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일의 '길 위에서'

1.

염라대왕이 묻는 말

견훤을 물리치고 삼한을 통일한 왕건이 세운 천호산자락의 개태사. 논산 사람이 죽어서 염라대왕 앞에 가면 염라대왕이 묻는다고 한다.

"개태사의 철확과 강경의 미내다리, 은진의 은진미륵을 보았는가?"

"못 보았는데요?" 

"그러면 다시 속세로 가서 보고 오너라"

그런 사연을 안고 있는 개태사의 철확은 깨어진 채로 그 자리를 지키고 있고 물길이 옮겨간 강경의 미내다리는 그림처럼 남아 있으며, 은진미륵은 그날의 그 역사처럼 백제 사람들을 주시하며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역사는 항상 이긴 자의 것이라서 패한 견훤의 묘는 전주 땅을 바라보며 연무대에 남아 있으니.

2.

흐르는 금강가에서

영동 심천 부근의 금강 강물은 유장하게 흐르고 흘러 바다로 간다. 그런데 일부 사람들은 이 강이 남에서 북으로 거꾸로 흐른다고 반역의 강이라고 말했었지.

강은 순리를 따라서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그의 미덕인 겸손함으로 흐르고 흐를 뿐인데.

가고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 강이여! 

가서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 생이여! 

아, 무상이여! 

/사진·글=신정일(길 위의 인문학 우리 땅 걷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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