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종의 '서평'
閑靖少言(한정소언),
不慕榮利(불모영리)
好讀書(호독서),
不求甚解(불구심해)
한가하고 편안하게 생활하며 말을 줄이고, 영화와 이익을 바라지 않는다. 책 읽기를 좋아하나, 깊이 따지려 하지는 않는다.
도연명(陶淵明), <오류선생전(五柳先生傳)>
해설:
나이가 들면 눈은 어두워지나 심안(心眼)은 밝아진다. 이럴 때엔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고 여유 있고 자유롭게 글을 읽는 것도 현명한 독서법의 하나일 듯하다. 김영 교수님의 <<시민을 위한 한문강의>>(한울, 2021)에 나오는 한구절입니다. 과연 옳은 말씀이지요.
세속적인 명예와 이익에 구속되지도 않고 남의 해석에 연연하지도 않으며, 그저 한가한 마음으로 책뚜껑을 열었다 닫으며, 그렇게 바람처럼 흐르는 물처럼 살 수도 있는 것이겠지요.
저는 늘 "시민의 역사가"로 살기를 바라는 사람입니다마는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다행히도 우리 곁에는 "시민의 신학자" 김근수 선생도 있고요, <<시민을 위한 한문 강의>>를 내주신 김영 선생님도 계십니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김영 선생님을 "시민의 인문학자"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선생님은 문학을 가르치는 대학교수로서 많은 제자를 길러내기도 하셨지만, 우리 사회의 악습을 뜯어고치는데 누구보다 앞장서 활동하시는 어른이시지요.
세상을 밝히는 촛불 같으신 분인데요, 지금은 사회적 협동조합인 '한강'의 고문 역할도 맡고 계신 줄로 압니다. 아침이 밝아오기 시작할 때, 또는 잠자리에 들기 전에 <<시민을 위한 한문 강의>>를 펼쳐 한두 대목만 읽고 잠시 묵상하는 것도 참 좋을 것 같습니다.
"책 읽기를 좋아하나, 깊이 따지려 하지는 않는다."
오늘 아침 제 가슴에 잔잔한 물결을 일으키는 아름다운 구절입니다.
/백승종(역사학자, 전 서강대 사학과 교수, 현 한국기술교육대학교 겸임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