료돼 새로 금고 운영기관을 선정하는 곳은 전북도와 전북도교육청, 익산시, 고창군 등 4곳이다.
전북도교육청 4조원 교육금고 농협은행 선정, 전북은행 '고배'

전북에서는 교육금고가 가장 먼저 선정 금융기관을 확정했다. 특별회계와 기금 등을 합해 모두 3조 5,955억여원에 달하는 전북도교육청이 금융기관을 농협은행으로 선정했다.
27일 전북도교육청은 '향후 4년간 자금을 관리할 교육금고로 농협은행이 우선지정 대상 은행으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도교육청은 최근 지정 심의위원회를 열고 전북은행과 농협은행이 제출한 교육금고 신청 제안서를 평가한 결과도 공개했다.
평가의 주요 내용은 금융기관의 대내외적 신용도 및 재무구조 안정성, 교육청에 대한 대출 및 예금금리, 교육 수요자 및 교육기관의 이용 편의성 등 6개 항목의 19개 세부항목이다. 그 결과, 농협은행이 869.80점, 전북은행이 861.35점을 얻어 총점이 높은 농협은행이 교육금고 우선지정 대상으로 선정됐다.
이로써 농협은행은 지난 4년에 이어 앞으로 4년 동안 4조원 가량의 전북교육금고를 운영하게 된다. 농협은 내년 1월 1일부터 2025년 12월 31일까지 교육비특별회계 소관 현금 출납․보관, 세입금 수납 및 세출금 지급, 여유자금 예치 관리 등의 업무를 추진하게 된다.
전북교육청은 금고 약정기간이 올해 12월 말로 만료됨에 따라 그동안 설명회와 교육금고 지정 신청 접수 등의 절차를 진행해왔다. 이 가운데 농협은행과 향토은행인 전북은행 간 치열한 경쟁이 펼쳐졌으나 이번에도 전북은행은 고배를 마셔 향토은행의 자존심을 구겼다.
전북도 및 시·군 금고 수주경쟁 치열, 농협-전북은행 '2파전'

그러나 더 큰 공금고가 아직 남아 있다. 연간 8조원대 자금을 운영할 전북도 금고를 차지하기 위한 양 금융기관의 경쟁은 더욱 치열할 전망이다. 특히 지난 6월 '전북도 금고지정 및 운영에 관한 조례'가 일부 개정되면서 최종 금고 선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올 연말 3년 동안의 금고 계약기간이 만료되는 전북도와 일부 시·군들은 차기 금고 지정을 위한 절차를 준비 중이다. 지자체들은 교육금고와 달리 3년 단위로 약정기간이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올해 만료되는 곳은 전북도와 익산시, 고창군 3곳. 나머지 시·군들은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약정 만료 기간이 제각각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전북도 금고에 금융권은 가장 관심이 크다. 전북도 금고는 1954년 이후 46년 동안 줄곧 시중은행인 제일은행이 맡아 관리해 왔다. 그러다 지난 2000년 전북은행으로 바뀌어 운영해오다 다시 2004년 12월부터 농협이 맡아 현재까지 1금고를 관리하고 있다. 농협이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을 제치고 16년가량 독식하고 있는 셈이다.
공공금고로 지정된 금융기관은 소관 현금 및 유가증권의 출납 및 보관, 세입금의 수납과 세출금의 지급, 여유자금 예치 및 관리 등 다양한 업무를 담당하게 된다. 전북도 등 지자체와 도교육청의 경우 해마다 예산이 늘면서 한해 예산을 합하면 모두 15조원에 달하는 금고를 운영하는 것이어서 금융기관은 사활을 건 유치 전쟁을 매년 펼치고 있다.
농협, 전북지역 공금고 독식...전북은행, 경쟁서 밀려

농협은행은 현재 전북도교육청 외에도 전북도를 비롯한 14개 시·군 중 전주시를 제외한 나머지 시군의 제1금고를 관리하고 있다. 전북은행은 전주시 1금고와 11개 시·군에서 2금고를 운영하면서 1금고의 탈환을 노리고 있다.
이러한 양 금융기관의 공금고 유치 경쟁은 업무관리 능력 외에도 지역 기여도와 인재 발굴 노력 등 공공성과 사회적 책임을 중시하는 금융기관이란 평가를 받기 위해 평상시에도 보이지 않는 전쟁을 펼칠 정도로 치열하다.
특히 전북은행은 향토기업으로 지역 금고 관리 및 지자체와 맞춤형 수행 능력, 보안 능력의 우수성 등을 강점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대부분 공금고 중 일반회계인 1금고를 농협은행이 대부분 맡고 있고, 특별회계와 기금의 2금고를 전북은행이 맡고 있는 상황이다.
공금고 선정은 심의위원회 평가 결과 최고 점수를 획득한 금융기관이 지정받고 있지만 전북의 경우 향토은행인 전북은행이 지역에서 거대 자본력을 지닌 농협과 금고 경쟁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같은 원인은 지자체 금고 유치에 혈안이 된 은행들 간 출연금 경쟁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최근 지자체 금고 선정 기준을 변경하고 지역 대외 협력사업비 비중이 낮아지도록 하고 있지만 각 지자체들은 약정기간이 만료될 경우 금융기관들에게 필수적인 사항 외에도 많은 대외적인 사항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총족시키기 위한 금융기관들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하다는 지적이다.
한 금융기관 관계자는 “전북지역의 경우 현재 전주를 제외하고 모든 시·군의 1금고를 농협은행이 맡고 2금고를 전북은행이 맡고 있으나, 광주시와 부산시 등 타 지역은 광주은행과 부산은행 등 해당 지방은행이 대부분 1금고를 맡고 있다”며 “어느 지역이나 공금고 유치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지만 전북은 지방은행에 비해 농협은행이 우세한 것만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8조원 전북도 금고, ‘수성-탈환’ 놓고 농협-전북은행 치열한 경쟁

이런 상황에서 전북은행은 전북도 금고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올해 전북도 예산 규모는 일반회계 7조 1,315억원, 특별회계 8,824억원, 기금 7,586억원 등 총 8조 7,725억원 규모다.
현재 농협은행이 1금고인 일반회계를, 전북은행이 2금고인 특별회계와 기금을 맡고 있는 가운데 올해 말 약정기간 종료를 앞두고 전북도는 늦어도 10월 중에 금고 지정을 위한 경쟁 입찰 공고를 낼 예정이다. 금고 선정은 공고 절차와 사전 설명회, 금융기관의 신청서 접수, 도 금고 지정 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최종 1·2금고를 결정한다.
앞서 지난 6월 전북도는 '전북도 금고지정 및 운영에 관한 조례'를 일부 개정해 평가 기준 등을 변경했다. 우선 금고 지정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평가 대상 금융기관과 이해 관계가 있는 심의위원은 제외하고 금고 지정에 참여한 금융기관의 순위와 총점을 공개하는 규정을 신설했다.
평가항목 및 배점기준도 변경됐다. '전북도에 대한 대출 및 예금금리' 배점이 기존 18점에서 22점으로 상향되고 '금고업무 관리능력'이 19점에서 22점으로 조정됐다. 반면 '금융기관의 대내외적 신용도 및 재무구조의 안정성'이 33점에서 26점으로 낮아졌다. '지역사회 기여 및 도와의 협력사업'은 9점에서 7점으로 변경됐다. '유동성 커버리지 비율(1점)'과 '정기예금 만기 이후 적용금리(2점), '지역 재투자 실적(2점) 등 새로운 평가 항목도 신설됐다.
이를 바탕으로 전북도는 10월 중에 금고 지정 입찰 공고를 내고 금고지정 심의위원회 심의를 통해 차기 운영 금고를 확정할 계획이어서 농협과 전북은행은 ‘수성’과 ‘탈환’을 놓고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국회 "지자체 금고 약정 이율 공고 의무화" 개정안 발의 ‘주목’
하지만 공금고 운영을 금융기관에 맡겼다고 해서 모두 끝난 것이 아니다. 이를 관리하고 문제점 발생 시 보완 및 책임을 져야하는 것은 결국 해당 지자체 또는 기관이다.
특히 예치할 예산 중 현금 등에 대한 약정 이율이 공고 사항에 누락되거나 금고를 지정하고 변경하는 중요한 기준이 불명확하다는 지적과 함께, 약정 이율에 대한 적정성 문제가 발생할 경우 주민들이 제대로 인지하기 어려운 실정이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더불어민주당 조오섭 의원(광주 북구갑, 국토위·예결위)은 지자체 금고의 약정이율 적정성 확보를 위한 '지자체 금고 재정건전법(지방회계법 일부개정안)'을 지난 12일 대표 발의해 주목을 끌었다. 조 의원에 따르면 최근 나라살림연구소가 발표한 '전국 지방자치단체 금고 공공예금 이자수입 현황'을 분석한 결과 전국 지자체의 2021년 예산 총계는 365.7조원(기금 제외)에 이르고 이는 금고로 지정된 은행에 예치돼 운용되고 있다.
앞서 2019년 회계연도 전국 243개 지자체 금고 평균 잔액(66.9조원), 공공예금 이자수입(1.12조원)으로 이자율은 1.66%로 나타났다. 이자율이 0%대는 경북 경산시(0.8%) 등 5곳, 1∼2%는 190곳, 2∼3%는 46곳, 3%이상은 2곳으로 지자체별로 천차만별인 실정이다.
해당 지자체장 입김 작용 가능성 커

특히 현행법은 지자체가 현금과 유가증권의 출납, 보관 등 업무를 위해 은행 등을 금고로 지정하고 이러한 금고를 지정하거나 변경할 경우 지정, 변경, 약정기간, 자기자본비율 등 주요한 사항을 공고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공금고 선정 시 해당 지자체장 또는 기관장의 입김이 작용할 가능성을 시사해 준 대목이다.
따라서 이번 개정안은 지자체장이 금고를 지정·변경할 때 현금 등의 예치에 대한 약정 이율 공고를 의무화함으로써 적정성을 확보하고 현금 운용에 대한 신뢰성을 높이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분석이다. 조 의원은 법안 제출과 관련해 "법안이 통과될 경우 금고의 적정 약정 이율 공고는 지방의회의 금고 심의기능 강화와 투명성 제고를 통해 재정 건전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며 "열악한 지방재정을 개선하는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발도 만만치 않다. 당장 금융권 관계자들은 “공금고의 약정 이율을 의무화하는 것은 여간 부담 요인이 아니다"며 "법안이 통과돼 시행이 된다면 적지 않은 불만과 또 다른 로비가 상당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관련 법안 통과·시행 전에 공금고 유치 경쟁에 따른 부작용 또는 비리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검토 및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박주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