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뿌리 지역언론 돋보기]

행정 예산은 주민의 혈세다. 따라서 행정기관은 예산 집행에 앞서 신중하게 계획하고 낭비 요인은 없는지 꼼꼼히 따져보며 집행할 의무가 있다. 주민의 혈세이기 때문에 잘못 집행됐을 경우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또 주민을 대신하여 지방의회는 혈세가 제대로 집행되는지 철저히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에 주저하지 않아야 한다. 그런데 최근 전북지역 지자체들의 선심성 또는 전시성 사업으로 인한 예산 낭비 사례가 부쩢 잦다. 

내년에 치를 굵직한 대선과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어서 그럴까. 이러한 사례들이 자주 눈에 띈다. 심지어 혈세를 특정인을 위한 생색내기용으로 집행하거나 잘못 집행하여 환경을 훼손함으로써 빈축을 사는 사례도 있다. 두 지역의 사례가 풀뿌리 지역언론에 포착됐다.

#1. 고창군, 주민 혈세로 트로트 가수 진성 ‘보릿고개’ 노래비 설치 논란 

고창해피데이 9월 1일 기사(홈페이지 갈무리)
고창해피데이 9월 1일 기사(홈페이지 갈무리)

먼저 <주간해피데이>는 지난달 30일 '지역홍보인가? 군민위로인가? 예산낭비인가?'란 제목의 기사를 내보내 시선을 끌었다.

자세히 보니 트로트 가수 진성의 ‘보릿고개’ 노래비 설치를 놓고 고창군이 3,000만원의 예산을 편성한 것이 논란이 된 내용이다. 

기사에 따르면  트로트 가수 ‘진성’의 ‘보릿고개’ 노래비가 지난 6월경 고창 공음면 학원관광농원 안에 세워졌다. 이를 위해 고창군은 올해 본예산에 3,000만원(군비)을 편성, 노래비 제작·설치에 2,200만원이 투입됐고 노래비 제막식에 나머지 비용이 투입될 예정이라고 한다. 

기사는 "지난해 12월 본예산 심사 당시 백재욱 문화예술과장은 '소위 트로트계의 비티에스(BTS)라고 하는 진성씨는 고창에서 어린시절을 보냈다'며 '대표곡인 보릿고개 노래비를 설치하여 군민들에게 어려웠던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아울러 현재 트로트에 푹빠진 나라에 사는 군민들에게 다소나마 위안이 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함'이라며 노래비 설치 이유를 밝혔다"고 전했다. 

"현재 우리나라 국민들이 트로트에 빠져 있는데, 진성의 노래비를 고창에 설치하면 군민들에게 다소나마 위안이 된다는 논리를 강조했다"고 기사는 덧붙였다. 

"군청이나 유 군수는 진성에게 무엇을 바래는 것일까?" 

기사는 이어 "작년 10월 ‘고창군민의 날’ 행사에는 진성씨에게 명예군민증을 수여했다"는 기사는 "하지만 진성씨는 명예군민증 수여식에 참석하지 않아 논란이 되기도 했다"고 밝혔다. 

기사는 또 "고창군민도 아니고, 고창군의원도 아니고, 진성측도 아니라면, 남은 것은 고창군청이나 결정권자인 유기상 군수의 요구라고 추정할 수밖에 없다"면서 다음과 같은 의구심을 제기했다.

논란이 일고 있는 '보릿고개' 노래비(출처: 고창해피데이)
논란이 일고 있는 '보릿고개' 노래비(출처: 고창해피데이)

"군청이나 유 군수는 진성에게 무엇을 바래는 것일까? 진성이 그를 홍보해 주기를 바래는 것인가? 군청이나 유 군수는 빚을 낼만큼 예산도 부족한데, 군민들의 요청도 없는 노래비를 설치한 의도가 무엇인가?" 

신문은 또 기사에서 "고창군은 올해 본예산을 편성하면서 세입이 모자라 200억원의 빚을 냈다"며 세입에 맞춰 사업을 하는 대신 빚을 지고 사업을 늘리는 쪽을 선택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사는 말미에서 "고창군민 내에서 진성의 노래비를 설치하려는 움직임도 없었고 사전에 군민과의 공감대나 군민들의 요청도 없었다"며 "기념비를 설치하면서도 그것을 기념하려는 군민들이 없었다"고 비판했다. 

이처럼 한 트로트 가수의 노래비를 혈세로 설치하면서 군은 주민들과 군의회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아 '독선적 행정'이란 비난을 사고 있다.

#2. 용궐산 하늘길, 한자 즐비...“순창군민으로서 참담한 심정”

열린순창 9월 1일 기사(홈페이지 갈무리)
열린순창 9월 1일 기사(홈페이지 갈무리)

순창의 용궐산 암벽 곳곳에 ‘溪山無盡(계산무진)’, ‘龍飛鳳舞(용비봉무)’, ‘智者樂水 仁者樂山(지자요수 인자요산)’, ‘第一江山(제일강산)’ 등 한자가 새겨져 환경 훼손 논란이 일고 있다.

‘용궐산 하늘길’을 관광 명소로 만들겠다며 순창군이 혈세를 들여 최근 새겨 넣은 것이다. <열린순창>이 최근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짚었다. 

신문은 기사에서 "취재하며 만난 한 군민은 이렇게 호소했다"며 “순창군민으로서 자연을 파괴한 행위에 참담한 심정입니다. 조상들이 물려준 소중한 자연유산을 보존하면서 개발하는 건 얼마든지 가능한 시대입니다. 우리가 조선시대에 사는 것도 아니고. 먼 훗날 후손들이 암벽에 한자를 새긴 우리들을 욕할 겁니다”고 대신 전했다. 

또 1일 김민성 가인김병로연구회 사무이사는 신문의 논단에서 "용이 거처한 성스러운 산이라는 용궐산(龍闕山)의 바위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고사성어 한자 새기기가 계속 진행되고 있다"면서 "문제의 장소는 데크 작업을 마친 하늘길 잔도(棧道)부터 시작된다"고 포문을 열었다.

용궐산 바위에 새겨진 한자들(출처: 열린순창)
용궐산 바위에 새겨진 한자들(출처: 열린순창)

그러면서 "참으로 가관인 것은 한자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면 고사성어의 뜻을 파악하는데 난해하거니와 흘림체 초서로 새겨 한자 자체를 식별하기 어렵다"며 "더 큰 문제는 순창군민, 동계주민들도 거의 모른 채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순창군은 당장 환경 훼손 중단하라” 

이어 "어느 누가 어떤 권한으로 대자연에 허락 없이 손상을 가한단 말인가. 최소한 동계 면민 공청회라도 해야 했다"는 필자는 "바위에 글 새기는 작업 당장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또한 최육상 편집국장은 "순창군민으로서 참담한 심정"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용궐산 암벽 곳곳에 새겨진 한자를 사진과 함께 보도하기도 했다.

이처럼 혈세 낭비 논란이 일고 있는 고창과 순창은 천혜의 자연환경이 잘 보존된 지역들이다. 또 이러한 자연환경을 관광자원으로 접목시켜 우수한 문화와 명소들이 풍부한 지역이다. 그런데 행정의 독선적인 발상과 전시성 행정이 주민들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어 안타깝다.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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