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성의 '이슈 체크'

         아프가니스탄 국기
         아프가니스탄 국기

미군이 20년 만에 전격 철수한 아프가니스탄. 세계인의 관심은 안전한 탈출과 반인권적 보복에 쏠려 있다. 그러나 세 가지 관전 포인트로 지금의 사태를 조망해보자.

우리나라 역사와 연관성이 높다는 사실, 중국에게 재앙이 될 수 있는 신장 위구르 소수 민족의 독립요구, 그리고 우리에겐 기회가 될 수 있는 우리 민족의 터전, 만주 땅(동북3성)의 경제영토 편입 가능성이다.

모든 역사는 현재사(contemporary history)라고 하지 않았던가(크로체). 즉 역사는 지금의 눈으로 현재의 문제에 비추어 과거의 일들을 평가하는 것이다. 아프가니스탄 사태를 지금의 눈으로 현재의 문제에 비추어 찬찬히 풀어가 보자.

고조선과 동맹관계 맺은 흉노의 후예 위구르

아프가니스탄 지도
아프가니스탄 지도

성균관 박사인 단재 신채호 선생은 “조선민족이 분화하여 조선 선비 여진 몽골 등이 되고, 흉노족이 분화하여 돌궐 헝가리 터키 등이 되었다”고 밝혔다. 또한 조선민족과 흉노족이 상고시대에 동일한 어족으로 상호작용이 많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고조선과 흉노는 군사적 동맹관계를 맺고 중국의 통일 왕조인 한(漢)과 대립했다.

흉노의 후예인 돌궐 제국도 고구려와 동맹을 유지하며 수, 당나라와 맞서 싸웠다. 두 민족이 동서로 나뉘어져 헤어진 지 천 3백년이 지나 다시 만난 때는 6.25 한국전쟁이었다. 이때도 적대국은 중국. 터키는 지상군 2만여 명을 우리나라에 파병했다.

터키와 중국은 애증관계에 있다. 터키 정부가 중국의 신장 위구루 자치구에서 위구루인 백 만 명 이상이 집단수용소와 감옥에서 고문과 세뇌를 당하고 있다며 수용소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위구르인은 터키와 동일한 돌궐족의 후예로 혈연적으로나 문화적으로 매우 가깝다. 터키와 중국의 관계는 좋지만 위구르족의 인권 문제만큼은 민감하다.

같은 위구르족은 아프가니스탄에서도 살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에는 위구르족 외에도 터키계 민족이 수두룩하다. 탈레반의 주류인 파슈툰족은 이란계다. 한때 세계를 주무른 오스만 제국이었던 터키는 혈연적으로 가까운 중앙아시아 일대 ‘탄’자가 붙은 나라들을 모아 정상회담을 갖는다. 경제공동체로 다져나가는 디딤돌이다.

미군의 철수, 중국에게는 재앙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갑작스런 미군 철수로 미국이 궁지에 몰리고 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상황은 반전된다. 불똥은 중국으로 튈 것이 분명하다. 탈레반의 잔인함을 뛰어넘는 중국의 신장 위구르족 탄압이 전 세계에 주목을 받게 된다. 백만 명을 가둬놓은 수용소나 출산율을 떨어뜨리려고 벌이는 여성의 강제 불임수술과 낙태는 몇몇 사례에 불과하다. 미국은 ‘대량학살’이라고 비난한다.

중국 신장 위구르자치구의 분리 독립운동을 벌이는 단체는 ‘동투르키스탄 이슬람운동'(ETIM) 세력이다. 이들은 독립국가 이름을 ’동쪽에 있는 또 다른 터키땅‘이라는 뜻으로 동투르키스탄을 표방한다. 아프가니스탄은 영국에 이어 구 소련과 최근의 미국까지 오랜 전쟁 끝에 모두 내쫓았다.

아프가니스탄과 맞대고 있는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구는 중국 전체 면적의 6분의 1을 차지한다. 막대한 지하자원, 천혜의 지정학적 위치는 위구르족이 왜 분리 독립운동을 전개하려는지 알 수 있게 해준다. 구소련에 속한 이슬람 공화국들이 모두 독립된 나라를 세운 것도 이곳의 독립운동에 열기를 더해준다. 탈레반에게서 군사 훈련을 받았던 위구르족 청년들도 속속 독립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옛적 중국의 한, 수, 당나라를 괴롭혔던 흉노의 부활이다. 중국이 쓰고 있는 카드는 탈레반에게 위구르족 독립운동을 지원하지 말도록 신신당부하는 것과 신장 위구르 자치구 안에서 진행 중인 가혹한 탄압과 학살뿐이다. 미국은 중국에서 활동 중인 분리 독립운동 세력을 테러조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철수작전에서 대량의 최신무기를 두고 사실상 몸만 빠져나왔다. 무언의 지원인가?

미중 패권 다툼 덕에 만주 땅이 다가 온다

탈레반 대변인 자비훌라 무자히드

중국이 두려워하는 분리 독립운동. 하지만 위구르족이 벌이는 신장 자치구 외에도 티베트, 대만, 최근의 홍콩에서도 민주화운동이 격렬하게 전개되고 있다. 중국이 정부 차원에서 벌이는 역사왜곡 프로젝트는 분리 독립운동의 당위성을 흔적조차 없이 지우기 위한 세뇌작업이다.

신장 위구르 역사를 조작하는 서북공정, 티베트 역사조작인 서남공정, 몽골고원의 유목민족 역사를 바꾸는 막북공정, 신화를 역사로 조작하는 탐원공정, 상고시대를 연대로 조작하는 하상주 단대공정, 그리고 만주의 지배자를 중국역사로 꾸미는 동북공정이 그것이다.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철수는 폭탄 돌리기다. 미중 패권 다툼에서 지친 미국이 중국에 내던진 폭탄이다. 미국은 이어 북한에 손을 내밀고 있다. 무능한 오바마, 외교를 희화화시킨 트럼프와는 다르게 바이든은 중국의 급소를 찌르고 있다. 미국의 민주당-한국의 민주당은 환상의 콤비를 이뤄 북한 문제를 좀 더 슬기롭고 유연하게 대처할 것이다.

미국은 북핵 문제를 풀어가면서 동북쪽에서중국에 또 다른 압박을 가한다. 만주 땅(동북 3성)은 무장 투쟁방식이 아닌, 남북한과 경제교역으로 묶이는 ‘매우 느슨한 분리 독립운동’지역이 될 것이다. 중국은 신장, 티베트, 대만, 홍콩, 동북3성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저항에 일대 혼란에 빠질 것이다.

미국은 지난 20년간 전쟁으로 7,000조 원이 넘는 돈을 쏟아 붓게 됐다. 하지만 미련 없이 떠났다. 이제 중국 차례다. 미중 패권 다툼은 우리에게 기회가 되고 있다. 우리 민족의 터전인 만주를 돌려받지 못한다하더라도 경제 영토로 편입되면 한민족의 역사 무대는 남과 북, 동북 3성을 잇는 2억 인구의 경제권으로 부상한다.

남북한 7,500만 명, 동북 3성 1억 명, 옛 발해 땅인 동시베리아 2,000만 명으로 유럽연합(EU)과 맞먹는 경제권이다. 가슴 벅찬 미래가 아닐 수 없다. 아프가니스탄 계곡을 날아가는 나비의 작은 날갯짓이 지구를 돌고 돌면서 거센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김명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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