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일의 '길 위에서'

작은 연못에서

가만히

바라보았다.

빗방울이

하나 둘 모여서

빛나는 수정이 되었다.

그 작게 빛나는 수정이

촌각을 다투며

커지더니.

어느 순간 연잎이

갸우뚱하게

고개를 숙이자

좌르르

쏟아져 내렸다.

보기만 해도 아까운

보석, 수정을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비우는 저 연잎

비우고 채우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비우고 채우는 것을

아무렇지 않게

반복하고 또 반복하는 현자들의 놀음

그것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나.

돌아가고 또 돌아가는

삶이 반복이고

반복이 삶이라는 것을

배우고 또 배운다.

작은 연못에서. 

/사진·글=신정일(길 위의 인문학 우리 땅 걷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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