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구의 '생각 줍기'

오늘은 진료가 있는 날이라 출근을 안해서 아침에 일어나 시간적 여유가 있어 요하문명(홍산문화)에 대한 책을 보는데 무지개에도 암수(男女)의 구분이 있다는 글을 보고 재미있어 몇 자 올립니다.
우리가 서양문화를 먼저 접해서 그런지 ‘무지개’하면 'Rain-Bow', 즉 굽은 활의 모양을 닮았다고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고대 중국 갑골문이나 설문해자에서 무지개를 나타내는 홍(虹)자는 벌레 충(虫)자를 부수로 하고 있는 걸 보면 고대 중국에서는 무지개를 벌레로 본 것 같습니다.


무지개도 암수 구분이 있다는 이야기는 쌍무지개가 떴을 때 하나는 수무지개 다른 하나는 암무지개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수무지개는 무지개 홍(虹)으로 쓰고, 암무지개는 무지개 예(蜺)로 표시합니다. 암무지개를 나타내는 예(蜺)자는 벌레(虫)가 새끼(兒)를 밴 모습입니다.

이외에도 무지개를 나타내는 '무지개 체(螮)'자나 '무지개 동(蝀)'자 모두 부수를 벌레충(虫)으로 하고 있는 걸 보면 고대 중국에서는 무지개를 벌레의 모양으로 인식했던 거 같습니다.
우리나라에는 ‘무지개다리’라는 홍예교(虹蜺橋)가 있습니다. 다리에 무지개가 두 개가 있는 홍예교(虹蜺橋)는 남녀를 상징하는 무지개 한자 두 자가 나란히 있어 보기에도 좋습니다.
또한 서양에서는 활의 모양 외에도 무지개를 다리의 모양을 인식해서 무지개를 '신들로 향하는 다리(The Bridge to the Gods)'나 '하늘로 가는 무지개 다리(Rainbow Brige to Heaven)'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샤머니즘 세계에서는 인간세상과 천상세계를 연결하는 다리가 바로 무지개인 듯합니다.
인류 최초의 서적이라는 산해경에도 보면 '무지개는 두 개의 머리를 가지고 있다(各有兩首)'라고 기술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요하문명에서 출토된 많은 옥으로 만든 장식품들을 보면 등허리라 굽은 곤충의 모습들이 많이 보입니다.
그런가 하면 우리의 삼국사기에도 신라 진평왕 시절 “흰 무지개가 나타나 궁궐 우물물을 마셨다(白虹于宮井)”라고 무지개에 대한 기록이 나옵니다. 무지개는 소나기가 태양의 반대편에 내린 뒤 해가 비칠 때 나타나는 신기루 같은 현상일지 몰라도 어릴 적에는 뒷동산 너머로 달려가면 금방이라도 무지개를 잡을 수 있을 것 같아 동무들이랑 쫒아도 가봤같습니다.
그래도 그땐 무지개를 잡을 수 있다는 꿈이라도 있어 좋았는데 이제는 저도 신기루와 같은 무지개를 쫒아갈 나이는 아닌 거 같고 그런 꿈도 꿀 수 없는 현실이 서글픈 것 같기도 한 날입니다. 무지개 사진은 지난 주 동네에 소나기가 엄청 내린 날 동네에서 담은 사진입니다.
/이화구(금융인ㆍCPA 국제공인회계사ㆍ임실문협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