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비평] 볼썽사나운 지방의회 2제

최근 정부 부처에선 고위직 공무원을 중심으로 '노블레스 오블리주'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정부가 전 국민에 지급하는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이지만, 코로나19 사태로 더욱 어려움을 겪는 국민이 사용하도록 재난지원금 기부 의사를 앞 다퉈 밝히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정세균 국무총리까지 나서서 지도층의 도덕적 의무인 '노블레스 오블리주’ 확산에 불씨를 지핀 탓도 크지만 코로나19의 장기화에 따라 흉흉해진 민심을 다독이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읽힌다.
이처럼 전 사회적으로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가 확산되는 것과는 대조로 전북도의회와 전주시의회에서는 그 반대 개념인 ‘노블레스 말라드(Noblesse Malade)’로 신음하고 있다. 볼썽사나운 2제를 짚어본다.
[# 1] 전북도의회 송성환 의장과 윤리특위 위원들의 '사퇴 촉구' 비난 이유
전북도의회 윤리특위는 지난 4월 22일(수) 뇌물수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송성환 의원에 대한 의사진행 중단 권고철회를 결정했다.
윤리특위는 갑작스러운 결정에 대해 “1심 재판이 12개월 이상 장기화되면서 도의회의 위상 및 신뢰도가 저하되었고 충분한 숙려의 시간을 가졌으며 의장 임기 만료 전 명예회복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윤리특위는 1년 전 사건이 불거졌을 당시 징계의 타당성을 부인하지 못하면서도 송성환 의원에 대한 징계처분을 보류했다가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여론의 악화로 인해 떠밀리듯 ‘본회의 의사진행 중단 권고’를 내렸다가 1년 만에 스스로 내린 권고 결정의 취지를 완전히 뒤집는 모순된 행위를 한 것이다.
이에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는 '전북도민을 우롱하고 명예를 훼손한 전북도의회 송성환 의장과 윤리특위 위원 전원 사퇴하라'란 제목의 성명을 내고 “송성환 의원의 혐의와 관련된 상황은 아무 것도 달라진 것이 없다”면서 “윤리특위 위원장인 문승우 의원이 언론을 통해 '1심 재판이 나오면 징계할 예정'이라고 밝힌 대목도 앞뒤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모든 문제는 자정능력을 상실하고 의원들의 체면만 생각하는 무능력한 윤리특위로부터 비롯된 것“이라며 ”윤리특위에 대한 제도적인 보완을 포함해서 환골탈태 수준으로 변화시키지 않고서는 떠나간 도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참여자치시민연대는 ”도민을 우롱하고 도민의 명예를 훼손한 전북도의회 송성환 의장과 윤리특위를 유명무실한 기구로 전락시킨 윤리특위 위원 전원의 사퇴“를 요구하면서 ”전북도의회도 스스로 이번 권고 철회 결정을 취소하고 송성환 의원에 대한 제대로 된 징계 처분을 내림으로써 도민들에게 사과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송 의장은 도의회 행정자치위원장이던 2016년 9월 동유럽 해외연수 과정에서 여행사 대표로부터 2차례에 걸쳐 현금 등 775만원을 받은 혐의(뇌물수수)로 지난해 4월 기소됐다. 그러나 한 달 만인 지난해 5월 윤리특위는 “의장이 검찰에서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됐다는 것만으로도 의원으로써 품위를 떨어뜨렸다”며 징계가 타당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송 의장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인 와중에 윤리특위가 회의를 열어 송 의장에 대한 권고 철회를 결정했다. 도의회 윤리특위 위원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송 의장이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사과했고 충분한 숙려의 시간을 가져 의장 임기 만료 전 명예회복 기회를 줘야 한다는 동료 의원들의 의견이 있었다”면서 “1심 재판이 나오면 징계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윤리특위의 결정에 대해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난이 안팎에서 쏟아져나왔다. 비난이 채 가라앉지 않은 상태에서 송 의장은 지난 6일 “코로나19에 맞서 고군분투하는 의료진을 응원하기 위해 ‘덕분에 챌린지’에 동참했다”는 내용을 대대적으로 언론에 홍보했다.
일부 지역언론들은 송 의장의 "코로나19 치료 현장에서 묵묵히 최선을 다하는 의료진의 헌신과 노고에 감사드린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지역 내 전파를 막아낸 도민들께도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는 발언과 함께 그의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 2] 제주도 워크숍(?) 다녀온 전주시의회 의장단, 거센 비난 이유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비상 상황인 국면에 전주시의회 의장단이 워크숍을 명목으로 제주도를 다녀와 사과를 했지만 공분이 쉬 가라앉지 않고 있다.
전주시의회 박병술 의장을 비롯해 강동화 부의장, 김현덕·백영규·이경신·박형배·김진옥 의원 7명은 5월 4일부터 6일까지 2박 3일 일정으로 제주도로 워크숍 일정을 마치고 돌아왔다.

그러나 시의회 의장단의 제주도 워크숍에 대해 '코로나19' 상황이 생활 방역으로 바뀌었다고 하지만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비판이 드세다. 특히 6월 말로 임기가 끝나는 시의회 의장단이 '코로나19'로 지역경제가 타격을 받은 상황에서 제주도를 간 것은 외유성이라는 말이 흘러 나온다.
“코로나19 상황이 여전히 진행 중인데 의장단이 제주도를 갔다는 것은 적절하지 못한 처신"이라며 동료 의원들까지 비판에 가세했다. 시민들의 싸늘한 반응을 의식했는지 시의회 의장단이 짧은 사과문을 내놓았다.
5월 7일 박병술 시의회 의장을 비롯한 의장단은 기자회견을 열어 “머리숙여 사죄드립니다”라며 14줄짜리 사과문을 발표하고 퇴장했다. 그러나 면피성 사과라는 따가운 비판은 더욱 거세졌다.
이날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는 성명을 내고 “나라 전체가 코로나19 사태라는 엄중한 재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총력을 모으고 있는 중에 지역 주민을 대표하는 지방의회 의원들이 벌인 일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라며 “시민들은 여전한 위기감 속에서 생활의 불편은 물론 생계유지조차 곤란한 상황을 감수해가며 지속적인 전염병 확산 저지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의원들의 인식은 완전히 딴 세상에 가 있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워크숍 내용과 목적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과 의구심도 흘러 나왔다.
참여자치시민연대는 “이번 워크숍은 시기의 문제뿐만 아니라 목적 자체도 심각한 문제가 있다”며 “먼저 의장단 워크숍이라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며 상임위에서 정책 개발 등 의정활동의 일환으로 비교시찰을 가는 것과 달리 특정한 소수의 의원 몇 사람만 참여하는 워크숍이 과연 필요한 것인지, 그것도 연휴 인파로 방역에 비상이 걸린 제주도에서 가졌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시민 앞에서 공개 사과할 것"을 요구한 뒤 “시의회 예산을 들여 진행한 사업인 만큼 사전에 제출된 출장계획서에 담긴 워크숍의 목적, 일정, 예산 등을 낱낱이 밝힐 것”을 촉구했다.
이처럼 전북지역에서는 사회적으로 지위가 높은 선출직 의원들이 도덕적 의무를 다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반대에 섬으로써 비난과 질타를 받고 있다. 다른 선출직 기초·광역의원들을 바라보는 시선까지 곱지 않다.
무엇보다 지방의회 의장 또는 의장단의 부도덕성이 도마 위에 오르내리는 형태가 볼썽사납다. ‘노블레스 말라드’ 경쟁을 하라고 뽑아 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전북의소리> 편집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