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일의 '길 위에서'

한 사람 한 사람이 우주라고 여기면서도 그 하나의 우주가 일으키는 풍파가 너무 클 때에 사람의 마음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곰곰이 생각하지만 도무지 알 수 없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사람의 마음 속을 안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사람의 마음 속을 알려고 하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어떻게 하면 사람의 마음 속을 알 수 있을까?

“사람을 관찰하는 데는 눈동자만큼 정확한 것은 없다. 눈동자는 마음 속의 사악(邪惡)함을 숨기지 못한다. 마음이 올바르면 눈동자는 맑고 마음이 비뚤어져 있으면 눈동자는 탁해 보인다.

상대가 말하는 것을 들음과 동시에 눈동자를 보면 상대의 정체를 바로 알 수 있다. 숨기려고 해도 숨길 수가 없는 것이다.“

<맹자>에 실린 사람을 관찰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세상이 복잡해지면서 눈동자로도, 목소리로도 사람의 본성을 파악할 수가 없다. 본래의 모습을 그대로 지니고 있던 옛날과 달리 성형이네 뭐네 해서 그 본래의 모습을 지니고 있지 않은 사람도 많을뿐더러 사람을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애매해져 버렸기 때문이다.

아무리 오래 살았어도 알 수가 없고 눈동자나 목소리로도 제대로 분별할 수가 없는 사람의 마음, 살아갈수록 어려운 것이 사람의 마음을 아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아서라, 알 수 없는 사람의 마음보다 세상의 아름다움이나 간파하자. 

/사진·글=신정일(길 위의 인문학 우리 땅 걷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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