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전북은 전국적으로 열세한 경제 지표와 인구 감소 및 지역 소멸이 가장 심화되는 지역임에도 언론사 수는 타 지역에 비해 풍족한 편이다. 여론의 다양성과 도민들의 알 권리가 상대적으로 높게 충족될 수 있는 우세한 조건이라는 측면에선 반길만하다.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정 반대의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다양성보다는 획일성과 침묵 또는 왜곡을 일삼는 경우가 많아 오히려 도민들의 알 권리를 방해하는 경우가 종종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상직 사건‧이스타항공 사태엔 ‘침묵’, ‘왜곡’ 일삼은 언론들, 왜?

특히 전주지역 한 곳에 16개나 등록돼 있는 일간지들의 취재 보도 시스템을 보면 행정의 보도자료와 기관 또는 단체 등의 출입처 중심에서 탈피하지 못해 비판을 받고 있지만 개선은 요원하기만 하다.
노동조합이 없는 대부분 전북지역 일간지들의 경우 사주와 경영진의 편집권에 대한 관여와 간섭이 잦다. 최근 구속된 이상직 국회의원의 비리 혐의들이 1년여 동안 지속적으로 수사선상에 오르내리며 서울언론의 주된 이슈로 보도돼 왔다.
또 전북에서 '30%의 지역 할당제 채용'을 주장해 온 이스타항공이 지난해 직원들의 대량 해고와 장기간 임금체불 사태로 사회적인 문제로 야기됐지만 이상직 사건은 물론 이스타항공 사태에 대해 전북지역의 많은 일간지들은 침묵으로 일관하거나 회사 측 입장만을 대변해 손가락질을 받았다.
그 중에서도 간판 언론이라 할 수 있는 주요 일간지들의 소극적인 보도 행태에 의구심과 비판이 잇따라 제기돼 왔다. 최근 이상직 의원의 구속 이후 추가로 불거진 이스타항공 인사청탁 비리가 불거지면서 이에 연루된 지역 공무원, 정치인, 언론인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는 서울언론의 보도에 많은 지역민들이 주목하는 이유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농지법 위반과 부적절한 인사 채용이 뉴스가 되지 않는 저널리즘"
이런 가운데 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전북민언련)이 지난 2월과 4월 저널리즘 편향이 의심되는 전북지역의 두 가지 사건을 지적하며 실상을 비판해 관심을 모았다.
상반기 전라북도 감사에서 적발된 정읍시 지적사항과 4월 중순 불거진 전주시장 부인의 농지법 위반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 두 사례에서 다수의 지역 언론들은 지자체장에게 치명적인 문제가 될 수 있는 사안임에도 약속한 듯 침묵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점에서 전북민언련은 심각한 저널리즘의 문제이자 위기로 본 것이다.

전북민언련은 4일 ‘농지법 위반과 부적절한 인사 채용이 뉴스거리가 되지 않는 저널리즘’이란 제목의 논평을 내고 “지난 1월 전라북도 감사관실에서는 정읍시 종합감사 결과 총 31건의 지적사항을 공개했다”며 “이 중 공무직 채용과 공무원 근무평점에서 발견된 부적절한 인사운영 등 심각한 문제가 드러났는데, 유진섭 정읍시장의 지인과 선거캠프 핵심 관계자 자녀 등이 정읍시 직원으로 부정 채용됐다는 의혹까지 지역사회에서 불거져 나왔다”고 전제했다.
이어 논평은 “정읍시의 부적절한 채용 건은 지자체 인사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훼손하는 심각한 문제지만 소수의 지역 언론을 제외하고 해당 내용을 찾아보기 어려웠다”면서 “일부 언론사는 4월 뒤늦게 관련 내용을 보도했다가 이후 석연치 않은 이유로 며칠 만에 기사를 삭제한 정황도 드러났다”고 밝혔다.
의혹 제기한 보도는 없었는데 해명 보도만 나온 상황 ‘어리둥절’
“이 과정에 부당한 압박이 작용한 거 아니냐는 의심도 나오고 있다”는 전북민언련은 “전주시장 부인 농지법 위반 사례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논평에 따르면 4월 9일 전주MBC는 김승수 전주시장의 부인이 완주군 소양면에 약 2,000㎡의 농지를 2010년 매입해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도하며 농사를 짓지 않으면 농지를 소유할 수 없게 제한한 농지법의 취지를 지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전북민언련은 “농지법 위반 사안에 관해 오랜 시간 침묵하던 지역 일간지들은 김승수 시장이 사과한 기자회견 내용에 대해서는 더 많은 비중을 들여 해명을 전달했다”며 “의혹을 제기한 보도는 없었는데 해명 보도만 나온 상황이 어리둥절하다”고 논평에서 꼬집었다.
이어 “후속 보도가 필요하다는 거듭된 당부에도 애초 문제를 제기했던 일부 언론사의 보도를 제외하고는 침묵이 이어졌다”며 “현직 전주시장 부인의 법 위반 사안과 정읍시장의 부적절한 인사 채용 문제가 분명함에도 다수의 전북지역 언론사들은 보도 가치가 없다고 판단한 것일까?”라고 논평은 반문했다.
보도하지 않고 침묵함으로써 돌아오게 될 문제는?
“저널리즘의 본령이 무색할 만큼 두 개의 사례는 언론이 마땅히 보도해야 할 일을 보도하지 않는 무보도 행태를 보였다”고 지적한 논평은 “언론사마다 입장이 있겠지만 지자체와 언론사 간의 관계를 고려할 때 비판보다는 침묵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논평이 지역언론을 향해 던지고자 한 핵심 어젠다는 다음의 질문 속에 담겨 있었다.
“날 선 권력 감시를 요구하는 지역사회의 요구에 무보도로 돌려주는 언론에 대한 지역민의 의문과 실망은 어떻게 할 것인가.
사안에 따라 비판의 정도가 달라지고, 석연치 않은 이유로 비판 기사를 삭제하는 언론을 지역민은 신뢰할 수 있을까?”
논평은 결론에서 “저널리즘의 편향은 단지 독자만의 문제가 아닌 언론이 마땅히 보도해야 할 뉴스 가치가 높은 이슈나 사건을 자의나 타의로 보도하지 않음으로써 발생하는 불공정의 문제이기도 하다”며 “이로 인해 올 불신과 부정의의 미래는 모두 지역 언론의 책임일 수밖에 없다는 걸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역의 중요 이슈들을 지역언론들이 자의나 타의로 보도하지 않고 침묵함으로써 돌아오게 될 불공정과 부패, 갈등과 불신에 대한 책임은 과연 누구에게 있는 것인지, 지역언론의 현주소를 새삼 되묻게 한다.
/박주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