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수의 '세평'

스페인 정부는 쿠데타로 집권해 스페인을 38년 동안 철권 통치했던 독재자 프란시스코 프랑코(1892∼1975)의 묘 이장을 2년 전인 지난 2019년 10월 24일에 단행했다.

한국으로 말하면 1960년 4.19 의거 때 시민 학생들에게 총격을 가해 186명의 사망자를 발생시키고 독재에 항거한 시민 6,026명을 부상시키고 하와이로 도망간 대통령 이승만이나, 1961년 군사 쿠데타를 일으키고 18년 동안 독재 정치를 일삼으며 사법살인까지 서슴치 않았던 대통령 박정희 묘를 동작동 국립묘지에서 파내어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것에 비유된다. 

 38년간 스페인을 독재통치한 '프란시스코 프랑코.
 38년간 스페인을 독재통치한 '프란시스코 프랑코.

국립묘역에 있는 프랑코의 유해를 파내 다른 곳으로 이장하는 것은 '페드로 산체스' 젊은 총리가 집권 후 과거사 청산 드라이브로 추진해온 시대 과제였다.

어제 7월 20일 화요일 스페인은 스페인을 민주주의 사회로 안착시키기 위한 노력의 연장으로 '프란시스코 프랑코' 장군의 20세기 독재 정권에 대한 지지 표현을 불법화하고 그 시대의 정책과 지도자를 찬양하는 단체를 금지하는 법안을 '산체스' 총리가 발의했다. 1975년 사망할 때까지 무자비하게 스페인을 통치한 프랑코를 끝까지 단죄한다는 스페인 민주주의의 국가 원칙을 분명하게 하겠다는 스페인 민주 정부 의지다.

'산체스' 내각은 “프랑코의 쿠데타와 독재를 찬양하거나 그 지도자들을 찬양하고 쿠데타로 인한 내전의 희생자들의 존엄성을 폄하하는 사람들을 겨냥한 법안 초안을 승인했다. 이는 한국 사회의 경우 이승만, 박정희를 미화하는 어떤 언동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법을 제정한 것과 같다.

이 법안은 스페인 역사상 프랑코로 인한 사회 분열을 치유하고 희생자들에게 배상을 제공하고, 우익 극단주의를 근절한다는 목표의 또 다른 이정표다. 산체스 총리는 "쿠데타를 명시적으로 규탄하고 부인하는 최초의 법"이라고 말했다. 2년 전 산체스 정부는 마드리드 외곽에 있는 그의 웅장한 묘역에서 프랑코의 유해를 발굴하고 수도 북쪽에 있는 작은 가족 묘지에 매장하도록 명령했고 실현시켰다.

이 새로운 법안은 전 독재자의 유산을 홍보하는 유명한 프란시스코 프랑코 재단(Francisco Franco Foundation)의 완전 폐지까지 가능하게 한다. 한국이 숱한 양민을 학살한 이승만을 기념하고 박정희 기념관을 지어 그를 찬양하고, 심지어 국무총리는 자신의 대구 선거 공약으로 박정희 컨벤션 센터를 지어 박정희 공적을 기념하겠다는 발상과는 너무 대조된다. 만약 오늘의 스페인이라면 이승만, 박정희를 숭배하는 이명박근혜 잔당이나 '이명박근혜 사면"을 주장한 자들은 정치계에서 완전 퇴츨을 당하고 사라져야 한다. 

몇 년전 까지만 해도 스페인 정치계에도 현재 한국과 같은 독재 잔당과 숭배 세력들이 많았다. 그러나 산체스 정부가 들어서고 그들은 하나 둘 정치계를 떠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새로운 법안은 프랑코와 프랑코 시대 인물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면 150,000유로(177,000달러, 약 2억1천만원)의 벌금이 부과될 예정이다.

스페인의 민주주의 체제를 확실하게 다져나가는 1972년 생 스페인 총리 페드라 산체스.
스페인의 민주주의 체제를 확실하게 다져나가는 1972년 생 스페인 총리 페드라 산체스.

이 법안은 프랑코 독재 시대에 실종되어 공동묘지에 묻혀있는 시민들의 신원을 추적하는데 도움이 되는 국립 DNA 은행을 설립한다. 스페인 당국은 희생자를 찾고 발굴하는 일을 맡게 된다.

이 법안은 또 1978년 신헌법 승인까지 범죄를 수사할 특별 검사를 임명하여 전쟁과 프랑코 통치 기간 동안의 박해와 잔학 행위에 대한 진실을 더 밝히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독재정권 하에서 압수된 자산에 대한 환수도 계획되어 있다. 이 법안은 프랑코 정권에서 내려진 정치적, 종교적 또는 박해로 인한 유죄 판결을 뒤집고, 독재자가 권한을 부여한 귀족의 직위를 박탈한다.

스페인 정부는 교육 분야에서 민주주의, 인권, 반파시즘, 자유를 위한 20세기 국가의 투쟁을 가르치는데 중점을 둘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고등학교 및 대학 과정뿐만 아니라 전문 교육 과정에도 교과목으로 적용된다. 스페인의 1972년생 젊은 총리가 스페인 역사를 바꾸고 있다. 

/김상수(작가·연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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