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종의 '역사칼럼'
0.
몇일 전에 어느 당 대표를 뽑는 선거가 있었습니다. 젊은 이준석씨가 선출되었지요. 그에 관해 많은 말이 쏟아진 것 같습니다.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저는 선거 때마다 저나름의 기준을 가지고 투표를 합니다.
지난 번 국회의원 선거 때는 그 기준을 다음과 같이 썼더군요. 시장이든, 도지사든, 국회의원이든, 대통령이든 어떤 자리에 누구를 뽑을 때든 적용할 수 있는 기준이라고 봅니다.
시민이면 누구나 투표 또는 선거에 기준이 있을 터인데요. 이준석씨와 그가 속한 정당은 처음부터 투표에 중요한 고려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만, 저와 다른 생각을 가지신 분들이 참 많은 것 같습니다. 안타까운 심정으로, 제 나름의 기준을 적어봅니다.
1.
선거 때마다 '북풍'을 유도했던 사람들, 분열과 공포의 세력이었던 그 사람들이 속한 끔찍한 정당에게는 절대로 저의 소중한 표를 주지 않습니다.
한반도 평화체제를 강력히 부정해온 집단이자, 매사에 외세의존적인 매국적 성격의 정치집단에게는 제 한 표를 빼앗길 수가 없다고 봅니다.
경제성장을 빌미로 항상 재벌 편만 들다가, 선거 때만 되면 갑자기 무리를 지어서 길거리에 자리를 깔고 석고대죄를 연출하는 정당에게 속아넘어갈 수는 없는 일입니다.
사사건건 사소한 핑계를 대며 국회를 공전시켜온 무리들을 어떻게 믿을 수 있는지요. 수많은 민생 법안을 끝없이 표류하게 만들어온 모리배들이요, 사소한 일로 정치적 분열만 획책하는 사람들을 믿는다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합리화가 되지 않습니다.
정책을 제시하기보다는 후보의 사생활만 폭로하는 데 집착하는 저질 정략가들에게도 저는 소중한 표를 넘겨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2.
저의 소중한 한 표는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고, 통일의 힘을 키우는 데 사용되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역사적 사명을 깊이 인식하고 있는 지도자라야합니다. 성실하고 정직하며 풍부한 인간성까지 소유한 그런 분이 이끄는 정당이라야 제가 표를 줄 것입니다.
3.
우리는 아직 '촛불혁명'을 완수하지 못하였지요. 법원에도, 검찰에도, 언론계에도, 혁명을 반대하는 그들은 버젓이 살아 있습니다. 그 무엇보다도 경제계에는 적폐 세력이 들끓고 있다고 봐야 옳을 것입니다.
우리사회를 어둡게 만들어온 적폐 세력을 온전히 청산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평범한 시민으로서 저는 그간에 쌓이 적폐가 하루 이틀 만에 정리될 수는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것은 지난 100년 동안에 형성된 막강한 세력이지요. 이렇게 뿌리 깊은 사회악을 없애는 일이라서 문제를 청산하는 데도 그에 상응하는 긴 세월이 필요하다는 점은 너무도 당연한 일입니다. 쉽게 실망하거나 포기하면 또다시 그들의 먹이가 되고 맙니다. 시민들의 간절한 소망과는 달리 적폐 청산이란 문제는 친일파 청산보다도 더 오랜 기간이 필요할 것입니다.
이 땅에 적폐 세력이 완전히 소탕될 때까지는, 저는 문제의 장본이라할 일부 보수정치세력에게 단 한 번도 표를 가져다 바치는 일이 없을 것입니다.
저주받아 마땅한 세력이 우리 곁에 존재합니다. 그들의 무리를 정치권에서 완전히 소탕할 수 있을 때까지 저들의 섣부른 잔꾀와 속입수에 현혹되는 일이 일어나서는 안되겠지요. 그러나 일상에 지친 많은 시민은 그들에게 속아넘어갈 가능성이 많아서 걱정입니다.
4.
근본적으로는 우리 사회에 정계 개편이 이뤄져야한다고 봅니다. 비교적 건전한 보수 중도 정당을 중심으로, 깨끗한 진보세력 그리고 희망찬 미래를 약속하는 급진정당이 정치판을 균점하는 날이 오기를 소망합니다. 그러나 혼탁하기 짝이 없는 오늘의 대한민국에서는 그 싹을 발견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래도 절망은 금물이겠지요. 투표를 할 때 저의 구체적인 기준은 이런 것입니다.
이른바 '인물' 위주의 투표는 절대 금물이라고 봅니다. 인물이란 무엇인가요? 학벌아니면 경력 위주로 사람을 판단하는 것은 지극히 위험하다고 봅니다. 대개는 이름이 조금이라도 더 알려진 '인물'이 '구악'에 더욱 깊이 물든 존재들이라고 봅니다. 이런 사람들을 저는 멀리합니다.
5.
현재 우리는 정당 중심으로 대의민주주의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정당 중심으로 투표를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장차는 정당제도를 넘어서야 할 것입니다. 직접민주주의에 보다 가까이 가기를 소망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먼 훗날의 일이고요. 현재로서는 대의민주주의라는 구도 안에서 선거도 하고, 정권도 만들고 하는 것이겠지요. 최선의 정당이 없으면 차선 또는 차악의 정당을 택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기차를 타고 금강산도 가고 싶고, 고속도로 따라서 백두산에도 올라가 보고 싶습니다. 시베리아 또는 몽골을 넘어, 베를린, 파리, 마드리드, 로마로 여행도 하고 싶은데요. 저에게 이런 꿈을 현실로 바꿔 줄 수 있는 정당을 지지할 것입니다. 그런 꿈이 있는 정치가들에게 나의 소중한 한 표를 주고 싶습니다.
섣부른 양비론을 경계하며, 그래도 정의를 꿈꾸고 평화와 통일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나라일을 맡게 해야한다고 봅니다. 이런 마음으로 제가 이준석씨와 그가 속한 정당을 평가할 때 과연 어떤 점수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백승종(역사학자, 전 서강대 사학과 교수, 현 한국기술교육대학교 겸임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