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철의 '의학 에세이'
COVID-19라는 무서운 전염병이 전 세계를 덮친 지도 1년이 훨씬 넘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확진자 수는 2억 명을 향해 치닫고 있고, 300만 명 이상이 사망했습니다. 하지만 백신이 개발되었고, 각국이 방역과 공공의료에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인 덕에 조금씩 수습되어가는 기미도 보입니다.
물론 변종 바이러스가 출현하여 저개발국가를 중심으로 급속히 퍼지고 있는 등 아직도 불안한 점이 많습니다. 인류 전체가 맞닥뜨린 이 엄청난 비극을 우리는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COVID-19는 전염병입니다. 그러니 지금의 사태를 의학적인 면에서 볼 수 있을 겁니다. 바이러스라는 병원체와 인간의 싸움으로 보는 거죠. 그렇다면 우리가 바라는 최선의 줄거리는 과학의 발달에 힘입은 인간의 승리일 겁니다. 조금 더 넓게 본다면 전염병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과학 이외의 문제들로 눈을 돌려볼 수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약한 사람은 누구일까요? 그들을 어떻게 돌봐야 할까요? 백신과 과학을 불신하는 사람을 어떻게 설득해야 할까요? 백신과 치료제를 개발한 국가, 그것들을 충분히 살 수 있을 만큼 돈이 많은 나라와 돈이 없어 수많은 사람이 죽어갈 수밖에 없는 나라 사이의 불균형은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모두 중요한 문제입니다. 하지만 저는 책을 읽는 분들과 함께 문제를 한층 더 넓고 깊게 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시간적으로 지구에 생명체가 출현한 순간부터 지금까지, 공간적으로 지구라는 환경을 이루는 땅과 바다와 하늘과 모든 생물을 함께 바라보려고 했습니다.
먼저 바이러스가 얼마나 작은지, 우리는 바이러스를 어떻게 발견했는지, 바이러스는 인류에게 어떤 병을 일으키고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우리 몸은 바이러스에 어떻게 대응하는지 알아보면서 미생물에 대한 기초적인 사실들을 짚어보았습니다. 그 지식을 바탕으로 사회 전체의 면역을 돌아본 후, 미생물이 태초부터 존재하면서 지구의 환경과 생물의 모습을 만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음을 설명했습니다.
결국 모든 생물과 미생물은 거대한 조화 속에서 살아가고 있으며, 인간의 활동이 그런 조화를 깨뜨릴 때 우리는 무거운 대가를 치르게 될 것임을 강조했습니다. 이 사실을 깨닫는 것이야말로 COVID-19라는 재앙을 가장 잘 읽어내는 길이라고 믿습니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씌어졌습니다. 하지만 과학적 사실과 사고의 전개 과정이 조금 어려운 부분이 있으리라 짐작합니다. 부모님이나 선생님들께서 잘 도와주시리라 믿습니다. 어린이와 청소년이 올바른 시각을 갖는 것이 우리의 가장 큰 희망일 테지요. 아울러 어른들도 가볍게 읽어주시기를, 그리고 책의 메시지를 많이 생각해주시기를 기대합니다.
아이디어를 제안해주시고, 거칠고 부족한 원고를 반짝반짝 다듬어 주신 그레이트북스의 이선아 팀장님, 위트 넘치고 사려 깊은 삽화로 수십, 수백 배 훌륭한 책을 만들어 주신 최경식 선생님, 우정과 격려를 담뿍 담은 추천사를 써주신 정인경, 최원형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강병철(소아과 전문의·꿈꿀자유 서울의학서적 기획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