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성의 '이슈 체크'

대통령 선거가 6개월도 채 남지 않았다. 여·야 정당 내 경선과 정당 간 경쟁이 격화하면서 민심도 술렁이고 있다. 코로나 여파는 전 방위로 국민 모두를 힘겹게 만들고 있다. 답답한 일상은 변화의 욕구로 이어지고 있다. 바이러스가 정권을 갈아치우는 기현상도 보인다.

미국의 트럼프가 무릎을 꿇었고 중남미의 많은 국가가 정권 교체에 직면하고 있다. 16년간 집권한 메르켈 총리의 독일 기독교민주연합(기민련)도 사회민주당(사민당)에 자리를 내줄 처지에 있다. 말레이시아 총리는 코로나 책임을 지고 아예 직을 내던지기에 이르렀다. 우리나라도 민심은 벌써부터 정권교체로 무게 중심이 옮겨가고 있다.

남북관계, 한·미 진보-보수정당 간 엇갈린 역사

      한국의 역대 대통령 사진들(자료사진)
      한국의 역대 대통령 사진들(자료사진)

최근 20여 년간 미국의 집권 정당과 우리의 남북관계를 살펴보면 참으로 운이 따르지 않았다. 미국이 진보정권이면 우리 쪽은 보수정권이, 반대로 우리가 진보정권이면 미국 쪽이 보수정권으로 엇갈렸다. 김대중 ‧ 노무현 대통령 시기(1998.2~2008.2)에 우리나라는 미국의 민주당과 잠시 호흡을 맞추었을 뿐, 곧 전쟁광으로 불린 공화당의 부시(George Walker Bush, 재임 2001.1 ~ 2009.1)로 이어졌다.

민주당의 오바마로 정권이 바뀌어 남북관계가 진전되길 기대했지만 우리 쪽은 이명박 ‧ 박근혜 대통령(2008.2~2017.3)의 보수정권으로 이어졌다. 철지난 흡수통일에 매달린 보수정권 집권에 한미 정권 간 엇박자까지 더하면서 남북관계는 파탄 났다. 금강산 관광이 중단되고 개성공단이 폐쇄된 것이다.

미국은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를 뇌까리며 한국의 보수정권이 기대한 무관심과 막대한 무기 수출로 짭짤한 잇속을 챙겼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은 노벨평화상까지 미리 거머쥐면서도 한국의 보수정권 덕에 임기 내내 남북관계 해법 찾기에는 뒷짐을 졌다.

박근혜 탄핵으로 (더불어)민주당의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했지만 미국은 2017년 1월 공화당의 트럼프가 취임했다. 한국의 민주당, 미국의 공화당 간에 어깃장이 시작된 것이다. 그의 기행(奇行)은 미국과 남북관계마저 거래인지 외교인지 혼동케 했다. 이 땅은 트럼프의 즉흥적인 행보에 희비를 거듭했고 남북관계는 깊은 수렁에 빠져 들어갔다.

트럼프는 단임으로 단명하고 말았다. 그리고 올해 1월 민주당의 바이든이 취임했다. 집권당의 이름도 같은 민주당이다. 미국의 민주당은 남북관계를 놓고 새 판짜기에 나선 즈음, 이 땅은 진보-보수의 대결로 들어섰다. 내년 3월 9일은 이 땅의 진보정권이든 보수정권이든, 둘 중 한 곳이 미국의 민주당 정권과 손발을 맞춰가는 역사적 순간이 될 것이다. 가장 좋은 조합은 한·미 진보정권 간 만남이 아니고 무엇이랴!

미국과 북한 대화 파트너 결정할 대선...중요

미국 군함의 성조기(자료사진)
미국 군함의 성조기(자료사진)

대선 후보 간 경쟁이 격화하고 있다. 후보의 자질과 도덕성 검증이 후보 간 비방전으로 치닫고 있다. 경선을 앞둔 당장의 득표 때문에 네거티브 공세가 두드러진다. 남북문제 해결책은 본선에서나 선보일 것 같다.

야당의 일부 유력 후보들은 경선 면접과정에서 남북 불간섭주의(홍준표)와 같은 보수 색채 짙은 언설에 그쳤다. 여당의 후보들은 현 정부의 기조를 바탕으로 남북관계의 진전을 이룰 나름의 대안을 내비쳤다.

하지만 취임 1년차를 맞은 바이든 미 대통령은 아프간 수렁으로부터 빨리 탈출하고자 뭔가를 진행하고 있다. 남북문제가 그중 하나다. 최근 한·미·일 북핵 수석대표 협의차 방문한 성김 미국 대북특별대표는 비핵화의 진전과 관계없이 대북 인도적 지원을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미국이 북한에 적대적인 의도가 없다고도 강조했다. 미국은 대화의 파트너가 어느 당, 어느 후보가 될지 지켜보고 있다. 적어도 남북관계만큼은 새롭게 들어설 새 정부의 수준에 맞게 조율될 것이다. 보수정당이면 현상유지요, 진보정당이면 좀 더 진전을 이루지 않을까.

이런 와중에 북한은 한·미 연합훈련에 반발하며 순항 미사일과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우리는 세계에서 7번째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의 개발에 성공했음을 과시했다. 하지만 북한의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남북 관계가 파괴될 수 있다고 으름장만 놨을 뿐이다. 더 이상의 악화는 서로가 원하지 않는다. 북한도 내년 3월 이후 대화의 파트너가 누가, 어느 당이 될지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남북관계 해법, 한·미 외교 궁합...서로 맞아야

바이든 행정부는 오바마 시절의 전략적 인내주의에 머물지 않고 트럼프-김정은의 싱가포르 선언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북-미 간 대화에 나름의 의지를 보인 것이다. 이 같은 외교기조는 우리로서는 천만다행이다. 당이 다르고 널뛰기를 거듭한 공화당 트럼프의 행보였지만 진전된 만큼은 인정받은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군사분계선에서 처음 만나 악수하고 있다. (| 한국공동사진기자단 제공)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군사분계선에서 처음 만나 악수하고 있다.(한국공동사진기자단 제공)

아울러 한발 더 나아가고자하는 의도까지 읽힌다. 이 때문에 미국 정부로선 내년 3월에 판가름 날 남한의 수장이 누구일지, 어느 정당일지가 중요하다. 우리 입장에서 볼 때도 미국을 기존의 무기장사꾼으로 머무르게 할 지, 동북아의 평화촉진 기여자로 변신하게 할지 중요한 순간이다.

미국은 어느 후보, 어느 정당이 들어서도 남는 장사다. 세계 상위권에 속한 무기수입국이 남한이니까(최근 10년간 미국무기 수입액 4위). 그렇지만 남북관계가 더 진전되는데 기여한다면 동북아 평화촉진자로 명분까지 얻게 되니 더 남는 장사가 된다.

미국의 대통령 임기는 4년에 중임 가능, 한국은 5년 단임이다. 한-미간 남북문제 외교의 엇박자는 임기가 다르기 때문에 빚어지고 있다. 이는 숙명이다. 그런데 내년 3월 대선은 한-미 모두 중간에 정권 변화 없이 향후 4년간 남북관계를 풀어갈 파트너가 결정되는 순간이다. 보기 드문 4년의 기회이다. 

진보정권의 집권 어렵다면, 유력 야당 후보는 반드시 진보적이어야 

이미 미국은 진보성향의 민주당으로 결정돼 있으니 해답은 우리 쪽에 달려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집권하면 궁합이 맞을 것이요, 야당이 집권하면 어긋나게 된다. 그러기에 내년 3월 대선은 진보정권이 집권해야할 당위성과 필요성을 갖는다. 야당이 집권하면 어떻게 될까. 무익한 4년이 된다.

지금의 민심은 정권교체로 쏠리고 있다. 코로나로 일상이 지겹고 힘겨운 유권자들이 변화를 바라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당, 후보 간 우열과는 상관없이 정권교체를 바라는 민심은 정권유지보다도 훨씬 높다. 이는 전 세계적인 추세다. 보수언론이 여론을 주도하는 우리나라에서는 언론의 ‘정권교체 프레임’도 강하게 작동되고 있다.

진보정권의 집권이 어렵다면, 유력 야당 후보는 반드시 진보적이어야 한다. 무익한 4년, 잃어버린 4년이 되지 않기 위해서다. 여든 야든 대선정국에서 대북정책은 보다 실질적이고 파격적이어야 한다. 남북관계는 ‘조중동’ 논조 수준이 남한 국민들의 평균 정서가 아님을 미국의 정계에도 보여줘야 한다.

북핵 문제는 핵을 보유한 현실을 인정하고 해법을 푸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미국의 일방적인 대중(對中) 압박 외교에도 쓴 소리를 내야한다. 무기 구매도 미국 중심에서 탈피하고 수입 선을 다변화해야 한다. 이번 대선과정에서 혁신적이고 진보적 사고를 지닌 여야 후보 간 대권 경쟁이 국내외적으로 관심과 흥미와 긴장을 유발시켜야 한다. 21세기 우리나라의 달라진 위상을 대선과정에서 전 세계에 드러내야 한다.

진보 후보의 적합·필요조건

제18 대통령 선거 후보 벽보(자료사진)
제18 대통령 선거 후보 벽보(자료사진)

분단국가인 이 땅의 진보정당 후보, 보수정당의 진보성향의 후보는 먼저 국가보안법 폐지를 당당하게 공약해야한다. 대일 항쟁기(일제 강점기) 독립전쟁을 막으려 제정한 법이 지금껏 존재하면서 분단을 고착화하는 힘으로 작동한다는 것은 시대의 비극이다. 사상의 자유를 근본적으로 틀어막는 악법이기에 유엔 등 국제사회에서도 수없이 폐지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분단도 서러운데 통일 논의마저 가로막고 있다. 나이든 보수층의 표 때문에 법 폐지를 주저해서 안 된다. 대선정국은 설득의 공론장이 되어야 한다. 보수 정당에서도 진보 후보가 법 폐지를 공약한다면 오히려 더 설득력이 있고 갈등도 최소화될 수 있다.

둘째, 남북교류를 즉각 개시해야 하고 그 일정표를 제시해야한다. 국제사회 제재란 게 미국의 제재와 동일하다. 미국의 남북관련 외교정책이 곧 유엔에 모두 반영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제재사항이 아님에도 남한이 알아서 교류를 트지 않고 있다는데 있다.

미국이 남북교류를 허용하는 범위는 우리하기에 달려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결정한 5.24조치(2010년 천안함 사건으로 개성공단을 제외한 남북교역 금지)는 남한 측이 철회하면 된다. 박근혜 대통령의 개성공단 전면 중단선언(2016년)도 법률적 근거 없는 결정이었으니 백지화하면 된다. 

북한, 고립시키는 것보다 개방시키는 것이 전쟁 위험 줄이는데 더 효율적 

문재인 대통령(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청와대 제공)

셋째. 북핵 문제는 ‘현 수준 동결(凍結)’을 바탕으로 협상에 나서야 한다. 이미 보유한 핵을 비핵화라는 비현실적인 대안으로 덮을 수 없다. 한 발짝의 진전을 이룰 수 없고 오히려 군사적 긴장만 부추긴다. 미국 정치권도 북한의 비핵화가 더 이상 카드가 될 수 없다고 보는 이가 늘어나고 있다. 핵 확산 금지 조약(NPT) 체제에서 핵 보유가 인정된 국가는 미국 ‧ 러시아 ‧ 중국 ‧ 영국 ‧ 프랑스 5개국뿐이다.

인도 ‧ 파키스탄 ‧ 이스라엘 세 나라는 NPT 체제 밖에서 핵 개발에 성공해 사실상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고 있다. 핵 위험 때문에 세 나라가 국제사회로부터 따돌림 당하지 않는 것은 물론 더욱 번영을 구가하고 있다. 북한을 고립시키는 것보다 개방시키는 것이 전쟁 위험을 줄이는데 더 효율적이다. 그런 남북한은 세계적인 투자가들이 말하듯 ‘세계에서 가장 자극적인 나라’(짐 로저스)가 될 것이다.

국가보안법 폐지와 남북교류의 즉각적인 개시, 북핵문제 타결은 남한 사회에 깊숙이 박힌 종양을 제거하는 대수술이 될 것이다. 거기에 기생하고 있는 보수 우익과 보수언론, 그리고 그들과 끈끈하게 손잡은 검찰 등 법조 기득권 세력의 퇴행이 더 이상 우리 사회의 진전을 막아서지 못할 것이다. 그 여파는 역사를 거꾸로 되돌리려는 친일 세력의 침몰과 무의식까지 지배하는 식민지 근성도 말끔히 지우는 혁명적인 변화로 이끌 것이다. 

/김명성 논설위원(전 KBS전주총국 보도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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