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범서의 ‘정치 여울목’

필자는 나름 여의도에서 '전략가'로 인정을 받고 있지만 대통령에 출마한 추이매 전 의원에 비하면 하수라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추미애'란 분은 아주 기운이 강한 분입니다.

그 기운으로 삼보일보도 했고 당 대표에 나서 최초로 여성 당대표에다 임기를 꽉 채우고 퇴임했습니다. 그가 당대표를 하면서 대통령에 꿈을 꾸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대통령 출마 선언문을 읽어 보고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대 전략가 추미애

 '전략의 탄생'(쌤앤파커스, 2009)

'정말 대 전략가다.', ''전략의 탄생'을 지은 애비너시 딕시트(Dixit, Avinash K.)라는 분도 울고 갈 정도로 전략을 잘 세웠다'라는 생각을 갖게 합니다. 대통령에 나가려면 적어도 총리급에 올라 몸집을 키우는 것이 지금까지 대선 열차 승객을 보면 4칙 연산 같은 수순이었습니다.

평소에도 '내가 문재인보다 부족한 것이 무엇인가. 나라고 못 할 것이 없다'라고 자부를 해 왔는데 당대표에 5선 국회의원을 법무장관직에 앉혔으니 나름 속이 상했을 것입니다.

재선인 국회의원 출신도 부총리직에 올랐는데 당대표를 지낸 그것도 5선인 자기를 그 밑 장관에 임명 했으니 본인은 물론 누가 봐도 비상식적으로 보인 내각 인사였습니다.

내심 총리를 기대 했는데 훨씬 기대에 못 미친 법무장관이라고 하니 꼴이 났을 수 있었는데 여기서부터 대 전략가의 추미애 모습을 보입니다. 대통령에 도전 하려면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야 하고 이슈를 몰고 다녀야 하기에 법무부 산하에 있는 검찰총장을 키우기로 한 것이죠.

검찰 이슈를 몰아칠 때마다 신문과 방송은 자기 이름과 얼굴로 도배질을 하니 그것도 인지도를 올리는 전략이었을 것입니다. 검찰총장과 재임 내내 갈등을 겪고, 그 갈등의 여파로 검찰총장이 자기와는 무관하게 대통령 후보 물망에 오릅니다.

검찰총장을 키워 대통령 후보 급 반열에 올려놓을 생각은 미처 못 했습니다. 결국 본인이 물러나고 ‘추미애의 숨은 전략’ 의도(?)대로 검찰총장은 여론조사에서 일등을 하는 기현상이 벌어졌습니다. 

꿩 잡는 것은 매, 그런데... 

민주당 측에서는 검찰총장 죽이기에 앞장섰는데 되레 대통령 후보 지지율 1위가 되니 민주당 내부에선 허탈한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조용히 미소를 짓는 분은 따로 있었습니다.

'추미애의 깃발'(한길사 출판, 2021)
'추미애의 깃발'(한길사 출판, 2021)

대 전략가 추미애. 그는 윤석열이 대통령 후보군에 다가가면 갈수록 자기의 입지가 확고하게 굳혀져 대항마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그가 더 크기를 기다렸을 것입니다.

이제 검찰총장이 확고한 지지율 1위를 놓치지 않게 되자 드디어 숨겼던 전략의 힘을 전면에 내세웁니다. '꿩 잡는 것은 매다'라면서 본인만이 검찰총장 출신을 누를 수 있다는 논리로 국민들에게 자기주장을 펼친 것이죠.

검찰총장이 대권 후보가 아니라면 추미애도 그냥 잊혀지는 사람이 될 공산이 컸는데 검찰총장이 대권 행보에 나서니 자기도 그에 못지않은 후보, '꿩을 잡을 수 있는 매'는 자기 뿐이라면서 목소리를 올리고 있는 것이죠.

상대를 키워서 내 몸집도 불린다는 대 전략을 세운 그가 감탄사를 자아내게 하지 않습니까? 상대를 키워놓고 내가 제압할 적임자라면서 대통령 출마 선언을 할 줄 정말 몰랐습니다.

그래서 전략 면에서 추미애에 비하며 필자는 하수라는 것을 다시 절감합니다. 전략에 대한 공부를 열심히 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할 정도입니다. 대통령 출마 선언문까지 발표 했으니 당내에서도 그 대전략이 인정을 받아 '꿩 잡는 매'가 되시길 바랍니다.

그래야 대통령이 되면 본인이 수모를 감내하면서도,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할 대 전략을 세워 국민을 편안하게 하고 나라를 부강하게 하지 않겠어요?

'상대를 키워 본인만이 그를 잡을 수 있다'라는 전략. 기가 막히는 대 전략이 아니겠습니까? 민주당이 대통령 후보 선거 일정표를 확정 했으니 대 전략가 추미애의 당내 대통령 후보 결과가 궁금해집니다. 

'꿩 잡는 매가 되레 꿩에게 잡혔다' 또는 '잡을 꿩이 너무 커버려서 잡을 엄두도 내지 못한다'는 비아냥을 어떻게 극복하며 이겨낼지 궁금합니다. 하지만 기운도 강하고, 전략도 최고 수준급이므로 이런 당 내외 비판을 두려워하지 않고 잘 헤쳐 나가리라 봅니다.

'상대를 키운 뒤 그를 제압하려면 나 밖에 없다 '는 대 전략. 참으로 대단합니다. 석양빛에 조금씩 빨갛게 물들어 가는 뭉게구름이 오늘 따라 유달리 아름다워 보입니다.  

/최범서(전 언론인, 전 한국공항공사 이사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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