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일의 '길 위에서'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아침 바람이 제법 쌀쌀합니다.
어제가 다르고 오늘이 다른 저 바람 비가 내리고 개다가 보면 가을은 성큼 우리들 가슴에 파고들겠지요.
기다리지 않아도 기다림이 없어도 오고 가는 그 세월의 틈바구니에서 우리들은 그저 휩쓸려가다가 어느 순간에 마치 풍랑에 좌초되는 돛단배처럼 그렇게 부서지고 말지도 모르는데.

그대여 보라,
나뭇잎 속의 꽃을
그 아름다움인들 몇 해일까?
오늘은 사람의 손 두려워 하지만
내일 아침에는 누구에게 쏠릴 것인가!
가여워라,
저 아리땁고 예쁜 (정情)도 해가 흘러 어느새 늙고 마나니,
이 세상사람 저 꽃에 비한다면
꽃다운 그 얼굴 어이 오래 갈 것인가! -한산시 중에서-

아무도 내일을 장담할 수가 없듯 왔는지 떠났는지도 모르게 스쳐지나간 길손처럼 우리들 역시 그렇게 지나가는 나그네인지도 모릅니다.
그것을 모르는 사람들은 없을 터인데, 세상은 항상 아수라장입니다.
/글·사진=신정일(길 위의 인문학 우리 땅 걷기 대표)
신정일 객원기자
jbsori@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