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인연'
“승진을 축하 합니다”
지난 1월 초, 새 근무지에서 받은 첫 행정 전화는 조병우(64) 전주시 시설관리공단 경영본부장(조 본부장)의 축하 전화였다. 퇴직한 후에도 옛 직원의 승진까지 챙기는 조 본부장과 끝나지 않은 사연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마음을 나누며 함께 한 공직 생활의 추억
조 본부장은 필자의 첫 근무지였던 전주시 효자4동 주민센터(관련 기사: 늙은 9급 공무원의 주민센터 적응기 참조)의 동장이었다. 당시 효자4동은 전북도청 이전으로 새롭게 조성된 신시가지와 전주혁신도시 일부를 관할해 전국에서 여섯 번째 큰 주민센터로 알려져 있었다.
그곳은 사무실 밀집지역이어서 직장인들이 몰리는 점심시간이면 창구는 반으로 주는 통에 더 큰 혼잡을 겪어야 했다. 근무시간보다 여유로워야 할 점심시간이 오히려 더 바쁠 정도로 업무에 시달리면서도 한 달에 한번 업무 연찬회를 위해 조기 출근까지 해야만 했다.
업무가 시작되며 민원인을 맞아야하는 주민센터는 자체 업무연찬회를 거의 하지 않는다. 다른 곳에 비해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면서 여느 주민센터도 안하는 자체 업무연찬회까지 해야 했으니 직원들의 불만이 얼마나 팽배했겠는가? 그렇게 22명직원들의 빗발치는 불만을 다독여가며 흔들리지 않는 신념으로 주민센터를 넉넉하게 이끌던 조 본부장은 필자에게 “말을 많이 안 해도 마음을 아는 사람”이 되었다.
그 마음으로 그와 함께 지역 신문사 선배들과 함께 자리를 가지기도 했고, 나이나 장애를 이유로 업무에서 열외를 하지 말아달라고 간청하며 마음을 나누었다. 이때의 간청은 필자가 처음 구청 근무를 할 때 행정지원과장이던 조 본부장의 세심한 배려로 이어지기도 했다.
형식보다 실질을 중시하는 조병우 본부장과의 소중한 인연
청에서 남직원은 숙직, 여직원은 휴일 일직을 서야만 했는데 장애공무원은 열외였다. 구청 근무 초기, 이 사실을 알게 된 필자는 혼자만의 고민에 빠졌다. 공직에 임용되면서 ‘장애를 이유로 일체 열외를 않겠다“고 결심했는데 그 결심이 흔들리는 큰 위기를 맞았기 때문이었다. 숙직 중에 상황이 발생하면 2인 1조로 현장에 출동하던지 사무실에 남아 혼자 상황을 유지해야 하는데 경험이 없던 필자는 두 업무 다 감당할 자신이 없었기에 섣불리 숙직 근무에 지원도 할 수도 없었다.
그러던 중 발표된 근무명령서에서 내 이름을 발견하고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훈련병 시절 첫 경계 근무 때처럼 팽팽한 긴장 속에서 첫 숙직근무를 한 후 별 무리 없이 숙직 근무를 소화할 수 있었다. 아직까지도 다른 장애공무원과 달리 필자가 숙직 근무를 서게 된 자세한 경위에 대해 확인하지 않았지만 당시 당직근무 주무부서인 행정지원과장이던 조 본부장의 세심한 배려로 이루어진 일이라 확신한다.
지금 생각해봐도 당시 근무명령서에 필자의 이름이 없었으면 감히 근무를 자원하지 못했을 것이다. 당연히 당직에서 제외되는 장애공무원들처럼 자연스럽게 필자의 숙직근무명령이 나는 바람에 열외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결심을 지금까지 지킬 수 있었던 것이다

2017년 전주시 완산구청 행정지원과장으로 퇴직한 조 본부장은 2018년 공단의 경영본부장에 취임했는데 별도의 취임식 없이 부장단과 티타임 후 바로 전주시 등 관련 기관을 방문했다는 것은 형식 보다 실질을 앞세우는 예의 그 강한 업무 추진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라 할 것이다.
전주시 시설관리공단은 이사장, 경영 본부장의 두 임원이 전략기획부, 경영지원부 등 2지원부와 체육관·월드컵·수영장·공원·주차·마을버스 등의 6개 운영부에 교통약자 지원부, 복지 환경부 등의 8사업부체제로 380여명의 직원들을 이끌고 있다.
7월 15일자로 전 백순기이사장이 퇴직해 현재는 조병우경영본부장이 이사장 직무대행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공단은 전주시민들의 생활과 밀접한 생활/체육, 장례/문화, 주차/교통/게시대 등 7개 분야 18개 세부사업으로 생애 주기 밀착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한다.
고된 업무와 직원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매사를 민원인 중심으로 처리하며 장애를 가진 공무원의 고충을 잊지 않고 세심하게 배려하던 모습을 기억하고 있는 필자는 전주시민의 일상에 밀접한 시설공단 임원으로 조 본부장이 적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각기 다른 자리에서 다른 모습으로 만났던 사란들이 전주시민을 위해 한 자리에 다시...
“사람을 섬길 줄 아는 사람”
손경애주임(43, 전주시설관리공단 마을버스 운영부 주임 : 관련 기사 : 전주에 오면 꼭 타봐야 하는 마을버스, 오늘도 달립니다참조)도 필자에게는 말을 많이 안 해도 마음을 아는 사람이다.
필자가 홍보를 맡고 있는 (사)전주기접놀이보존회에서 함께 활동하며 필자와 마음을 나누고 있다. 필자의 오마이 뉴스 기사가 지역사회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켜 현재 KBS전주의 '투데이 전북'에 출연 중이다.
조현진(35. 전주시설관리공단 마을버스 운영부 주임)씨는 2016년에 필자와 함께 근무한 적이 있다. 당시 그는 기간제 근로자로 전주 시내버스문제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버스 정책과 근무 시 얻은 정보로 시내버스 문제에 대해 나름의 해결방안까지 제시해 필자를 놀라게 한 적도 있다. 공무원 수험생 시절 한 도서관에서 공부한 인연도 있는 그는 마을버스 운영부에서 운행 지원업무를 맡고 있다.

각기 다른 자리에서 다른 형태로 필자와 함께했던 이들이 지난 7월 12일 월요일 시설관리공단 운영본부장 방에서 함께 했다. 마을버스운영부의 두 주임들은 현장에서 일하며 겪는 애로를 조 본부장에게 전달하고 본부장은 공단의 경영 방침을 현장근무자에게 전달하는 자리가 되기를 바라는 필자의 제안으로 이루어진 자리였다.
손 주임의 방송 출연에 관한 이야기로 화기애애하게 시작된 이날의 대화는 마을버스 운영부의 운행과 운영을 맡은 두 주임에게 “새롭게 시작한 마을버스는 대중교통 이용이 어려운 외곽지역 주민들의 이동권 보장을 위한 첫 공영버스 사업이니 전주시 버스의 공공성과 효용성을 높이는 버스 공영제의 개척자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업무에 임해주기 바란다” 는 조 본부장의 당부로 이어졌다.
그러면서 본부장은 이미 지역 언론에 보도되어 유명한 주대영주임의 선행에 이어진 기부(관련 기사 : '승객 구한 운전원 시민격려금에 전주시설공단 '행복 소동' 참조), 전면 시행 중인 마을버스 무료 우산대여 서비스의 최초 시행자 오윤송 주임(관련 기사 : 전주시설공단, 마을버스 ‘바로온’ 우산 무료 대여 참조)을 보며 그렇게 고마운 직원들을 잘 뒷받침 해야겠다는 결심을 다지곤 한다”며 일하면서 겪는 애로사항에 대해 말해줄 것을 진지하게 요청했다.

그날의 만남을 제안할 때 마을버스 운영부의 두 주임도 꺼렸지만 필자도 적잖은 마음의 부담이 있었다. 그들은 어려울 수밖에 없는 자리여서 사양했겠지만 필자는 사적인 자리에서 공단 내부의 업무 이야기를 하는 것에 대한 걱정이 있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극구 마다하는 그들을 설득해 자리를 마련한것은 일찍이 조직의 세세한 부분까지 살피고 직원들의 애로사항을 일일이 챙겨주며 배려하던 조 본부장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이와 장애라는 이중의 한계를 당당히 극복한 내게...
마을버스 운영부의 소소한 일, 손경애 주임에 관한 기사나 방송까지 챙겨보고 먼저 거론하는 본부장의 태도에 대화 초기 저어하던 두 주임들은 “자체 정비 인력을 확보해야 취약 시간대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며 체계적인 차량 관리가 가능하다”라는 문제까지 거침없이 말하게 되었다.
두 주임들의 건의에 깊은 공감을 표시한 조 대행은 차량 제작사의 AS기간과 과정까지도 세세하게 짚어가며 차량 고장의 유형에 따른 탄력적인 대응까지 할 수 있도록 연구하고 노력하자는 뎨까지 이날의 마을버스 이야기는 발전했다.
“나이와 장애라는 이중의 한계를 당당히 극복해낸 서 주사로 인해 우연찮게 마련된 자리에서 뜻하지 않게 각자의 자리에서 든든하게 일하고 있는 우리 마을버스 운영부의 두 주임님을 만나 알찬 시간을 보냈다”는 조 본부장의 말로 그날의 자리는 마무리 되었다.
“말을 많이 안 해도 마음을 아는 사람”필자에게 조 본부장과 손 주임은 그런 사람이다. 늦은 나이에 뇌병변 2급 장애를 가진 신입 공무원을 소리 없이 배려하고 퇴직 후에 옛 부하의 승진까지 살뜰히 챙기는 필자의 ‘영원한 공직 선배’ 조 본부장과 ‘사람을 섬길 줄 아는 사람’손주임, 그리고 필자가 전주시에서 함께 하는 이야기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서치식(전주기접놀이보존회 홍보국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