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큐레이션] 2021년 5월 21일(금)

최근 전북의 농촌지역에서 주민들이 집단 암에 걸려 피해를 호소하는 사례가 부쩍 늘고 있다. 주로 개발에 따른 환경 오염 문제에 기인한 것이어서 원인과 대책을 놓고 행정과 주민들 간 법적 소송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익산시 장점마을을 비롯해 남원시 내기마을, 정읍시 정애마을, 고창군 외토·외일마을, 완주군 고산면 그리고 익산시 왈인마을과 장고재마을 등 전 지역에 고루 해당된다. 

농촌마을 주변 개발로 인한 환경 오염으로 주민 고통과 암 발병 피해 사례가 지금도 계속 이어지고 있는 곳들이다. 조용한 농촌마을에 암 환자가 갑자기 늘어나고 마을 주변에 악취와 분진, 소음 등으로 주민들에게 고통을 가져다 주는 가장 큰 원인은 느슨한 법망을 이용한 기업의 탐욕과 행정력의 부재가 빚은 참사라는 점에서 공분이 크다. 

조용한 농촌마을 암 환자 급증...지역 주요 언론들 침묵, 느슨한 행정 

한국일보 4월 21일 기사(홈페이지 캡쳐)
한국일보 4월 21일 기사(홈페이지 캡쳐)

더구나 전북지역 농촌마을의 환경 참사가 지역의 주요 일간지들에서는 잘 보도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이러한 한경 참사 현장을 서울언론 또는 풀뿌리 지역언론이 심층적으로 보도해 대조를 이루고 있다.

익산시 낭산면과 완주군 비봉면 폐석산이 대표적 사례로 꼽히고 있다. 유사한 경로를 거쳐 불법 폐기물 매립의 거대 온상으로 소문난 지역이다. 

특히 채석 후 비어 있는 폐석산을 적법하게 활용하겠다고 나선 매립업체들이 하나같이 약속과 다른 불법을 저지른 탓이다.

이들은 허가 받은 적 없는 폐배터리 업체나 화학공장의 폐기물을 몰래 들여와 묻는가 하면, 복토재 수준으로만 사용하겠다던 유해 고화처리물을 전체 매립량의 99.5% 비율로 쏟아부어 주변을 오염시켰다. 이미 엎질러진 오염된 물 앞에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한다는 점에서 주민들이 이중 삼중의 고통에 내몰리고 있다. 

한국일보, "익산·완주 주민들 고통 공론화 6~7년, 책임자 처벌은 커녕 폐기물 그대로" 심층 보도 

한국일보가 지난 4월 21일 익산과 완주지역 환경 참사 실태를 집중 보도했다. 신문은 ‘불법매립 피해 주민들 "느슨한 법망·행정력 부재가 빚은 참사"’란 제목의 기사에서 “주민들 고통에 문제가 공론화된 지 6~7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책임자 처벌은커녕 폐기물 이적조차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다”며 “매립 참사와 더딘 수습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지역 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은 "느슨한 법망과, 있는 법조차 제대로 실현하지 못하는 행정력이 만들어낸 비극"이라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한국일보 4월 21일 1면 기사(홈페이지 캡쳐)
한국일보 4월 21일 1면 사진기사(홈페이지 캡쳐)

이어 기사는 ”낭산면 폐석산 매립 문제는 '산지를 복구하겠다'는 업체들의 거짓된 약속에서 시작됐다“며 ”산지관리법과 폐기물관리법에 따르면 폐석산을 복구할 때 흙이나 돌가루뿐 아니라 재활용 가능한 일반폐기물을 활용할 수 있게 돼 있지만 어떤 종류의 폐기물을 사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 규정은 2010년에야 마련됐다“고 덧붙였다.

신문은 또 기사에서 ”그 사이 업체들은 관련법을 확대 해석해 2004년께부터 산지 복구에 적합하지 않은 불법 폐기물을 처리하는 데에 폐석산을 활용하기 시작했다“며 ”익산지역 시민단체 관계자는 ‘당시 느슨했던 법이 악용의 문을 열어줬던 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고 보도했다. 

더욱이 "법이 구체적이지 않던 시절에도 폐배터리 업체나 화학공장에서 나온 독성 폐기물을 석산에 들이는 건 엄연한 불법이었다“고 밝힌 기사는 ”그러나 일단 업체들이 허가를 받고 나면 지자체도 환경부도 적절한 관리감독을 하지 않았다는 게 문제였다“며 ”결국 유해성 높은 불법 폐기물들이 낭산면 폐석산에 쌓여갔고, 주민들의 민원이 빗발친 지 수년이 지난 2016년이 돼서야 환경부 조사에 의해 불법 매립 사실이 공식화됐으며, 당시 조사된 침출수에선 비소와 납 성분이 대거 검출됐다“고 실상을 고발했다.

완주군 비봉면 폐석산의 경우도 매립업체의 불법 행위에 오랜 시간 제동이 걸리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다. 완주지역 불법 폐기물 매립 문제 대책위원회 측은 지금도 "매립 업체가 제출한 계획서와 실제 매립된 폐기물 비율이 달랐던 것을 지자체나 환경부에서 사전에 알고 막을 기회가 충분히 있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2012년 매립 허가가 떨어지고 5년에 걸쳐 60만여 톤의 고화처리물이 폐석산을 뒤덮은 후에야 지자체가 수습에 나서 처리가 지연되고 꼬이고 있다. 

한국일보는 해당 기사에서 ”지역 대책위 관계자들은 이미 버려진 폐기물 이적에 대해서만이라도 환경부가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주길 바라고 있다“며 ”폐기물 매립 허가는 전적으로 지자체 책임과 권한에 따른 것이지만, 모든 절차는 환경부 산하 환경관리공단의 '올바로시스템'에 등록되기 때문에 중앙정부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기사는 또한 ”환경부 측은 이에 대해 ‘매립 관련 업체들의 불법 행위는 인허가 기관인 지자체가 관리 감독했어야 한다’고 말했다“며 ”그러나 대책위 측은 ‘지자체 힘으로 수천억 원의 행정비용을 감당하려면 얼마나 많은 세월이 걸릴지 모른다’며 답답한 심정을 내비쳤다“고 실태를 알렸다.

JTBC, '악취 진동 '썩은 물' 뿜는 마을 뒷산…왜?', 완주·익산 환경 참사 심층보도

JTBC 4월 29일 보도(동영상 유튜브) 

이어 JTBC가 4월 29일 이 문제를 현장 취재로 심층 보도해 다시 한 번 관심을 촉구시켰다. 방송은 ‘밀착카메라, 악취 진동 '썩은 물' 뿜는 마을 뒷산…왜?’에서 완주군과 익산시 폐석산에서 흘러나오는 침출수를 생생하게 취재해 보도했다.

방송은 불법 폐기물을 몰래 묻어둔 양 지역 매립장들을 소개하면서 ”시간이 지나서 문제가 드러났지만, 아직도 오염된 썩은 물이 뿜어져 나오고 있다“며 ”되는대로 치우고는 있지만,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도 모르고 그사이 피해는 주민들 몫“이라며 완주군과 익산시의 방치된 오염 현장을 보도했다.

”지난 2017년까지 사용됐던 완주군 폐기물 매립장“이라고 소개한 곳은 "악취가 매우 심한 지역으로 지난 2014년부터 원래 묻히기로 한 폐석재가 아닌 하수 찌꺼기 등 60만 톤이 매립됐다“고 전했다.

방송은 또 ”시커멓게 오염된 물이 있는 이 곳은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황화수소가 배출 기준의 최대 6,800배 검출됐다“며 ”지난해 감사원은 지자체에서 필요 없는 매립지를 계획했고, 허가받지 않은 폐기물을 매립하는 걸 묵인했다고 조사했고 폐기물을 다른 매립지로 옮기는 방안도 마련하라고 통보했지만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른다“고 보도해 심각성이 얼마나 큰지 일러주었다. 

이에 대해 완주군 담당 부서 팀장은 방송과 인터뷰에서 ”매립장 위치를 잡는 게 쉽지가 않다“며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고 이전에 대해서 타당성 용역을 하고 있다“는 답변만 되풀이했다.

그러나 결국 ”피해는 주민들 몫“이라는 이날 방송에서 완주군 백도리 마을 주민들은 ”전에 물고기도 살았는데 물고기도 다 죽어버리고 물고기도 없다“며 ”“농사를 안 짓느니만 못하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여기저기 검은 물이 스며들었고, 죽은 동물도 보여...”

JTBC 4월 29일 보도(화면 캡쳐)
JTBC 4월 29일 보도(화면 캡쳐)

이어 방송은 “심각한 곳은 또 있다”며 시꺼먼 웅덩이가 곳곳에 보이는, 폭탄을 맞은 것처럼 보이는 익산시 낭산면 폐석산 일대의 오염 실태를 소개했다. “여기저기 검은 물이 스며들었고, 죽은 동물도 보인다”는 방송은 “물이 계속 나오는데 물 색깔이 마치 화학 약품을 탄 것처럼 시커멓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 물은 화학 약품을 탄 게 아니라 땅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침출수”라고 밝힌 방송은 “문제는 5년 전 처음 드러난 것으로, 일반폐기물과 허가받지 않은 폐기물이 함께 파묻힌 143만 톤 중 옮겨진 건 0.2%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방송은 또 “이곳에서는 폐배터리와 화학 제품이 불법으로 파묻혔다”며 “시커멓게 오염된 물이 솟아나고 있는데, 중금속도 다량으로 검출된 물이 사방에서 뿜어져 나오고 있다”고 현장을 소개했다.

이날 방송에서 익산시 주민들은 “장점마을하고 똑같다”고 말했다. “떠들면 조금 하는 척하다가 안 떠들면 조용하다”는 주민들의 하소연에서 행정이 얼마나 소극적인지 알 수 있게 한다.

이에 대해 익산시 관계자는 “행정소송이 진행 중인 업체가 다수여서 소송이 끝나지 않음을 근거해서 (복구)참여가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책임을 미뤘다. “하지만 이 폐기물들이 옮겨질 때까지 수 년 간 침출수를 견디는 건 온전히 주민 몫”이라고 한 이날 방송은 “이렇게 되기 전에 철저하게 추적, 관리하는 게 정말 그렇게 어려운 일이었을까”라고 마무리했다. 

익산시, 행정대집행 시작했지만 원상복구까지 수십 년 

한편 최근 익산시의 낭산면 폐석산에 불법으로 매립된 폐기물을 치우기 위해 행정대집행을 시작했지만 지금과 같은 속도라면 원상복구까지 수십 년이 걸리는데다, 불법 매립 업체들의 반발도 변수가 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익산시는 남은 폐기물을 처리하기 위해 행정대집행을 실시하겠다며 비용은 폐기물을 불법 매립한 45개 업체에 가압류 등으로 회수하겠다고 밝혔지만 해당 업체들이 원상복구 명령에 불복해 소송으로 맞서고 있다. 일부 업체는 행정대집행이 부당하다며 행정심판을 제기하는 등 반발하고 있어서 결국 피해는 주민들의 몫이라는 점에서 완주군과 상황이 비슷하다.

앞서 KBS전주총국은 이 문제에 대해 아침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 '패트롤 전북'에서 지난 2019년부터 2020년 사이에 연속 보도하며 문제를 제기했지만 행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당시 방송은 비소와 카드뮴 등 1급 발암 물질이 뒤섞인 폐기물이 불법으로 묻혀 있는 폐석산에서 침출수까지 흘러들면서 마을 주민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는 실태를 현장의 목소리로 전했다.

완주신문, "환경 참사 중심 불법 폐기물 위탁처리 최대 5,254억원 소요" 집중 보도

이러한 농촌지역 환경 참사에 대해 지역 언론들 중에서는 완주신문이 꾸준히 실태와 문제점 등을 취재·보도해 시선을 끌어왔다. 신문은 “완주군 비봉면 백도리에 고화토산은 지난 2014년 만들어지기 시작했다”며 “심각한 환경 오염을 우려하는 경고와 문제가 발생했는데도 매립은 강행됐다”고 밝히면서 입수한 2014년 보은매립장 공사가 시작되는 순간부터 그동안 과정을 여러 차례 기획 기사로 다뤘다.

신문은 관련 기사에서 “비봉면 보은매립장은 수십만 톤의 불법 폐기물이 매립된 곳으로, 완주군 환경 참사의 중심이 됐다”며 “이곳 침출수에서는 발암물질 페놀이 기준치의 152배 넘게 나왔으며, 토양에서도 지정 폐기물로 분류될 만큼 중금속인 구리가 기준치 이상 검출됐다”고 보도했다. 기사는 또 “이 사건으로 ‘청정 완주’ 이미지가 실추되고 지역 농산물 판매에 악영향을 주었으며, 천문학적인 혈세가 낭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완주신문이 보도한 환경 참사 관련 기사(홈페이지 캡쳐)
완주신문이 보도한 환경 참사 관련 기사들(홈페이지 캡쳐)

신문은 또 “완주군 환경 참사의 중심 보은매립장의 불법 폐기물을 위탁처리할 경우 최대 5,254억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이는 지난 2019년 완주군의회 폐기물 매립장에 관한 행정사무조사 특별위원회에서 예상한 3,000억원 규모를 훨씬 육박하며 완주군 환경 참사의 피해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케 한다”고 비판했다.

이 때문에 천문학적인 혈세 낭비는 물론 주민들의 피해가 막막한 실정이다. 완주신문은 이에 대해 “보은매립장 환경 참사로 인한 피해가 막대함에도 책임지는 사람은 한명도 없다”며 “지난 감사 결과 관련 공무원들은 징계시효가 지나 ‘주의’와 인사자료로 활용하라는 것 밖에 책임을 물을 수 없었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감사 결과 확인된 완주군 환경 참사의 주요 문제점은 크게 ▲군 관리계획 입안·결정 부적정 ▲고화처리물 매립에 대한 관리·감독업무 부당 처리 ▲산지 복구 준공검사 업무 부당 처리 등으로 나타나 행정의 책임이 크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입증해 주었다.

이에 대해 완주신문은 “완주군은 폐석재 발생량과 재활용·매립 등 처리 실태를 조사하지 않고 업체의 제안대로 매립장을 설치하고, 고화처리물 과다 매립으로 인한 침출수 발생 등 환경 오염 발생의 단초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환경 참사 공무원 3명 공소시효 지나...참담 

이처럼 "완주군 업무 담당자들이 악취 발생 관련 민원조사 시 현장 확인 등을 통해 업체가 고화처리물을 대량 매립하는 등 허가 내용과 다르게 운영 중인 것을 알면서도 반입 중단, 허가 취소 등의 조치를 하지 않고 고화처리물 반입을 계속 허용해 기준 초과 침출수 유출, 고농도 악취 발생 등 환경 오염을 야기했다"고 완주신문은 지적했다.

지금의 속도대로라면 40년 가까이 걸릴 것으로 보이는 폐석산 원상 복구라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더 큰 환경 재앙을 막기 위해서라도 불법 폐기물 처리에 속도를 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이유다. 

그러나 해당 업체와 행정 담당자들은 이 사이에 유유히 빠져나가고 있다. 완주신문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8일 폐기물대책위는 비봉면 보은매립장 불법 폐기물과 관련된 공무원 7명에 대해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했다. 하지만 이중 3명은 공소시효가 만료돼 1명만 추가 기소됐다. 아울러 고발된 7명 중 혐의가 있는 6명을 제외한 한명은 혐의를 찾기 어려워 기소되지 않았다.  

결국 주민들이 나서지 않으면 더 큰 피해를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참담한 현실이다.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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