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 국립완주문화재연구소 발굴

남원 유곡리와 두락리 고분군 30호분 발굴현장 전경(문화재청 국립완주문화재연구소 제공)
남원 유곡리와 두락리 고분군 30호분 발굴현장 전경(문화재청 국립완주문화재연구소 제공)

남원시 동부 산간지역에서 1,500~1,600년 전 가야 전사들이 쓰던 화살촉 등의 무기와 장신구, 그리고 이들이 먹은 것으로 추정된 조개 등의 어패류가 발굴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특히 대가야계 고분군인 사적 ‘남원 유곡리와 두락리 고분군’의 대형 고분에서 무기류와 토기 등이 대거 발견돼 학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문화재청 국립완주문화재연구소(소장 유재은)는 28일 남원시 아영면 두락리에 있는 가야시대의 고분군 일부인 30호 큰 무덤을 최근 발굴해 쇠화살촉 다발과 이들이 탄 말에 붙였던 깃발꽂이, 칼집 장신구, 조개와 고둥이 든 토기 항아리 등을 찾아냈다고 발표했다. 

남원 유곡리와 두락리 고분군은 1989년 첫 조사 후, 몇 차례 조사를 거치면서 대가야계의 고분이 무리지어 존재하는 것을 확인한 바 있다. 이후 연차조사의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국립완주문화재연구소는 지난 2020년 9월 고분군 발굴조사에 착수하여 조사를 진행해왔고 이번 조사 성과가 그 첫 결과물이다.

초미금구 출토 당시 모습(문화재청 국립완주문화재연구소 제공)
초미금구 출토 당시 모습(문화재청 국립완주문화재연구소 제공)

가야시대 화살촉, 조개 껍데기 등 대거 출토

올해 조사한 제30호분은 고분군 내에서 규모가 큰 고분에 속하며, 과거 금동신발과 청동거울 등 중요 유물이 나왔던 32호분과 가까워 남원 아영면의 가야문화를 확인해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었던 곳이다.

발굴조사 결과, 가야계 고분의 매장주체부와 부장곽(관)이 확인되었고 봉분 외곽에서는 고려 시대 석곽묘(덧널무덤) 1기가 추가로 발견되었다. 무덤의 매장주체부는 덮개돌과 벽석이 무너지고 양쪽 단벽은 도굴이 심하게 이루어져 있었으나 도굴갱에서 미처 가져가지 못한 쇠 화살촉 다발과 토기 조각 일부가 확인되기도 했다.

부장곽 유물의 노출된 모습(문화재청 국립완주문화재연구소 제공)
부장곽 유물의 노출된 모습(문화재청 국립완주문화재연구소 제공)

특히, 매장주체부 바닥에서는 사행상철기(蛇行狀鐵器)와 초미금구(鞘尾金具) 일부가 발견되어 무덤 주인의 신분을 추정해 볼 수 있게 한다. '매장주체부'는 무덤 주인이 묻힌 무덤의 중심 공간을 말한다.

또한 이번에 발굴된 '부장곽'은 시신이 아니라 껴묻거리만 들어있는 별도의 공간을, '사행상철기(蛇行狀鐵器)'는 마구의 일종으로 철봉을 뱀 모양으로 구부려 만든 일종의 ‘깃발꽂이’를, '초미금구(鞘尾金具)'는 5∼6세기대 신라·가야 고분에서 많이 출토되는 칼집 끝 장식구를 의미한다.

1,500년 전 '우럭조개', '피뿔고둥' 항아리째 발견

도굴되지 않은 부장곽에는 대가야 양식의 기대(器臺)와 항아리 30점이 다량으로 출토되어 부장품의 온전한 양상을 확인하였다. 항아리에서는 서해와 남해에서 잡히는 우럭조개와 피뿔고둥도 수습되어 당대의 식문화와 남원지역을 중심으로 한 교역망을 추정해 볼 자료가 되고 있다.

항아리 내부에 담긴 조개들(문화재청 국립완주문화재연구소 제공)
항아리 내부에 담긴 조개들(문화재청 국립완주문화재연구소 제공)

무덤 봉분의 축조기법을 확인한 결과, 시신을 안치한 매장주체부 주위를 흙둑처럼 볼록하게 쌓은 후 그 내부를 흙으로 채워 완성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또 봉분 내부에는 작은 흙덩어리를 교차시켜 성토하며 봉분을 높게 쌓아 올렸는데, 이러한 방법은 경산, 고령, 함안 등지의 가야고분에서도 관찰되고 있다. 

국립완주문화재연구소 측은 "앞으로의 조사 성과를 바탕으로 다른 지역의 고분 축조기술과 비교·연구하여 토목공학적 검토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고분군 봉분 조사 현장(문화재청 국립완주문화재연구소 제공) 
고분군 봉분 조사 현장(문화재청 국립완주문화재연구소 제공) 

이밖에 남원 유곡리와 두락리 고분군은 전북 지역에 위치한 대가야계 고분군으로, 영남지역의 가야 고분군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 중이다.

문화재청 국립완주문화재연구소는 전라북도, 남원시와 적극적으로 협력하여 유곡리와 두락리 고분군을 비롯한 전북지역의 중요 문화유산에 대한 학술조사를 적극적으로 진행해 나갈 계획이다. 

한편 문화재청 국립완주문화재연구소는 사적 남원 유곡리와 두락리 고분군 제30호분에 대한 발굴조사 결과를 29일 오후 4시경 발굴 현장에서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공개할 예정이다.

발굴 현장은 남원시 인월면 성내길 23로로, 인근 '유곡리와 두락리 고분'에서는 남원시 연비산 성내마을 북쪽에 무리 지어 있는 40여 기의 봉토분(封土墳)이 발견된 곳이다.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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