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일의 '길 위에서'

그래,
오래 전 일이 아니다.
저 그림처럼 보이는 풍경들은
불과 몇년 전 까지
군산항에서 배를 타고
솔찬히 긴 시간을 보낸 뒤에야
선착장에
도착할 수 있는 섬이었다.

마음 속에 감추어둔 추억이
서리서리 남아 문득 문득
그리움으로 되살아 나는 섬, 고군산 군도.
이 섬들을 배가 아닌
자동차로 순식간에 도착하게 된 것은
그래,
오래된 일이 아니다.
풍랑이 불거나
태풍이 오면
몇날 며칠 뭍으로 나갈 수 없던 절해고도 섬.

신선들이 노니는 섬이
뽕나무 밭이 바다로 변한 상전벽해가 아니고
모세의 기적처럼 바다가 갈라지며 길이 만들어진 것도 아닌
그렇다고 검디 검은 까마귀들이 칠월 칠석에
수없이 모여들어 연결하는
오작교도 아닌,
섬에서 섬을 잇는 현대식 교량이 들어선 섬.

신기하다 신기해
하염없이 바라보는
고군산 군도에
낮은 구름이 드리우고.

구름사이를 헤집고
날아오르는 갈매기
여기가 섬인가.
바다인가 조차 모르게
온갖 상념에 젖었던
고군산 군도.
/사진·글=신정일(길 위의 인문학 우리 땅 걷기 대표)
신정일 객원기자
jbsori@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