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종의 '역사칼럼'

최근 유럽 소식 중 세 가지가 인상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첫째,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중국과 대립각을 날카롭게 세우고 있다는 점이지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때는 사정이 달랐어요. 그때는 유럽연합이 자유무역도 반대하고 기후위기도 무시하면서 방위비 인상을 촉구하는 미국과 심각하게 대립하였지요. 지금은 아닙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이 돌아왔다!'는 인상을 유럽 지도자들에게 심는데 성공하였습니다. 미국은 유럽연합의 손을 잡고 시진핑의 '일대일로' 정책에 대한 저항을 강화합니다.

시진핑의 '신 실크로드' 정책이 성공한다면 21세기 후반에 중국은 세계를 지배하는 최대강국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제 미국과 유럽연합은 총력을 기울여 중국의 성장을 가로막으려 합니다.

유럽과 미국이 밀월을 즐긴다는 제 인식을 상징하는 한장의 사진이죠. 불과 사흘 전 백악관의 풍경입니다. 두 손을 가슴에 모으며 좋아라 하는 메르켈 독일 총리와 그 앞에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는 노신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자료 사진)
유럽과 미국이 밀월을 즐긴다는 제 인식을 상징하는 한장의 사진이죠. 불과 사흘 전 백악관의 풍경입니다. 두 손을 가슴에 모으며 좋아라 하는 메르켈 독일 총리와 그 앞에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는 노신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자료 사진)

미중간의 갈등이 장차 서방세계와 중국(소련 포함)의 극심한 대립으로 치달을지도 모릅니다. 이렇게 되면 한국의 입지가 매우 위축되고 한반도 평화정책도 어려움에 빠질 수 있지요. 큰 걱정입니다.

둘째, 유럽연합은 재생 에너지 산업을 21세기의 성공 전략으로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날로 심각해지는 기후위기 때문이라고, 말은 그렇게 하지만 실제는 다릅니다. 제가 보기에 독일을 비롯한 유럽의 중심 세력은 한국을 비롯한 신흥 공업국가의 도전을 일거에 제압할 방편으로 신재생 에너지 산업을 진흥하고 있다는 인상이 짙어요.

기존의 자동차 산업을 청산하고 전기차 중심으로 시장을 재편하고요, 철강 등 주요 공업제품의 생산공정 자체를 문제삼을 계획/음모인 것이죠. 신재생 에너지로 생산하지 않은 어떤 제품도 유럽과 미국은 결코 수입하지 않겠다는, 그런 식으로 신흥공업국가와 자신들의 격차를 새롭게 확대하는 전략입니다.

그런점에서, 한국도 신재생 에너지 산업을 낭만적인 관점에서 보지 말았으면 합니다. 미래의 생산질서를 세계적인 차원에서 재편하려는 저 사람들의 의중을 정확히 읽어야 한다고 봅니다. 

셋째, 이번에 유럽 여러 나라가 홍수로 큰 피해를 입었어요. 독일만 해도 7월 19일 현재 160명 가량의 인명피해가 발생했지요. 역대급 자연재해입니다. 알고 보면 이번에 내린 폭우란 것이 우리 입장에서 보면 그렇게 대단한 것은 아니죠. 2-3일 사이에 150-200밀리미터가 쏟아진 것인데요. 얼마 전 한국의 남부지방에서는 하루 이틀 사이에 최고 400-500밀리미터까지 비가 쏟아졌어요.

최근 유럽을 강타한 홍수. 우리가 해마다 겪는 호우, 태풍 피해에 비하면 그 강도는 비할 수 없이 약하죠. 그런데 저쪽에서는 익숙하지 않은 문제라서 쩔쩔매고 있습니다.(자료사진)
최근 유럽을 강타한 홍수. 우리가 해마다 겪는 호우, 태풍 피해에 비하면 그 강도는 비할 수 없이 약하죠. 그런데 저쪽에서는 익숙하지 않은 문제라서 쩔쩔매고 있습니다.(자료사진)

그러나 다행히도 한국사회에 끼친 피해는 규모가 심각하지 않았어요. 자연재해에 대한 대응력이란 점에서 한국이 얼마나 탁월한지를 보여주는 예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지요. 코로나 19의 공격에 대해서도 우리 사회가 훨씬 유능하다는 점은 두말할 나위도 없을 테고요.

하여간 이번의 폭위 피해를 계기로 유럽에서는 기후위기의 심각성이 더욱 강조될 것이고요. 결과적으로, 신재생 에너지를 주축으로 산업계 전반을 재편하려는 정책적 의지가 공고해질 전망입니다. 미국과 유럽연합의 밀월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 지금인데요. 언제까지 이 상태가 유지될지는 모르겠으나, 중국의 급격한 성장과 '트럼프의 충격'으로 인해 여러 해 동안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전망하고 싶습니다.

한국의 정치지도자들은 세상이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가볍게 여기지 말았으면 합니다. 내부의 정권 투쟁에만 혈안이 되지 말고, 제발 미래를 내다보며 건설적으로 경쟁하기를 촉구합니다. 

/백승종(역사학자, 전 서강대 사학과 교수, 현 한국기술교육대학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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