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구의 '생각 줍기'

연초록 녹음의 세상이 너무 좋습니다. 6월은 우리에게 이리도 아름다운 세상을 선사하는데 이런 세상은 거저 얻어진 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아름다운 강산이 거저 얻어진 게 아닌 걸 기억하라고 6월을 호국보훈의 달로 정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우리 민족의 잊을 수 없는 동족상잔의 비극인 6.25전쟁도 6월에 있고 말입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6월 호국보훈의 달에 대한 인식이나 6.25전쟁에 대한 기억들이 잊혀져 가는 느낌입니다.

특히 그런 현상이 더욱 심해지는 건 저만이 느끼는 감정은 아니라고 봅니다. 6.25전쟁으로 300만명의 사상자와 1,000만명 이상의 이산가족, 그리고 수많은 전쟁 고아가 생겼으며 국토는 쑥대밭이 됐습니다. 

3년간 계속된 전쟁은 우리 민족에게 엄청난 상처만 남기고 끝도 나지 않은 채 3.8선은 휴전선이 되어 세계 유일한 분단국가로 남아 있습니다. 나라와 민족을 위해 소중한 목숨을 바친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영전에 삼가 머리 숙여 명복을 빌어봅니다.

오늘날 우리가 독립된 나라에서 자유와 평화 그리고 번영을 누리면서 저마다의 소중한 미래를 가꾸며 살 수 있게 된 것은 선열들의 고귀한 희생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위정자들이 하는 가장 어리석은 일이 전쟁일 텐데 이 아름다운 한반도에 다시는 씻을 수 없는 상처와 고통만을 남긴 6.25전쟁과 같은 비극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역사책들을 보면 인간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습니다. 우리 인간은 태어나면서 생존을 위해 전쟁을 시작했습니다. 따라서 전쟁의 역사를 공부하면 세계사는 저절로 이해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제가 역사에서 기억하고 있는 가장 잔혹한 전쟁의 장면은 이렇습니다. 로마 황제 중 ‘불가록토누스(불가리아 족의 학살자)'란 별칭을 가진 바실리우스 2세는 클레이디온 전투에서 불가리아 군대를 완파하고 대승을 거두었습니다.

전하는 얘기에 따르면(에드워드 기번의 로마제국 쇠망사에도 나오는 이야기임) 황제는 이 전투에서 포로로 잡힌 1만 5,000명의 눈을 모두 제거하되, 100명 당 한 명 꼴로 한 쪽 눈만 남겨 그들로 하여금 눈 먼 동료 병사들을 인솔하여 본토로 돌아가게끔 했다고 합니다. 

상상만으로도 끔찍한 장면입니다. 150명의 외눈 병사들이 인도해 가는 1만 5,000여 군사들의 무리를 보고 불가리아 황제 사무엘은 그 충격으로 사망하였다고 합니다. 

오늘 현충일을 기리며, 부디 민족끼리 총부리를 겨눠야 하는 슬픈 상황이 하루빨리 끝나고 통일의 그날이 오기를 기원합니다. 

/이화구(금융인ㆍCPA 국제공인회계사ㆍ임실문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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