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근의 지리산 문화대간(12)

농촌은 몸을 움직이는 만큼 생존물질을 얻어내는 곳이다. 사계절 내내가 그렇고 하루 내내도 그렇다. 때맞춰 해야 할일이 사람의 몸을 부르고 댓가로 생존물질을 내어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상들은 게으른자는 반드시 입이 편해지는곳이 농촌이라고 했다. 농사철 새벽이 되면 농사준비에 온가족이 나서야 했고 아이들 마져 일손을 거들어야 했다.

이 시절 잠이 많은 아이들은 새벽일 나가시는 부노님을 따라 나서야 하나 일어나지 못하니 집집마다 똑같은 소리로 아이들을 깨워냈다. '죽으면 썩을 놈의 몸둥아리 아껴서 뭐할려고 꾸물대냐 빨리 일어 나거라"
부모들은 그 많은 농사일 집안일에 녹초가 되어 잠이 드셨다 그런데 아침이 되면 기운이 펄펄하신 새 사람이 되어 하루일을 시작하셨다.

무엇이 날마다 새기운을 가지게 했을까? 조상과 약속을 지켜야 하기 때문이었다. 정월 초하루 날 조상 제사에 엎드려 절하면서 "조상님 보살핌으로 지난해 풍년이 들어 가족들이 평온하게 잘 지내왔습니다 올해도 더 열심히 일할테니 풍년이 들게 조상님들께서 후손들을 잘 살펴주소서"
날이 새면 다시 새 기운을 받아 삽괭이를 들게 해주는 농사는 조상과의 약속을 지키는 일이었다 . 입은 풍년이고 약속은 흉년인 세상에 산다
십년 세월 바닥바닥기는 고을쇠락에 백성들은 야위는데 내 몸집만 불려졌다면 그것은 천년고을의 큰 농사인 문화를 생존자원으로 가꾸어 내지 못한 조상과의 약속 파편 유물이다.
/글·사진: 김용근(지리산문화자원연구소장)
관련기사
김용근 객원기자
jbsori@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