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구의 '생각 줍기'
어제 항동 푸른 수목원에 들렸던 추억이 너무 좋아 오늘은 오전에 자전거는 조금만 타고 오후에 그곳에 다시 찾아갔습니다. 사진 속의 항동 철길은 오류동~소래면을 달리던 노선의 일부였다고 합니다.
오류선은 승객을 수송하던 노선이 아니고 과거 부천 소래에 있던 경기화학공장의 비료수송을 위해 건설됐으나 공장이 폐쇄된 이후 열차운행은 중단되고 지금은 시민들의 품으로 돌아와 힐링의 명소가 된 곳이랍니다.
오늘 다시 찾은 이유는 오류선 철길이 비록 승객수송이 아닌 화물운송이었으나 철길 바로 옆에 있는 푸른 수목원과 항동 호수를 보면 제가 70년대 중반 이리에서 전주로 열차 통학하던 시절이 생각났기 때문입니다.
당시 이리~전주 철도노선도 철길 옆으로 덕진 공원과 덕진 호수가 있어 항동철길이 마치 이리~전주 간 노선을 축소해놓은 거 같았기 때문입니다. 현재 덕진 역사는 폐쇄되고 역사가 있던 자리는 광장으로 바뀌었지만 통학하던 그 시절엔 가끔 토요일 하교 길에 덕진역에서 내려 덕진 연못에 들려 놀다갔던 추억도 많습니다.

그 시절이 1976년도이니 벌써 45년 전의 일입니다. 당시 고등학교 1학년 소년이었던 저도 이제 진갑을 맞았으니 세월이 많이도 흘렀건만 그시절이 잊혀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아마도 그 시절 제 앞을 가로막고 있던 넘기 어려운 현실의 벽 때문에 좌절할 수 밖에 없었던 아픔들이 많아서 그렇지 않나 싶습니다. 아무리 아픈 기억이라도 추억이란 잊을 수 없어 꺼내 보고 싶은 마음 속의 일기장 같은 게 아닌가 싶습니다.
아픈 추억이라도 시간이 지나고 나면 그립고 아름답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그리움으로 인해 우리의 영혼은 맑아지지 않나 싶습니다. 흘러버린 세월도 카메라 줌렌즈로 당길 수만 있다면 한 번 당겨보고 싶은 날입니다.
/사진·글=이화구(금융인ㆍCPA 국제공인회계사ㆍ임실문협회원)
