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종의 '역사칼럼'

1.

3년 전 오늘 아침, 저는 영국의 <가디언지> 사설(2018.5.18, 금)을 읽었습니다. 그 마지막 부분이 의미심장하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참고로 사설 원문은 맨 아래에 붙여두었습니다. 영국 언론은 그때 이미 남북 문제에 관하여 좋은 결말이 나오기 어렵다고 전망하였습니다. 당시 많은 한국 시민이 보기에는 너무 비관적인 전망이었겠지요. 그런데 저는 그 글을 읽으면서 실제로 일이 매우 어렵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지금은 그 걱정이 더욱 커졌고요. 그 이야기를 조금 하려고 합니다.

2.

과거 미국정부 특히 트럼프의 외교적 실수가 무엇이었던 가요? 그들은 북한을 벼랑 끝까지 밀어붙였고, 그것이 북한 문제를 푸는데 큰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였습니다. 그점이 실은 미국 정부의 근본적인 문제입니다. 조 바이든 정부도 기본적으로는 그런 자세를 앞으로 계속 유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것은 물론 오산입니다.

3.

미국이 태도를 바꾸지 않는한 앞으로 북미 간에 정상회담이 개최될 가능성은 거의 사라졌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는 베이징도 북미관계에서 미국의 입장을 헤아려, 북미 관계에 진전이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다시는 하지 못할 것입니다.

유감스럽게도, 저는 3년 전 오늘 페이스북에서 미국과 중국의 관계 역시 나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점쳤는데요. 실제로도 그렇게 되어버렸습니다. 1945년 이후 미국의 한반도 정책은 긴장완화가 아니라, 긴장을 적절한 수준으로 끌고 가는 것입니다.

미국으로서는 북한 문제가 독립된 사안이 아니고, 종속적입니다. 북한 문제는 미국-일본, 미국-러시아, 미국-중국, 그리고 미국-한국 문제의 일부입니다. 미국은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해서 볼 이득은 거의 없고, 적당한 수준으로 다툼을 이어가는 것이 동북아에서 패권을 유지하는데 유용하다고 봅니다. 저는 그렇게 판단합니다.

4.

한반도에서는 아마도 남북 간에 평화를 정착시키려는 노력이 계속될 것입니다. 당연히 계속되어야 하고요. 3년 전 제가 생각하였던 것처럼, 트럼프 행정부가 존재하는 한 남북의 대화 가능성은 없었습니다. 그 점은 조 바이든 정부라도, 또는 새로운 다른 미국 정부라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는 당연히 남한과 북한 두 나라 정부입니다. 즉 우리들 자신입니다. 그런데 태생적으로 두개의 한국은 외세 의존적입니다. 이 문제를 스스로 깨끗이 해결하지 못하는 한, 통일은커녕 남북 대화조차 수월하지 못할 것입니다.

5.

한반도 최악의 사태는 무엇일까요? 전쟁이지요. 현재 한반도를 둘러싼 역학구도에 변화가 없는한, 전쟁이 재발할 가능성은 언제나 존재한다고 볼 수 있겟지요. 트럼프 행정부도 조 바이든 행정부도 그러한 비극적 사태를 염두에 두고 항상 전쟁이란 카드를 만지작거릴 것입니다. 일본은 한반도에서 하루빨리 전쟁이 일어나기를 소망할 것이고요. 현재로서는 전쟁 억지세력이 남한과 중국 두 나라밖에 없습니다. 나머지 나라들은 전쟁을 통해서 잃을 것은 없고, 얻을 것만 있다고 계산할 것입니다.

6.

미국정부는 우리가 신뢰할 수 없습니다. 저와 같은 사람은 처음부터 트럼프를 지지하지도 않았고, 끝까지 신뢰하지 않았습니다. 바이든 정부는 미국을 위해서는 필요한 일을 하겠으나, 한반도를 위해서 과연 어떠한 역할을 할지는 불투명합니다. 아마 트럼프와 마찬가지로 북한에 관해 전향적인 태도를 취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많은 기대를 거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3년 전 오늘, 제 유일한 희망은 문재인 대통령의 능력과 김정은 위원장의 선의 뿐이었습니다. 그들이 과연 얼마만큼 외세의 억압과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가 한반도 문제의 관건이라고 보았습니다마는, 역시 그 점에 있어서도 좋은 결과는 나오지 않았지요.

임기 말인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에 가서 바이든 대통령을 만난다고 합니다. 남북문제에 관하여 새로운 전환의 기회를 마련하겠다는 것인데요. 그의 방문 일정에 조금 앞서 황교안씨가 미국을 방문하였습니다.

서로 무관한 일은 아닐 것 같아요. 한국사회에 존재하는 두 개의 흐름이 미국과의 관계에서 어지러운 모습을 연출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나는 비교적 자주적인 흐름, 또 하나는 미국에 대한 충성을 맹세하는 집단의 모습입니다. 미국 정부로서는 얼마나 다행한 일일까요?

문재인 대통령의 선의는 충분히 짐작합니다마는, 과연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을까요. 한반도의 통일 문제는 앞으로도 갈길이 아주아주 먼 것 같습니다. 섣부른 기대와 소망보다는 장기적인 전략을 세워서 흔들림없이 나아가야할 텐데요. 우리에게는 아직도 최소한의 사회적 합의조차 없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하신지요.

 <가디언지> 사설(2018.5.18, 금) 

The danger is that this administration has convinced itself that maximum pressure and the threat of annihilation works, and will keep working. The truth is that there could be no summit, or that one could go badly awry. The US is unlikely to achieve the same buy-in from Beijing again – particularly given the wild vacillations in bilateral relations. What then? At best, these diplomatic manoeuvres may have made the space for a less seismic but still significant inter-Korean deal (albeit one hard to sustain in the Trump era). At worst, Mr Trump’s words have left no space between peace and war. 

/백승종(역사학자, 전 서강대 사학과 교수, 현 한국기술교육대학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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