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핍하고 혼곤한 시대, 지친 시민들을 위한 앤솔로지(1)

정선생님!
사람들은 거개가 지금껏 크건 작건 저마다의 꿈을 간직하고 애면글면 열심히 살아왔습니다.
어떤 이는 명예나 성공, 어떤 이는 돈이나 부, 어떤 이는 사랑이나 화목 등 그 꿈이 제각각이 지요. 자기 꿈을 이루기 위해 어떤 동기로 얼마만큼 노력하는지 천차만별 다르지 않던가요. 그래서일까요. 사람들의 이같은 처지는 마치 낙타의 숙명과도 같지 않은가 생각해 봅니다.
“내가 낙타였으므로 한 번도 낙타 등에 올라가 본 적은 없고 누군가를 태우거나 무거운 짐짝을 올려놓고 걸어야”하는 운명, 그런 것처럼 말이죠. 말 못하는 낙타라고 해서 어찌 짐스럽고 괴롭지 않겠어요?
그 낙타들도 “가장 많이 올려놓았던 짐짝은 막막한 슬픔과 대책없는 그리움이었을 테고, 무엇보다 그 짐짝을 내려놓고 싶었”겠죠. 그러나 내려놓으려고 하면 할수록 막막한 슬픔과 대책없는 그리움은 오히려 낙타의 메마르고 거친 살을 파고들지 않았겠어요?

우리네 사람들의 삶과 어쩌면 이렇게도 닮았을까요. 그래서 “오늘도 나(낙타)는 짐짝을 가득 싣고 세상 속으로 떠납니다. 다만 숨이 가쁘고 다리가 후들거리는” 건 어쩔 수가 없습니다.
우리 인생도 거개가 이같은 낙타의 처지와 매우 흡사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정선생님! 나태주 시인의 시 ‘낙타’를 읽으면서 왜 우리네 인생이 떠올랐을까요.
아마도 우리들 인생이 꼭 완성되고 널리 이름을 떨쳤으면 좋겠다 하는 희망과 염원으로 살아왔기 때문 아니었나 하고 생각합니다. 혹은 당장 내가 얻을 기름진 양식과 안락은 없을지라도 내 새끼들의 안녕과 풍요만 이룰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뭐 있으랴 했겠지요.
비록 지금은 거의 흘러가버린 무망한 세월들이 돼버렸지만….
정선생님!
하지만 낙타처럼 숨이 차고 다리가 후들거릴지라도 이제 우리의 남은 생, 또는 소박한 꿈을 향해 타박타박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지금에야 무슨 미련이나 집착이 남아 있겠어요. 그저 묵묵히 목마름을 참으면서 걷고 또 걸으면 종착지에 이르겠지요. 그때는 가까스로 평생의 멍에를 벗어던질 수 있을 것이고…. 분명 그 날이 오겠지요? 그런 기대와 희원(希願)마저도 없다면 무슨 낙으로 이 풍진(風塵) 세상을 헤쳐나갈 수 있겠어요.
내내 건승하시고 소박하고 맑은 복을 이루는 나날 되시기를 빌겠습니다.
/이강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