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큐레이션] 2021년 6월 5일

지역 거점 국립대인 전북대학교병원(전북대병원)이 고액 연봉의 상임감사 자리를 놓고 ‘깜깜이 인사’ 또는 ‘낙하산·코드 인사’란 소릴 계속 듣고 있다. 업무의 전문성과는 전혀 딴판인 인물들이 그 자리에 앉게 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북대병원은 오는 8월 1일로 임기가 끝나는 제10대 이란우(59) 감사의 후임 자리에 이춘구(64) 전 KBS 전주방송총국 보도국장과 이해숙(56) 전 전북도의원 2명을 선정해 교육부에 추천했다고 밝혔다.
전북대병원은 지난 2일 이사회를 열고 3년 임기인 11대 상임감사 후보에 이들 2명을 선정했다고 밝혔지만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어떤 문제점들이 있는지 들여다보았다.
전북대병원 상임감사 후보 이춘구·이해숙씨 2명 선정 추천..."전문·투명성 미흡" 비판
두 인물 중 이춘구 씨는 전 KBS 전주방송총국에서 정년퇴임한 이후 전북대 산학협력단 교수로 재직하다 국민연금공단 상임감사로 자리를 옮겨 2018년 이후 3년여 동안 상임감사로 근무해 왔다.
그러나 감사실 업무 전반은 물론 재무회계, 기금운용내역 감사 총괄 등을 맡아 지휘하는 국민연금공단의 상임감사 업무 특성과 그의 이력(경력)은 적절성에 의문이 들게 할 정도로 다소 거리가 멀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특히 이 전 감사는 방송사 퇴직 후 전북대에서 산학협렵단 중점교수로 재직하기도 했지만, 특별한 연구활동이나 성과 없이 떠나 따가운 눈총을 받기도 했다.
그런 그가 공단의 감사로 옮겨 재직하면서 직원들의 대형 마약사고 등이 발생하자 감사의 적임성 여부에 따가운 시선이 쏠리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전북대병원 상임감사 물망에 다시 오르자 그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다.
또 다른 후보로 선임된 이해숙 씨는 전북대 대학원 사회복지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전주경실련 사무국장과 군산경실련 정책위원장, 제10대 전북도의원으로 활동한 경력이 있다.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국립대병원 상임감사 업무와는 거리가 멀기는 마찬가지 인물이라는 점에서 역시 따가운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차제에 전북대병원 상임감사 선정의 적정성, 타당성, 투명성 등에 관한 논란이 다시 일고 있다.
전북대병원 수뇌부 깜깜이 인사 언제까지?
전북대병원 상임감사는 병원 전반의 재산과 회계, 업무, 정관 규정사항에 대한 이행 여부 등에 대해 감사하는 자리다. 이처럼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자리임에도 지역사회에서 학연과 정치적 인맥 등을 고려한 낙하산식 인사가 계속 이어지고 있어 상임감사 인사 때마다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이에 전북도민일보는 지난 4일 지역언론사들 중 보기 드물게 비판 기사를 냈다. 신문은 기사에서 상임감사 외에도 병원장에 대한 인사 과정의 문제점까지 제기했다.
‘전북대병원 수뇌부 깜깜이 인사 언제까지 계속되나’란 제목의 기사는 “전북대병원 수뇌부 선출 방식이 깜깜이 인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며 “차기 병원장과 상임감사 선출은 병원 이사회를 통해 비공개로 결정되지만, 병원 내부 구성원들조차도 알기 힘들 정도로 지나치게 폐쇄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기사는 “전북대병원장은 국립대학병원 설치법 등에 따라 병원 이사회가 추천하면 교육부 장관이 임명하는 절차를 거치도록 돼 있다”며 “이에 전북대병원은 조남천 현 병원장의 임기 만료(7월 10일)를 앞두고 지난 4월 19일부터 지난달 3일까지 21대 병원장 임용후보자를 공개 모집했으며 이후 병원은 지난달 14일 이사회를 열고 차기 병원장에 김정렬(정형외과) 교수와 유희철(간담췌이식혈관외과) 교수를 교육부에 추천했다”고 밝혔다.
특히 기사는 “원래 전북대병원 이사회는 통상적으로 병원장 후보 1순위와 2순위를 결정해 교육부에 추천했다”면서 “하지만 이번 21대 병원장 후보는 내부 규정에 따라 2명을 무순위로 추천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3년 임기 보장되는 국립대병원 감사 자리가 보은성 코드 인사라니”
“예년과 달리 추천 후보자에 대해서도 공식적으로 알리지 않아 의문 부호가 생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는 기사는 “문제는 전북대병원이 8월 1일로 임기가 만료되는 현 이란우 상임감사 후임을 위해 지난 5월 7일부터 20일까지 제11대 병원 상임감사 임용후보자 공모 접수를 진행하면서 발생되고 있다”고 또 다른 문제점을 제기했다.
기사는 특히 “전북대병원 측이 또다시 이번 상임감사 후보 응모 인원과 후보자에 대해서도 말을 아끼고 있다”며 “지난 2일 병원 이사회를 통해 2명의 후보자가 교육부에 추천된 것으로 알려졌을 뿐, 어떤 과정을 거쳐 심사가 진행됐는지 등을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덧붙여 기사는 “이해할 수 없는 과거 깜깜이 인사의 전형으로 지적되고 있다”며 “평균 급여 1억원에 3년의 임기 보장까지 되는 국립대병원 감사 자리가 보은성 코드인사라는 지적도 피할 수 없는 이유”라고 꼬집었다.
여기에 기사는 전북대병원 노조 측 발언을 인용해 “어찌됐건 병원장이나 상임감사는 공개적으로 모집을 하는 데 왜 밝히지 않았는지 의문”이라고 우려감을 표시했다.
이에 대해 전북대병원 관계자는 "외부 지원자인데다 내부 방침이 있어 지금 상황에서는 말하기 곤란하다"며 "그동안 상임감사 후보자가 교육부로부터 최종 선정되기 전에 미리 언급된 적은 없었다"고 신문은 기사에서 밝혔다.
그러나 현재 전북대병원 상임감사를 맡고 있는 이란우 씨도 언론인(전북일보) 출신인데다 후임 감사 후보들 중 한 명이 또 언론인(KBS) 출신이라는 점, 현 전북대병원 이사들 중 전북일보 임원이 포함돼 있는 점들 때문에 가뜩이나 언론인들의 전북대병원과의 인연이 너무 잦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따라서 언론인 출신이 상임감사로 다시 거론된데 대해 따가운 시선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전북도민일보 기사는 시의적절한 문제제기로 보여진다. 특히 이 문제를 병원 노조에서도 '의문'이라고 제기했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계속 이러한 깜깜이 인사가 진행될지 주목된다.
“평균 연봉 1억 국립대병원 상임감사들, '비전문가' 낙하산” 비판
한편 이와 관련해 의료전문 언론인 데일리메디가 보도한 4일 기사가 주목할만하다. 데일리메디는 ‘평균 연봉 1억 국립대병원 상임감사, '비전문가' 낙하산’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전국 국립대병원의 인사 문제를 집중 조명했다.

“전국 12곳 중 7곳, 민주당·친문(親文) 등 코드 인사···금년 교체 인물 촉각”이란 중간 제목과 함께 기사는 “국립대병원 상임감사 자리가 전문성이 없는 인사들로 채워져 코드 인사가 만연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기사는 “데일리메디가 전국 12개 국립대병원 상임감사 주요 경력을 분석한 결과, 절반이 넘는 7개 국립대병원 상임감사가 더불어민주당 관련 인사들이었다”며 “평균 연봉 1억원인 국립대병원 상임감사는 지역 거점 의료기관으로서 공익에 부합하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내부 견제와 부패 감시·예방 역할을 수행하며 의료기관 감사 특성상 상당한 전문성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대부분 국립대병원 상임감사 자리가 주로 낙하산 인사로 채워져 전문성과는 거리가 멀다"고 지적한 기사는 “현재 강원대병원, 강릉원주대 치과병원, 경상대병원, 경북대병원, 전남대병원, 전북대병원, 제주대병원, 충남대병원 모두 상임감사 교체를 앞두고 있는 곳”이라고 지목했다.
기사에서 공개한 자료에 의하면 현재 국립대병원 상임감사들 중 상당수가 정치적인 인맥과 연결돼 있다. 전문성이 없는 코드 인사란 소릴 들을 만하다. 그런데 또 다시 하반기에 임기가 시작되는 국립대병원의 상임감사들도 비전문가들로 그 자리가 채워질 공산이 크다.
전북대병원에서 이미 그러한 움직임이 감지된다. 국립대병원 상임감사가 더 이상 낙하산 또는 코드 인사가 아닌 전문성 있는 인물들을 대상으로 투명한 선발 과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과 비판을 겸허히 새길 때다.
/박주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