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구의 '생각 줍기'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시작되면서 공교롭게도 회사가 유동성 위기에 빠지면서 가장 언론의 주목을 많이 받았던 기업이 두산중공업이 아닌가 싶다. 최근 페북에 올라온 글들을 보니 한겨레신문에서 '두산중공업 위기가 탈원전 탓'이라는 건 황당한 거짓말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나도 기사를 보고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들어가서 두산중공업의 재무제표를 스크린(Screen)을 해봤다. 숫자로 확인한 바로는 한겨레의 기사가 틀린 애기는 아니다. 기자가 직접 조사 및 분석을 했는지 어떤지는 모르겠으나 애널리스트(Analyst) 못지 않은 정확한 분석이었다.

그동안 시중에는 탈원전이 우량기업 두산중공업을 망쳤다고 하는 소문들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두산중공업은 원자로를 비롯하여 원전 핵심 부품을 국내에서 유일하게 공급하는 회사로 과거에 년간 4천억원 이상 흑자를 냈던 우량기업이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 회사가 적자로 돌아선 것은 경영위기에 빠진 두산건설에 2013년에 9,000여억원 상당의 현금 및 현물을 무리하게 지원했는데 두산건설이 회복을 못하자 두산중공업이 두산건설을 떠 앉은 모양이다. 건설에 대한 지원 이후 두산중공업도 매년 수천억원의 적자가 쌓이고 누적 적자가 거의 2조원에 이르게 된다.

그러다 보니 2019년도 말 감사보고서를 보면 손실액이 1조원을 넘어서고 부도 가능성을 보여주는 유동성지표인 단기차입금이 7조인데 반해 유동자산이 4조원으로 유동성 부족액이 3조원에 이르자, 두산중공업을 감사했던 회계법인은 두산중공업을 계속기업(going-concern)으로서의 존속 여부에 의문을 제기하기에 이른다. 이건 재무제표 숫자로 보면 팩트(Fact)이다.

상황에 이 지경에 이르자 두산그룹은 자산 매각과 비용 절감 등으로 3조원을 확보해 두산중공업을 정상화하겠다는 자구책을 채권단에 제출하고 유동성 해소를 위해 국책금융기관인 KDB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주선하여 채권단에서 3조원을 지원받은 것으로 알려졌고, 이런 금융기관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최근 두산중공업은 회사가 정상화되고 있다는 보도들이 나오고 있다.

두산중공업과 과거 두산건설에 대한 사업구조 분석을 해보지 않아 정확한 건 모르겠으나 이쯤 되면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두산중공업이 피해를 본 부분도 있겠지만 회사의 입장에서 보면 탈원전 정책이 위기를 극복하는데 도움이 된 측면도 있었을 것이다.

특히 경영진의 입장에서는 회사의 위기를 빌미로 2천여명의 직원들을 퇴직시키며 구조조정을 제대로 할 수 있었으니 경영진들의 입장에서는 분명히 긍적적인 효과도 있었다는 것이다. 물론 회사를 떠난 직원들에게는 큰 아픔이었겠지만 말이다.

문제는 정 반대로 두산중공업이 탈원전 때문에 망하게 됐다는 보도들이 나온데도 나름의 이유는 있었을 것이다.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석탄 화력 발전 시장이 침체한 데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원전 프로젝트 수주까지 급감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는 주장도 틀린 애기는 아닌 것 같다.

세상은 보기에 따라 그리고 보는 사람의 입장에 따라 얼마든지 달리 보일 수 있다. 간단히 얘기하자면, 두산중공업은 외부 환경변화와 내부 계열사 지원에 따른 어려움 때문에 그렇지 않아도 울고 싶었는데 정부가 탈원전 정책으로 빰을 때려준 꼴이니 두산중공업의 입장에서는 부실화의 핑겟거리를 찾은 셈이다.

그러니 두산중공업 경영진들은 그냥 침묵하고 있으면서도 여기저기로부터 동정도 받고 실제로 자금지원도 받아 구조조정을 가뿐히 한 셈이다. 실제 주식하는 사람들이 얘기를 들어보면 두산중공업이 20여년 동안 주가가 오르지 않았는데 구조조정을 한 뒤로 주가가 오른다는 것이다.

또한 최고의 우량중공업이 현 정권 3년만에 부실기업으로 전락했다거나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두산중공업과 한전을 중환자로 전락시켰고, 최근 3년간 급격한 탈원전으로 원전 및 석탄발전 일감 10조원이 사라졌다고 불평하는 사람들의 주장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왜냐하면 두산중공업 같은 대기업그룹은 정부의 지원을 받아 회생을 모색할 수 있었지만 부품을 납품하는 중소기업들의 입장에서는 엄청난 시련일 수가 있으며 실제로 신문기사를 보면 경남 창원 일대의 원전부품단지는 쑥대밭이 됐다는 기사들도 보이기 때문이다.

요즘 같이 국민들 간에 숱한 반목과 갈등이 많은 시국에 정치지도자들은 이를 풀어가는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나는 최근에 한국불교 최고봉인 원효 스님의 책들을 보면서 원효 스님이 1,400년 전 던졌던 ‘화쟁(和諍)’이라는 해결책으로 풀어봄이 어떨까 싶은 생각을 해본다.

원효의 '화쟁'사상은 ‘배타적 견해 다툼을 화해’로 풀은 것이다. 다른 이들과의 의견 차이를 배타적인 차별과 대결로 연결시키지 않고 화해로 돌려놓는 지혜가 곧 화쟁인 것이다. 모든 걸 절대적인 선과 악으로 파악하지 않고 유가의 중용의 도로 풀 수도 있고, 특히 원효 스님의 화쟁 사상은 불교의 논쟁에서 출발했으나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화쟁이 당대의 사회 문제를 푸는 시대정신과 연관되었던 것처럼, 우리도 두산중공업에 대한 두 가지 의견에 대하여 모두 귀를 귀울여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게 조율을 해가며 서로가 상생할 수 있도록 정치권에서 많은 노력을 해야하지 않나 싶은 생각이다. 

/이화구(금융인ㆍCPA 국제공인회계사ㆍ임실문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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