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일의 '길 위에서'

아끼던 제자인 안연이 죽자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아아! 하늘이 나에게 상처를 입혔다, 하늘이 나에게 상처를 입혔다"(顔淵死, 子曰 慟 天喪子 天喪子)
안연이 죽자 공자께서 통곡을 지나치게 하였다. 모시고 있던 사람이 “선생님 통곡이 지나치십니다.”고 하자 “통곡이 지나치다고? 이런 사람을 위하여 지나치게 통곡을 하지 않고 누굴 위해 통곡하겠느냐?" 고 하셨다.

<논어> '선진편 8.9'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부모는 아래 사랑이라고 자식의 죽음을 슬퍼하게 당연한 일이지만 젊은 제자의 죽음에 이토록 가슴 아파한 스승을 본 적이 있습니까?
율곡 역시 감수성이 예민한 열여섯의 나이에 어머니인 신사임당을 잃고 지극한 슬픔으로 3년 상을 마친 후 금강산의 마하연에 들어가 스님이 되어 1년 동안을 수도하였으며 공자의 십대 제자 중의 한 사람인 자하는 아들의 죽음을 지켜본 뒤 너무 많은 눈물을 흘려서 결국 눈이 멀고 말았습니다.

슬픔이 깊으면 여러 가지가 찾아옵니다. 그중 한 가지가 인생이 더욱 깊어지고,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넓어지는 것이 아닐까요?
서울의 한강 변에서 의문사한 의대생 손 모 씨의 죽음을 슬퍼하는 아버지를 보며 느낀 소회입니다. 이 세상에서 살아오는 동안 당신을 진정으로 슬프게 했던 것은 무엇인지요?
/사진·글=신정일(길 위의 인문학 우리 땅 걷기 대표)
신정일 객원기자
jbsori@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