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근의 지리산 문화대간(13)
광한루! 조상님들의 달나라 우주관으로 탄생했다. 그러하니 우주관으로 말해야 하고 아프면 우주관으로 진단 치유해야 한다. 그것이 더 큰 세상 더 큰 미래로 가는 길이고 후손들이 조선백성의 유토피아 광한루의 이름값 나이값을 해내는 일이다. 관광객 왈,
"춘향사당이 문을 꼭꼭 걸어 잠궜네 마음이 울쩍하고 광복절이라 춘향 사당에 참배 좀 하려고 왔더니만 이번에는 헛일이 되어 버렸네"
"춘향이가 또 옥살이를 하고 있나봐요. 근데 이번에는 무슨 죄를 지어서 그럴까요?"
"아닌것 같은데요 춘향이의 영혼이 가택구금 당한것 같은데요 구출작전이 필요해 보여요"
무어라고 말해 주어야 할까? 잠시 달나라로 휴가 가셨다고 했다. 역대 미스 춘향이가 모두 춘향이듯 조선 백성들의 마음 속에는 각자의 춘향이가 살아왔다 그중 사당에 들인 춘향 영정의 정체성에 불이 난 모양이다.
불났는데 물찾는 사람만 많고 불끄는 사람은 없으니 불구경꾼들 세상이로다. 조선 나라가 일제에 의해 강탈당하자 백성들의 마음은 조상의 나라에 결집했다. 고구려 후손들은 평양권번에 신라 후손들은 진주권번에 그리고 백제 후손들은 남원권번에 구국의 마음을 들이고 정보와 자금의 독립군 비밀 통로가 되게 했다.
광한루가 일제의 재판소와 감옥으로 침탈 당한후 이어진 3.1운동으로 감시와 통제의 치하에서 독립의 절망은 날을 이어갔고 백성들의 구국 열정은 식어갔다 이 무렵 권번의 출현은 남원백성들의 항일의지 집성체가 되었다 권번의 구성 인물이 그 실체다.
남원 권번에서 나온 그때의 일중 하나는 이렇다. 춘향 저항정신의 모태인 춘향가를 가르치지 못하게 하기 위해 권번 소리선생 김정문 광한루 투옥사건과 남원 군민의 일제 식민화 촉진 대회인 소화천황즉위봉축대례, 그리고 춘향문화의 달나라 기운이 오는 길목의 맥을 차단하는 금암봉의 일본신사 설치 사건이었다.
1923년 8월 신사창립한 일본 남원신사에는 일본신화(日本神話)에 등장하는 태양신(日神)이며 일본 천황의 조상신(祖上神)로 알려져 있는 천조대신天照大神을 두고 달나라의 기운이 광한루에 오는 길목인 금암봉의 맥을 끊어 버린 것이다. 이러한 사건으로 춘향사당과 춘향제의 씨앗은 발아기를 맞이했다.
일제 강점기 1910년부터 1930년까지 그 20년 동안 농축된 조선 백성의 분노와 울분의 결집체가 세상에 나왔다 춘향사당이었다. 춘향사당은 일제의 광한루 침탈에 항거한 권번기생들의 민족정신 결집체로 탄생되었고 조선백성들이 문화적 항일 정신의 씨앗을 뿌린 곳이다.
춘향사당은 광한루의 간방에 세웠다. 간방인 동북쪽은 오행으로 土의 기운이 가장 왕성한 곳이고 흰색을 상징하므로 이는 곧 백의민족 정신의 묵시적 표방이었다. 동북방향은 풍수사상의 새벽 1시에서 5시까지 이다.
암흑의 세계가 끝나고 여명의 세계로 접어드는 시간이며 음의 기운이 전체를 감싸고 있으나, 양의 기운이 싹트는 변환기다. 곧 풍수의 팔괘방위에서 동북방향인 간방은 음기가 물러가고 새로운 양의 기운이 솟는 방향이니 일제로부터 침탈당한 백성의 마음속 정부 광한루의 회복을 위한 재기의 기운을 얻고자 함이었다.
삼태극은 천지인의 우주합체다. 춘향사당문에 삼태극을 두었던 것은 조선의 하늘과 땅에 사는 주인은 조선 백성이라는 경고체다. 조선백성의 마음속 정부였던 광한루가 일제에 의해 재판소와 감옥으로 침탈되자 광한루 정부의 백성 대표였던 춘향을 대피시킨 망명정부 춘향사당에 삼태극의 기운으로 춘향을 지켜낸다는 암시였다.
거기에 조선팔도 백성들의 항일 투쟁 결의의 실체인 죽창의 상징 대나무로 울타리를 만들고 자라등을 탄 토끼목각을 정면에 세운 것은 물의 나라 일본을 육지의 나라 조선이 반드시 제압하고 만다는 백성들의 의지의 표현이었다. 나아가 조상의 영혼들이 계시는 북극성의 기운을 받아내는 자미화인 백일홍을 심어 나라를 반드시 되찾아 조상의 면목에 후손의 도리를 다하겠다는 혼연일체 사상의 접목이었다.
남원 권번의 상징화 무궁화를 춘향사당 주변에 두었던 것 또한 조선백성을 대신하여 남원 권번사람들이 춘향사당을 날마다 지켜낸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이러한 문화적 결사체의 대 항일 투쟁 선포의 날이 춘향제의 탄생이었다.
춘향사당에는 항일 문화의 세포로 이루어진 유전자가 있다 그속에 든 암호는 대나무, 간방 동북방, 권번, 춘향가 소리선생 김정문 광한루 감옥 투옥, 광한루 재판소와 감옥으로 침탈, 배롱나무, 삼태극, 백성의 마음 망명정부, 3.1운동, 금암봉 일본신사 소화천황즉위, 봉축대례, 권번상징 무궁화, 부채, 자라와 거북목각이다 그 암호의 조합이 춘향사당으로 들어가는 문을 여는 문화적 열쇠이고 그 답은 우주관의 풀이다.
지금 춘향사당에 귀를 대 보시라 안에서 조상 영혼의 통곡 소리가 들리지 않은가 말이다.
"쑥대머리 귀신형용 적막옥방으 찬자리에 생각난 것이 임뿐이라 보고지고 보고지고 한양낭군 보고지고 오리정 정별후로 일장서를 내가 못봤으니 부모봉양 글공부에 겨를이 없어서 이러는가 연인신혼금슬우지 나를 잊고 이러는가 계궁항아 추월 같이 번듯이 솟아서 비치고서 막왕막래 막혔으니 앵무새를 내가 어이보며 호접몽을 꿀수있나 내가 만일에 님을 못보고 옥중고혼이 되거드면 생전사후 이 원통을 알아 줄이가 뉘있드란 말이냐 아이고답답 내일이야 이를 장차 어쩔거나 아무도 모르게 설리운다."
주인 노릇의 무지한 자가도취는 경계해야 할 고을 쇠락의 가장 큰 촉매제다.
/글·사진: 김용근(지리산문화자원연구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